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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면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

사람들 더러 아는 척해도

실은 가는 길도 모르고

무엇이 있는지는 더욱 모르는

외딴 섬 하나를 나는 안다


햇볕과 바람 유독 넉넉하고 정갈한

그 섬에 가면 홀로된 여자가

몇 뙈기의 외롬꽃을 가꾸며 산다

온 하루 김을 매고 속된 꿈 솎고

저물면 밤하늘에 총총한 별을 읽고

스스로 섬이 되고 별이 되는 섬 여자

나는 몰래 그녀를 사랑한다




가을볕 붉게 타는 수수밭 지나

고운 소금 뿌린 듯 메밀꽃 하얀

고샅길 질러 바다로 가노라면

꽃게처럼 웅크린 인가 몇 채 졸 뿐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다,무시로

참새떼소리 왁자한 탱자울 넘어

날아든 꿀벌들의 입맞춤이 진한지

참깨꽃 은방울이 섬 온 채를 흔든다




그늘 깊은 뒷산 잡목숲에는

탁목조 한 마리가 산해경(山海經)읽듯

팽나무 찍는 소리로 하루해가 저물고

노을 젖은 은박지로 구겨진 바다

물빛 풍금소리 은은한 그 섬에 가면

나 혼자 엿듣는 방언이 있다

감쪽같이 나누는 사랑이 있다

아련하게 니스칠한 추억이 있다

세상과 먼 그 섬에 가면.



*** 임 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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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품 소나무  2005/05/17  

[Opening Gallery] 한국의 명품 소나무

수령 400년 이상의 거목들마다 신비와 전설 얽혀

우리 민족이 예나 지금이나 제일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다. 예부터 문화, 예술, 종교, 민속, 풍수에 두루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소나무를 지조, 절개, 기상, 탈속, 장생, 명당 등의 상징으로 삼아왔다. 문학이나 예술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소재로 삼았을 것이다.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하는 애국가 가사도 있듯 우리 민족의 기상과 정서를 담고 있기도 하다.

▲ 괴산 왕소나무(천연기념물 제 290호). 수령 600년. 흉고 둘레 4.7m.키12.5m의 거목이다. 줄기 모습이 용이 꿈틀거리는 듯하여 용송이라고도 불리며, 성황제를 지내는 신목이다.

 
▲ 솔고개 소나무(강원도 보호수). 수령 280년. 흉고 둘레 3.3m,키14m. 영월에서 시해된 뒤 산신령이 되어 태백산으로 가던 단종의 영혼을 이 노송이 배웅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우리 민족은 태어날 때부터 소나무와 인연을 맺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대문 입구에 새끼줄로 솔가지를 매달아 나쁜 기운을 막았다. 소나무를 얼마나 중요시하고 사랑하였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관습이다.

소나무는 기운이 맑기 때문에 큰 소나무 밑에 있으면 건강해진다고 한다.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살면서 땔감은 소나무와 솔가지로 하여 향기 좋은 솔 연기를 맡으며 살았다. 소나무로 만든 송편과 송기떡을 먹으며 송화다식과 송엽주를 마시며 풍류를 즐겼다. 선비들은 담장 안에는 매화, 대나무를 심고 밖에는 소나무를 심어 감상하며 소나무로부터 지조, 절개, 충절, 기상을 배웠다. 왕릉과 궁궐 주변에는 항상 좋은 기운이 에워싸도록 소나무를 많이 심게 하였던 기록이 조선왕조실록에 전한다.

이렇게 소나무와 같이 살다가 생을 떠나면 소나무관에 들어가 소나무 숲이 둘러싸인 산 에 묻었다. 이와 같이 산소를 둘러싼 소나무를 도래솔이라 한다.

살아 있는 국보급 소나무들

 
▲ 거제 용송. 흉고둘레 5m,키 12m. 해금강 가는 길 옆 천길 바다 암벽에 붙어서 천년 세월을 견디어온 해송으로서 용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방불한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소나무 중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이 40그루 있다. 그 중 한 그루는 고사하고 현재 39그루가 산림청에 등록, 보호되고 있다. 이 천연기념물 소나무는 수령이 400년 이상 되는 거목들이며, 소나무마다 전설을 가지고 있는 신목이다. 직접 보면 신비롭고 무서울 정도로 대단하며 살아있는 국보임을 알 수 있다.

