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새해 첫 달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벌써! 휴~우, 하며 한숨을 내쉬는 분도 계실 것이고,

고대하는 구정 연휴가 이제 한달 밖에 안 남았다고 좋아하는 분도 계시겠죠.

요즘 서울의 겨울하늘이 너무나도 맑습니다. 마치 맑고 투명하지만 알 수 없는 냉정함이 느껴지는 그런 사람의 눈동자를 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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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집에서 가까운 일산 호수공원을 산책하다가 그런 겨울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문득 콘도르라는 독수리를 상상해보았습니다. 얼마전 읽었던 김주영씨의 장편소설 <홍어>에 나오는 콘도르 얘기....

그 맹조(猛鳥)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일단 하늘로 날아오르면 하루 정도는 땅으로 내려앉지 않고 비행할 수 있으며, 기류를 타고 날면서 간혹 잠도 잔다는 그 하늘새의 이야기를 소상하게 들었던 적은 있었다. 그 새가 페루의 인디오들에게는 스페인 정복자들에 대한 복수를 상징하고 있었다. 바로 콘도르라는 독수리였다. 이 사내의 매부리코처럼 스스로의 가슴살을 쪼아내는 자해도 가능할 만치 자신의 가슴 쪽으로 가파르게 꼬부라진 부리를 갖고 있는 그 독수리는, 공교롭게도 풀 한 포기 찾기 어려운 황량하고 메마른 안데스 산맥 능선 위 고공에서만 살았다. 양 날개를 길게 펼치면 길이가 3미터에 이르고, 한 시간에 60킬로를 날 수 있었다.

인디오들이 그 독수리를 종족의 이상물로 삼고 있는 것은, 지금은 희귀한 새가 되어버린 그 독수리의 자존심 때문이었다. 그의 날갯짓소리는 수백 미터 밖에서도 들을 수 있고, 단 한 번의 날갯짓으로 해발 4천 미터 아래의 능선에 있는 포획물을 낚아채는데, 실패했을 때는 그 포획물에 대한 공격을 포기했다. 또한 다른 짐승이 잡은 포획물은 절대 넘보지 않으며, 반드시 자신이 잡은 짐승의 고기만 먹었다. 해발 4천 미터 이상의 고공만 날았으므로 어떤 새나 짐승도 그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 마리의 콘도르가 그 척박한 삶을 마감하고 나면, 인디오들은 저마다 그 뼈를 예리하게 다듬어 산포니아라 부르는 피리를 만들어 불었다. '엘 콘도르 파사'라는 노래는 그래서 노랫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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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년. 금년도 예외 없이 시간은 토끼처럼 껑충껑충 나로부터 달아날 것이고, 나는 거북이와 같은 성실함으로 시간을 앞질러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콘도르의 날개와 같이 강인하고 아름다운 나만의 날개를 부지런히 키워나가기 위해, 그 안데스산맥의 독수리와 같은 자존심을 위해 한해를 보람있고 멋지게 보내겠다는 결의를 해봅니다.

나는 과연 내가 노력해서 얻은 날개로 날아가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타인에게서 빌려온 날개로 날고 있는 것인가? 인간은 새와는 달리 날개의 움직임이 멈추는 순간, 그가 갈 수 있는 방향은 단 하나 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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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내지마, 과거는 죽음 뒤의 뼈같은 거야.

미래가 네 앞에 있어.

과거와 미래는 항상 너와 함께 머물 거야.

그러나 그 과거와 미래는 가끔씩 너랑 대화를 하려고 할 거야.

너보고 좀 앉아 쉬라고도 하고,

너가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할 거야.

그리고 네게 마실 걸 주면서

무슨 약속들을 하라고 할 거야.

하지만 그 말 듣지마.

계속 앞으로만 가.

그리고 시계는 보지마. 항상 같은 시간 뿐이니까.

알겠지? 항상 '지금'이란 시간만 존재하니까.

이제 가Jetzt Geh'

날 혼자 내버려둬."

[영화 '파니 핑크 Keiner Liebt Mich' 중에서]

- 일산 문촌마을에서 최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