셰익스피어의 표현을 빌리자면, 봄은 '일년 중 가장 감미로운 시기'인데, 정말 맞는 말이다. 요즘 아침 저녁으로 <학소도>의 뜰을 거니는 즐거움은 다른 관심사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4월초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불꽃놀이가 아닌 자연의 꽃놀이가 뜰을 걷는 나를 감탄과 감동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산수유와 매화를 시작으로 목련, 개나리, 앵두, 살구, 자두, 벚, 모과, 배, 라일락, 꽃사과나무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꽃을 활짝 피우는 사이, 몸을 쭈그리고 앉지 않으면 잘 보이자 않는 제비꽃과 같은 여러 야생화들이 자신들의 소박한 꽃을 자랑했다. 구근식물인 아이리스, 무스카리, 튤립과 알리움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화려한 꽃을 선보였다. 눈이 부실 정도로 빨간 복사꽃이 떨어진 나무 주위는 마치 같은 색의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 보였고, 그사이 철쭉들이 합창을 하듯 꽃을 만개했다. 요며칠 꽃폭죽은 잠잠해졌는데, 오죽의 죽순이 밤새 단단한 흙을 뚫고 여기저기서 불쑥 불쑥 튀어나오고 있고, 싱싱한 새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나무들을 뒤덮고 있다. 지금 한창인 병꽃을 잊으면 섭섭해 하겠지. 내 주먹보다도 더 큰 불두화가 석가탄신일에 맞춰 가장 화려한 자태를 선보일 거고, 그 다음 차례는 장미다. 이미 수백 송이의 장미꽃이 분주히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작약도 질세라 그 크고 화려한 꽃을 자랑할 것이고, 여름이 오면 능소화, 석류, 배롱나무가 장미꽃의 화려함을 이어갈 것이다. 금년에 처음으로 모종을 사서 심어본 봉선화도 여름이면 꽃을 피우겠지. 아, 그리고 앞뜰 구석구석에 그리고 텃밭에 무작위로 파종한 여러 종류의 꽃씨들이 자연의 적과 우리집 멍멍이들의 발길에 살아남아 또 어떻게 나를 서프라이즈하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가을은 국화 세상이다. 봄과 여름에 다른 꽃들이 화려하게 피고지는 동안 조용히 있다가 꽃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국화. 거기다 국화는 번식력이 좋아 지난 몇 년간 <학소도>에서 흩어진 씨앗이 밭과 뜰 여기저기서 자생하여 내가 제자리를 찾아 옮겨심은 것만 이삼십 뿌리가 되니, 금년엔 그 어느 때보다도 가을의 국화가 기대된다.

~우! 내가 여기 언급하지 않은 꽃들아, 미안해! 그리고 모든 학소도 꽃식구들, 고마워!

"내가 살 웰빙한옥, 내손으로…"

경북 청도 한옥학교' 18명 집짓기 수업
한의사·대기업 출신등 톱·망치질 구슬땀
청도=장상진기자 jhin@chosun.com
 

5일 오후 경북 청도군 범곡리. 복숭아 나무가 늘어선 언덕길을 따라 오르자 산 중턱에 제법 큰 너와집 한 채가 서 있다. 마당에 들어서자 산더미처럼 쌓인 육송(陸松) 제재목 앞에서 장정 20여명이 전통 탕개톱과 전기톱, 대패 등을 들고 나무를 다듬고 있었다.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 아래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일반인들이 모여 집짓기를 배우는 한옥학교다.

앞에 놓인 목재를 한참 들여다보던 두 학생이 전기톱을 꺼내들자 전통 탕개톱으로 대들보를 깎아나가던 이무형(55)씨가 일손을 멈추고 “전동공구 쓰면 사부님이 화내실 텐데…”라며 웃는다.

학생들이 무서워하는 ‘사부’는 김창희(74) 대목(大木). 창덕궁 복원의 도편수로 참여했으며, 부석사 무량수전, 불국사, 관음사 등 수많은 문화재 증축 및 보수에 참가한 한옥 건축의 거장으로, 현재 한옥학교에서 실습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학교는 건축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대학강단과 현장에서 일하다 한옥의 아름다움에 빠진 변숙현(45) 교장이 2003년 문을 열었다. 집짓기 과정은 4개월. 2003년 10월 1기를 시작으로 현재 5기 학생 18명이 수업 중이다.