지자체에서 보호수로 지정 관리하고 있는 소나무들도 범상치 않은 나무들이다. 이 희귀한 소나무들의 목숨이 점차 위태로워져 가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한때 우리 산림의 60% 이상을 차지하였던 소나무가 25%로 급격히 줄었다. 50년 후에는 남한에서, 100년 후에는 한반도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원인은 첫째, 산업화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농경사회에서 산업화 사회로 되면서 소나무가 번식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소나무의 생태는 특이하다. 낙엽이 없는 맨 땅에 씨앗이 떨어져 싹이 튼다. 농경사회 때는 사람들이 땔감으로 낙엽을 긁어내고 참나무 등 잡목을 베어내 소나무에 좋은 생육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그러다 산업화로 농촌에서도 참나무 땔감을 쓰지 않게 되며 소나무가 줄어든 것이다. 소나무는 참나무 등 잡목과 경쟁하여 햇빛을 적게 받으면 죽게 된다.

▲ 유선대 노송. 설악산 금강굴 밑 유선대에 있는 소나무로서 신선이 놀았다는 유선대 암반에 뿌리내린 노송이다. 아래로 길고 깊은 천불동 계곡이 펼쳐져 있다.
환경오염도 큰 원인이다. 공기 오염으로 산성비가 내리면 소나무는 쇠약해지며, 그 후 병충해를 제대로 견지지 못하게 된다. 천연기념물인 경북 문경군 산북면 대하리 소나무와 산양면 존도리의 소나무는 수령이 400~500년 된 거목인데, 기운이 쇠해져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이 소나무들은 모두 마을 안에 있어 환경오염으로 그렇게 되었다.

온난화도 소나무가 견디기 어렵다. 대기 오염으로 지구가 온난화하며 우리나라가 온대기후에서 아열대기후로 바뀌어가고 있다. 작년에는 여름과 같은 날씨가 7개월이나 계속되었고 찜통더위였다. 한반도의 대기 온도가 이렇듯 상승하며 소나무는 기후에 적응을 못하고 시원한 높은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예를 들면 제주도 한라산 영실 육송이 해발 1,200~1,800m 정도로 이동하여 자생하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100년 이내에 소나무 서식 면적이 급격히 감소될 것이다. 따뜻한 남부지방은 소나무가 자랄 수 없게 된다.

재선충으로 소나무 멸종될지도 몰라

현재 가장 심각한 것은 소나무 에이즈인 재선충(材線蟲) 문제다. 앞의 3가지 원인은 서서히 진행되고 있지만, 소나무 재선충은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으며 그 파괴력은 엄청나다. 일본에서는 재선충이 1905년 처음 발생하여 소나무가 전멸되었다. 중국에서는 재선충으로 벌써 한반도보다 더 큰 면적의 송림이 사라졌다. 소나무로 유명한 황산 일대에는 폭 4km, 길이 100km 지역의 소나무를 전부 잘라내어 재선충의 확산을 막으려고 예방벨트를 만들 정도로 심각하다. 현재까지는 방제약이 없어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불린다. 감염된 소나무는 빨리 토막내어 불에 태워 없애는 방법이 최선책이며, 다른 구제법이 없다.

▲ 거창 당산리 영송. 천연기념물 제410호. 수령 600년. 흉고 둘레 4m, 키 14m. 한일합방, 6.25 등 나라에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이 나무가 미리 울었다고 한다.

 
▲ 묘산 구룡송. 천연기념물 제289호. 수령 400년, 흉고둘레 5.5m, 키 18m, 껍질은 거북이 같고 줄기는 용과 같다고 하여 구룡송이다.

 
▲ 설악동 소나무. 천연기념물 제 351호. 수령 500년, 흉고둘레 5m, 키 16m. 이 나무 밑에서 돌탑을 쌓으면 무병방수한다고 하여 전에는 돌탑이 세워져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재선충은 1987년 남부지방에서 처음 발견된 후 빠른 속도로 북상하고 있다. 남부 38개 시군에 번졌으며, 2004년에만 10개 시군에서 새로 발견될 정도로 피해 면적이 급격히 늘어났다. 포항의 기계면, 경주 양북과 구미까지 북상하여 경상북도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 울진 소광리 금강송. 수령 400년, 흉고둘레 4m, 키 20m의 살아 있는 문화유산. 소광리 금강송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노송이다.
재선충은 솔수염하늘소를 통해 전염된다. 몸에 재선충을 지닌 솔수염하늘소가 소나무 잎을 갉아먹을 때 생긴 나무의 상처부위를 통해 전파되는 것이다. 재선충이 일단 침입하면 소나무 잎은 6일만에 밑으로 처지기 시작해 20일 후에 시들고, 30일 후에는 나뭇잎이 붉은 색으로 변하면서 말라죽는다. 재선충 한 쌍이 20일만에 25만 마리로 늘어난다.

