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4월 1일, 정말 거짓말 같이 봄비가 내려 자연의 땅과

인간의 마음을 자극했습니다.

4월 2일, 봄햇살이 진정제 역할을 해주었구요.

내 주위에는 봄 타는 사람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그들 대부분은 그러나

사 계절을 다 타는 것 같아서 별로 걱정은 안 됩니다.

요즘 책 제목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산모의 진통에 비유할

수는 없겠지만, 아무튼 고통은 분명 고통입니다.

책 출판을 앞두고 어떤 기분이냐구요? 어떤 기대를 갖느냐구요?

책 끝에 삽입 될 글의 일부를 공개하면서 그 대답을 대신하겠습니다.

<에필로그를 대신하여>

.......

소망


        불완전한 이 글을 세상에 내보내면서, 세 가지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

         먼저, 지구촌 어디에선가 나의 이야기를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우선 그 독자가 조금이나마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또한 독자가, 이전에 몰랐던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고 이 글을 통해

나의 작은 인생경험을 나누어 갖게 된다면, 나는 기쁘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책장을 덮은 뒤,

'아, 나도 어디론가 멀리 떠나고 싶다!'와 같은 욕망이 마음속에서 자연스레 일어난다면,

자신 안에 잠재해 있는 반더루스트(Wanderlust)의 작은 꿈틀거림을 느낄 수만 있다면,

나는 여행의 동반자를 만난 셈이고, 나의 소망은 이루어진 것이다.

 

제가 최근에 읽었던 시(詩) 한 편을 소개합니다.

   아지랑이가 타는

   들길을

   가면,

   따스한 햇살이

   꽃으로 피는

   4월

   뒷산에서 우는가

   뻐꾸기

   울음 속에

   송화가루

   새큼한

   향내가 묻어온다.

   어느새 자랐을까

   파아란

   잔디 위에,

   문득 길을 멈추고

   조용히

   눈 감으면,

   오늘은

   또

   바람이

   노래로 흐르는가

 

최계락의 <봄>

최계락시인은 주옥같은 동시를 남긴 분입니다. <꽃씨>와 <꼬까신>이란 두 권의 동시집을 냈지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유명한 동시입니다.

1930년 경남 진양에서 태어나 1970년 아까운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그의 동시들은 세월과 함께 알싸하게, 알싸하게 가슴에 오래 남아 울림을 줍니다.

'꽃씨'가 바로 그렇지요. <꽃씨 속에는/파아란 잎이 하늘거린다//꽃씨 속에는/빠알가니 꽃도 피면서 있고//꽃씨 속에는/노오란 나비 떼가 숨어 있다>

불과 여섯 줄, 글자로 따져도 50자가 못되는 이 작품 속에는 그러나 한없이 넓고 깊은 세계가 담겨져 있습니다. 그 작은 꽃씨 속에서 하늘거리는 파아란 잎, 피어있는 빠알간 꽃, 그리고 숨어 있는 노오란 나비 떼를 볼 수 있는 눈은 누구나 쉽게 갖는 것이 아닙니다. 최시인의 눈은 꽃씨의 생성 변화를 통해 자연의 섭리, 우주의 신비를 파악하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보는 눈이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훤히 꿰뚫어보는 눈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시로서 완전히 승화되어 있기에, 어른이 읽으면 때묻은 일상과 일상의 잡다한 상념을 떨치고 순수한 동심회복이 가능하게 만듭니다.

그의 넉넉한 시세계는 우리를 보다 삶의 희망으로 남아 있게 한다. 꽃강물 위로 꽃씨가 망망대해 바다를 향해 가는 매우 힘참을 시를 통해 한껏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요절이 임권택시인만큼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최영록<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       

내가 최근에 읽은 책들 중에 꼭 추천하고 싶은 글은,

1)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 번역본 <하루키의 여행법> (문학사상사) - 나는 왠지 하루키의 소설보단 여행수필이 훨씬 더 재미있더라구요. <먼 북소리> 와 <슬픈 외국어> 혹시 읽어보셨나요? 내가 이 책들에서 직접 발췌한 글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2) 프랑스 6대 문학상 수상 작품집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외/김화영 옮김 (현대문학) -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여러 작가들의 글이 실려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가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3) 현재 베스트셀러인 <맞아죽을 각오를 하고 쓴 한국, 한국인 비판>  이케하라 마모루 (중앙 M & B) - 이 책에 대해서 얘기는 들어보셨겠죠? 정말 부담없이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그리고 모 의사가 쓴 '미국에 대한 개인적 불평'류의 글과는(비록 같은 출판사에서 나왔지만) 차원이 전혀 다른 책입니다. (그 여의사의 대학입시 전국수석의 경력과 미국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격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난 아직도 잘 모르겠고, 사실 그런 걸 보면서 조금은 짜증이 나기까지 하더군요. 나도 그렇게 개인적인 불평을 털어놓자면, 미국에 관하여 2권, 인도에 관하여 3권 등 끝이 없을텐데.....우리는 타문화를 바라볼 때, 개인적인 불평 불만과 객관적이면서 균형있는 평가와는 구분할 줄 알아야겠죠? 물론 우리 문화 자체에 대한 시각도 그러해야 겠지만요.)