▲ 한옥 짓기를 배우는 학생들이 실습장에서 졸업작품인 팔각정에 사용될 창방(기둥머리와 기둥머리를 연결하는 목재)을 깎고 있다. 5일 오후 경북 청도군 범곡리 한옥학교에서. /이재우기자
2000년 12월 건설회사 부장에서 퇴임한 뒤 제주도에 정착한 이무형씨는 아내와 만년을 보낼 집을 짓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했다. “서양식 건물을 23년 짓다가 은퇴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문득 자연으로 만든 전통 한옥이야말로 진짜 집이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씨는 과정을 마치는 대로 30평 남짓한 자신의 집을 지을 계획이다. 한옥학교 동기생끼리 집을 지을 때 서로 품앗이를 해주기로 했단다. 30평 규모의 한옥을 짓는 데는 200~250품이 필요하다. 1품이란 목수 1명이 하루 일하는 노동량을 말한다.

경남 하동 지리산 자락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김진목(40)씨는 생업을 잠시 접고 집짓기를 배우고 있다. 오염된 물과 약재를 피해 2002년 경남 고성에서 지리산 주변으로 옮겼다. 산에 집을 짓고 직접 약초를 재배하고, 약수로 한약을 달이기 위해서였다. 처음에는 통나무집을 짓고 살았지만 2년도 지나지 않아 부식과 뒤틀림이 나타났다. 결국 마음에 드는 집을 직접 짓고 싶어 입교했다. “사람의 건강은 약만으로 좋아지는 게 아니지요. 한국인의 체질에 가장 적합한 집이 한옥입니다.” 김씨의 한옥 예찬이다.

이들은 모두 “아파트는 불편해서 한옥 짓기를 배우러 왔다”고 입을 모았다. 진지한 자세로 끌과 망치를 들고 나무를 깎아나가던 장은철(41)씨. 대구 방촌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장씨는 “자연에서는 쓰레기가 되지 않는 것들도 일일이 처리해야 하는 아파트는 그야말로 잠만 자는 곳”이라며 “아파트 생활로 발생한 아토피 등 현대병까지 감안하면 아파트는 절대 편한 곳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귀농해 스스로 집을 짓고, ‘남은 반평생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목수 전업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홍안(紅顔)의 청년들도 눈에 띈다. 지난해 대학 건축과를 졸업한 뒤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임영조(27)씨는 올해 초 안동의 병산서원을 둘러본 뒤 한옥에 매료됐다. “지붕 위로 하늘이 보이고, 창으로는 산이 보이고, 대문 아래로 강물이 보이는 멋진 건물이었습니다. 그런 건물을 지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연봉 3000만원이 넘는 직장을 ‘목수’가 되겠다며 그만두자 친구들이 미쳤다고 수군거렸다.

이날 교육은 오후 3시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마무리됐다. 비를 피해 대청마루에서 변 교장과 차를 나누던 김 대목에게 집짓기의 의미를 물어봤다. “왜 직접 집을 지어야 하죠? 다른 사람에게 맡기면 그만 아닌가요?”

장인의 대답은 이랬다. “아니, 자기 삶을 담는 그릇을 남한테 함부로 맡겨?”

헤이, 놀자

오랜만에 산을 오르니 힘드네....헤헤헤

꽃사과나무의 꽃

<튤립>

못생긴 열매 모과를 잉태하기 위해  핀 아름다운 모과꽃

<병꽃>

<철쭉>

<알리움>

<불두화>

<백합>

<황금회화나무> + <홍도화> + <라일락>

<살구>

텃밭에 핀 팬지, 데이지, 딸기밭의 딸기꽃 그리고 홍도화

고사목 속에서 부화되어 일시에 세상밖으로 날아오르는 이름 모를 곤충

정말 순식간에 일어났다!

목단

 <오죽>의 죽순

   

<학소도> 손님이 찍어준 사진

- 인왕산 鶴학巢소島도에서 최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