재선충은 천적이나 치료법이 아직은 없다. 번지는 것을 지금 잡지 못하면 20년 이내에 우리나라 소나무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경고를 병충해 전문가들이 말하니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청와대에 조경수로 심은 소나무만 관리할 것이 아니다. 국무회의 대회의실에 걸린 큰 소나무 그림만 쳐다볼 때가 아니다. 바다 간척사업에는 몇 조나 되는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도 민족수 소나무를 살리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재선충이 감염된 소나무를 발견하면 즉시 산림청에 신고를 해야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 금년 4월까지가 문제다. 소나무의 새순이 돋아나는 4월경에 솔수염하늘소가 밖으로 나와 활동을 시작한다. 그 전까지 북상을 막지 못하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몰리게 된다. 우리나라 최고의 소나무로 우대받는 금강송이 자라는 울진, 삼척, 영월, 강릉, 설악산, 금강산까지 번져 올라가게 된다. 이보다 더 큰 생태계 재앙은 없을 것이다. 다같이 지혜를 모아 살려야만 한다.

/사진·글 장국현 사진작가

월간 산 에서 ( 425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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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돗개, 올 7월 '세계의 명견' 공인된다

세계축견연맹 7월 아르헨 총회서 인증

진도=연합뉴스


세계축견연맹(FCI) 제334호로 등록된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돗개가 세계의 공식 ‘명견’으로 인증받는다.

한국애견연맹 진도견협회는 오는 7월 5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FCI 총회에서 진돗개가 정식 공인을 받아 세계의 명견 반열에 우뚝서게 됐다고 25일 밝혔다.

진돗개를 세계의 명견으로 공인할 FCI는 지난 1911년 창립돼 세계 334종의 유명 견종을 관장하고 있는 공식 단체로 앞으로 진돗개가 인증되면 명실공히 ‘세계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사무실을 둔 진도견협회 부회장이자 FCI 공인추진위원장인 이병억(49)씨는 “진돗개 등록을 위해 FCI의 현지 실사 등이 10여년에 걸쳐 이뤄지면서 사실상 인증이 확정된 상태”라면서 “7월 공식 발표만 남았다고 봐도 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공식 발표 때 한국애견연맹 관계자를 비롯 스타애견클럽 홍보이사인 코미디언 이봉원씨 등 10여명이 현지로 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공식인증은 사실상 애견연맹의 오랜 노력으로 이뤄지게 됐다.

태국의 경우 ’타일랜드 독’이 국가적인 지원으로 지난해 FCI 인증을 받았는데 진돗개는 그렇지 못했다고 밝힌 연맹측은 앞서 지난 92년 열린 FCI 총회에 진돗개를 처음 소개했다.

이후 FCI 답사단 3명이 한국을 방문, 진도군 지역에서 현지 혈통조사를 실시했고 드디어 지난 95년 3월 1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FCI 전체회의에서 세계공인 334호 국제 견종 임시 승인을 받았다.

또 지난 해 5월 9일 경기도 성남에서 세계공인을 위한 마지막 심사인 ’2004 국제공인 진도견 단독 전람회’가 열려 FCI 관계자 등이 참관했으며 이제 발표만 남게 됐다.

진도견협회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공인되면 진돗개 표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수출을 위한 리콜제도 등을 만들어 외국인들도 국제 표준에 맞춰 진돗개를 구입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FCI 가맹단체인 한국애견연맹의 회원은 13만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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犬公, 버려진 아이구조

강아지 먹이를 찾던 개가 숲속에 버려져 있던 유아를 발견, 구조해 화제다.

9일 데일리네이션 지에 따르면 6일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 남쪽의 한 숲에서 마리 아디암보 씨 소유의 개가 생후 2주일 된 여자애가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 버려진 지 이틀가량 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유아는 발견 당시 지저분한 옷에 싸여 있었는데, 발견한 개가 아이를 물고 대로를 건넌 뒤 강아지들이 있던 자기 집으로 돌아와 사람들이 발견할 때까지 곁에서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

개 주인인 아디암보 씨는 아이를 씻겨 병원으로 옮겼으며, 병원 측은 몸무게 3.3㎏의 이 유아에게 `에인절`이란 세례명을 주었다. 치료를 담당한 조너선 미체니 박사는 "이 아이는 추위 속에서 이틀 밤을 보낸 것으로 보이며, 우려되는 호흡기 질환 감염을 막기 위한 치료를 했다"고 말했다.