 

[다음은 조선일보에 시렸던 하루키의 신간에 대한 기사] 


새로운 나를 찾아서…모험과 문학이 만난다

<하루키의 여행법>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김진욱옮김 / 문학사상사.


여행기의 문체는 대부분 여행을 떠나는 사람의 발걸음 만큼이나 경쾌하다.

여행은 정신의 외출, 일상에 갖혀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 더할 수 없는 자극이다. 일본의 영원한 신세대 작가라는 무라카미 하루키에 게 여행은 문학의 또다른 얼굴이었다.

"어느날 문득, 나는 긴 여행을 떠나지 않고서는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소설 '먼 북소리'에서 이렇게 외쳤다. 그의 대표작 '상실의 시대' 전반부는 그리스를 여행하는 중에, 중반부는 이탈리아 시실리에 서, 후반부는 로마에서 씌어진 것이었다. 또다른 작품 '태엽 감는 새' 의 무대는 중국과 몽골 접경 노몬한 마을이었다.

"그것은 어쩌면 병인지 모른다. 지도를 펴놓고 자기가 아직 가본 적 없는곳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아드레날린이 굶주린 들 개처럼 혈관속을 뛰어다니는 걸 느낄 수 있다. 일단 그곳에 가면 인생 을 마구 뒤흔들어놓을 것 같은 중대한 일과 마주칠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는 떠났다. 미국 작가-배우들의 성지로 일컬어지는 뉴욕 이스트햄프턴, 멕시코의 인디오 마을, 2차대전 때 일본-소련 간에 치 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노몬한 초원…. 미국 동부의 대서양 연안에서 서부 태평양 연안까지의 대륙을 자동차로 횡단하기도 하고, 일본 서쪽 의 무인도를 방문해 알몸으로 바닷가에 뛰어들기도 한다. 몇해전 큰 지진피해가 있었던 고베 근처의 자기 고향으로 도보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시코쿠 우동맛 기행에선 우동 가락이 코에서 나올 것 같은 느낌 이 들 정도로 사흘 동안 매 끼니 우동만 먹어대기도 한다. 문학사상사 에서 나온 '하루키의 여행법'(김진욱 옮김·일본어 원제는 '변경·근 경')은 이들 여행의 기록을 하루키 특유의 경쾌하고 분방한 감수성으 로 풀어놓은 책이다.

독자들은 일단 일상의 탈출, 낯선 곳으로의 모험에 하루키라는 유 능한 '감각의 장인'을 가이드로 두는 즐거움이 있다. 그러나 한꺼풀 더 들여다보면 단순한 감흥을 넘어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그의 비범한 사유와 통찰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의 길은 톨스토이의 소설에 나오는 정직한 농부의 영혼처 럼 애처로울 정도로 곧게 뻗어있다. 거기에 존재하는 것은 목장과 농 장과 이따금눈에 띄는 간판들 뿐이다. 이런 곳에서 매일 소를 보고 컨 트리뮤직을 듣는 생활을 보내고 있으면, 굳이 프란체스카 부인(아이오 와주 매디슨카운티의 그 사람)이 아니더라도 인생이 따분해지긴 하겠 구나 생각했다." 북미 대륙 횡단 때 위스콘신 주를 지나며 내린 결론 이다.

그는 랄프 로렌, 스티븐 스필버그, 빌리 조엘, 캘빈 클라인, 로버 트 드니로, 폴 사이먼의 별장들이 잇대어 있는 이스트햄프턴에선 '유 명인은 어쨋든 유명인과 함께 있기를 좋아한다. 그런 생활이 그들로서 는 가장 마음이 놓이는 것 같다'고 독백한다. 또 노몬한의 격전지에서 이렇게 썼다. "노몬한,주위에는 포탄의 파편과 총탄과 구멍 뚫린 통조 림 깡통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다. 표면만 불그레할 뿐 녹을 벗겨내자 그 밑에서는 싱싱할 정도의 '쇠'가 아직도 숨쉬고 있다. 역사적으로 분류해 본다면 우리는 '후기 철기시대'에 살고 있는 것 아닐까? 거기 서는 대량의 강철을 유효하게 상대방에게 살포한 쪽이 승리와 정의를 손에 넣는 것이다."하루키는 "여행이 나를 키웠다"고 말한다. 소설이 독자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듯 여행기 역시 공감을 불러일이키려면 쓰 는 사람이 프로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도 말했다. 그렇다면 '하루키 의 여행법'이란 결국 하루키 문학 읽기의 다른 측면이 되는 것 아닐까?.

(김태익).  

 

우표가 붙은 편지를 받아본지도 꽤 오래되었습니다. e-mail로도 진정 마음을 부칠 수 있을까요?

범석생각Das Ende

 

 

- 일산 문촌마을에서 최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