한편 3330만명의 인구 중 56%가 하루 생활비 1달러에도 모자라는 극빈층인 케냐에서 신생아를 유기하는 일이 흔하게 발생하지만, 그 부모가 처벌되는 일은 거의 없다.

허연회 기자(okidoki@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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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에게 권하는 책] '이 집은 누구인가'

사람의 마음을 담는 그릇, 가정

박경호·한의사

가족이 해체되어 간다고들 한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들대로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제 나름의 범주 안에서 안간힘들을 쓰고 있다. 밥상공동체라는 말은 오간 데 없고 이미 ‘가정’이라는 말 대신에 ‘집’만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집’은 그저 ‘집’일 뿐일까? 한국 사회에서의 집은 부의 척도요, 재산 축적의 대표적인 수단 이상은 아닌 듯하다. 어머니의 냄새가 밴 집, 아이들의 꿈과 이상이 싹트는 모판, 이웃 주민과의 소통의 장, 많은 추억과 이야기들을 품고 있는 은밀한 공간으로서 ‘집’을 그려보는 것은 속절없는 만담에 불과할까?

건축가 김진애씨가 펴낸 이 책은 사람 사는 집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적은 에세이다.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문화 속에서 “어느 동네, 무슨 아파트, 몇 평에 사십니까”가 상대방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한 관심의 전부가 되어 버린 요즈음, 저자는 집이야말로 그 어떤 건축물보다도, 또 사람이 만드는 어떠한 물리적인 실체보다도 일상생활에서 사람의 감성이 담기고 표현되면서 사람의 무한하고 오묘한 감성을 계발하고 승화시키는 그릇이라고 역설한다. 그래서 저자는 ‘집의 의미의 파괴’로 인해 가족의 해체가 진행되어 가고 있는 이때, ‘집의 감성회복’을 통해 ‘집’이 단순히 가시적인 공간만이 아니라 기(氣)와 삶으로 채워지는 것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선, 사람과 자연 사이의 보이지 않는 교감, 그것을 일깨우는 것이 집의 역할이라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최근 ‘첨단주택’에 대한 환상이 커져 가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첨단기술이 들어온다고 해서 집에 대한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며 ‘감성 없는 기술’이란 인조인간을 위해서나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요즘 청소년들은 ‘집 밖’에서 소요할 수 있는 ‘거리’가 넘쳐나고 있는 탓에 집 안에서 가족과 함께 소통하고 때론 자신만의 추억을 ‘비밀 구석’과 ‘숨을 구석’을 만들어 묻기도 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키워 가는 재미를 모르는 듯하다. 집을 죽은 건축물로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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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동백꽃이 피었습니다

[지구온난화… 한반도 생태계가 달라졌다]
제주·남해안서 자라는 난대 수종
한반도 100년간 평균기온 1.5도 상승

이영완기자 ywlee@chosun.com

 


▲ 지난달 중순 서울 홍릉 숲에서 동백꽃이 피어났다. 건물 등으로 인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도시 열섬 현상 때문에 중부지역 주택가에서 동백꽃이 핀 예는 있었지만, 도심에서 떨어진 숲에서 동백이 제대로 꽃을 피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 중순 서울 홍릉의 국립산림과학원에 심어둔 동백에 붉은 꽃이 만개했다. 예전에 없던 현상이었다. 3~4월에 꽃을 피우는 동백은 난대림의 대표 수종으로 주로 제주도와 남부 해안지역에서만 자란다.

남쪽 해안에서 자라는 동백이 서울에서 꽃을 피운 것은 지구온난화현상 때문이다. 급격한 산업화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이 급증하면서 100년 동안 지구의 기온이 섭씨 0.6도 높아졌다. 특히 한반도의 지구온난화는 지구 평균의 2배를 웃돌고 있다.

바야흐로 지구온난화의 한반도 습격이 본격화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신준환 박사는 16일 “지구온난화 현상은 고위도 지역에서 더욱 심각해 한반도에서는 100년간 평균기온이 1.5도(섭씨) 상승했다”며 “이 영향으로 바다와 육지에서 생태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강원도 계방산에서 측정한 신갈나무 잎의 길이는 5.2㎝나 됐다. 10년 전 같은 날에는 아예 잎이 나지도 않았다. 기온상승에 따라 이렇게 빠르게 자란 것이다. 동해에서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1980년에 17만t이나 잡혔지만 지난해에는 고작 64t만 잡혔다. 바다 수온이 1~2도 높아지자 강원도 남대천으로 돌아오는 연어의 수가 10분의 1로 줄었다.

산림과학원 임종환 박사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혼란은 연쇄적”이라고 말했다. 식물의 꽃이나 잎이 나는 시기가 달라지면 이를 먹이로 하는 곤충과 최종 소비자인 새의 생존까지 위협받는다. 실제로 설악산에서는 나비류가 크게 줄고 있다. 반면 병충해를 옮기는 곤충들이 서식지를 남부지역에서 중부지역으로 옮기면서 산림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기상관측 이래 가장 무더웠던 1994년엔 전년에 비해 1000명 정도 사망자가 늘었다. 서울의 최고 기온이 30도일 때는 사망자 수가 79.3명이지만, 36도가 되면 120.2명으로 급증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뜨거워지는 한반도… 생태계 급변

온도 2℃ 오르면 남한사과는 사라진다
왕대나무 분포 19C보다 100㎞ 北으로
고산식물은 더 오를곳 없어 멸종 위기
서식지 바뀐 곤충이 병충해 더 퍼뜨려

 

지구온난화가 식물에서 조류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온난화는 특히 온도 변화에 민감한 식물에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5월 10일을 기준으로 1996년부터 올해까지 강원도 계방산에서 조사한 결과 연평균 1도 상승할 경우 1주일 정도 먼저 신갈나무 잎이 돋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연구소와 건국대 조사에 따르면, 남부지방에서 자라는 대나무의 일종인 왕대의 분포지역은 19세기 조선시대 지리지에 나타난 것에 비해 2001년에 북쪽으로 약 100㎞ 올라갔다. 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우리나라의 기후대는 북쪽으로 약 150㎞, 고도로는 위쪽으로 150m 정도 이동한다.

 

 

기온변화에 따라 서식지를 이동할 수 있는 일반 식물은 그래도 형편이 나은 편이다. 추운 곳에서만 살 수 있는 고산식물은 온난화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라산과 지리산, 덕유산 등 남부지방 고산지대에서만 사는 구상나무는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 해마다 5월 10일 강원도 계방산에서 관측한 신갈나무 잎. 1996년에는 아예 잎이 나지 않던 것이 기온이 계속 상승함에 따라 올해엔 이미 5.2㎝ 길이로 자라 있었다.
함경도 개마고원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 공우석 교수는 ‘기상학회지’ 5월호에서 “북한의 개마고원지대는 지난 100년간 무려 3도나 기온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곳은 침엽수가 많은 냉대림 지역이라 커다란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온상승은 농작물에도 영향을 미친다. 원예연구원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기온이 2도만 올라도 고산지대를 제외한 남한 전역이 사과재배 불능지역이 된다. 사과를 재배하는 지역의 연평균 기온은 13.5도 이하다. 이보다 온도가 높아지면 사과의 재배 적지가 될 수 없다.

열대작물인 벼는 온난화 덕분에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농업 소득 증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농업과학기술원 이정택 과장은 “벼가 여물 때는 적절한 온도가 있는데 지금처럼 기온이 상승하면 소출량이 20~30% 줄어들 것”이라며 “병충해의 만연 같은 악재도 겹쳐 재배가능 지역이 느는 것만으로 소출 증대를 낙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온난화로 식물의 꽃 피는 시기가 달라지면 꽃가루나 꿀을 먹이로 하는 곤충의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산림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1966년에 비해 2004년에는 35종 중 29종이 꽃피는 시기가 앞당겨졌으며, 28종은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줄었다. 곤충이 땅에서 나왔을 땐 이미 먹이인 꽃이 다 져버려 굶어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 임종환 박사는 “이렇게 되면 거꾸로 꽃식물은 꽃가루받이를 하지 못해 열매를 맺지 못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온난화가 곤충의 서식지에 영향을 주는 바람에 산림에 피해를 주는 경우도 늘고 있다. 따뜻한 곳에 살던 곤충들이 기온상승에 따라 서식지를 북쪽으로 옮기면서 병충해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생태계의 변화는 마지막으로 생태계 최종 소비자인 조류에게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지난해부터 광릉수목원에서 새들과 먹이인 곤충의 번식기 변화에 대한 연구가 처음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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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왕산 鶴학巢소島도에서 최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