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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고르다가 <Anne of Green Gables 빨간머리 앤>이 눈에 띄어

다른 몇 권의 책과 함께 주문하게 되었다.

앞에는 원어인 영어로, 뒤에는 번역전문이 실린 단행본인데,

밤에 잠자리에서 읽기 시작한 책을 결국 새벽까지 다 읽게되었다.

앤의 캐릭터가 너무나 선명하고 매력적인데다가

스토리의 전개가 빠르고 흡인력이 강해 역시 명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가 눈물을 글썽인 게 얼마만인지.....

19년 전에 여행갔던 앤의 고향 캐나다의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Prince Edward Island)에

다시 가고 싶어진다.

In the evening, Anne sat in her room. She thought about life as she looked through her window.

The stars shone very brightly in the sky. She thought about her ambitions and how things can change.

Before Matthew passed away, her future had seemed like a smooth road.

She had been able to see clearly all the way along it. However, now there was a bend in the road.

But it made her life so much more exciting because she didn't know what was beyond the bend.

She realized though that no matter what happened, the flowers would always bloom.

Nothing would be able to take away her idyllic dreams and imagination.

 

앤은 이런 말을 하시요,

"야망을 품는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야. 이렇게 많은 꿈이 있어서 너무 행복해. 야망에는 결코 끝이 없는 것 같아.

바로 그게 제일 좋은 점이지. 하나의 목표를 이루자마자 또 다른 목표가 더 높은 곳에서 반짝이고 있잖아.

그래서 인생이 재미있는 건가 봐."

 

"어떤 일이든 기대하는데 그 즐거움의 반이 있는 걸요.

혹시 일이 잘못된다 해도 기대하는 동안의 기쁨은 누구도 뺏을 수 없는 거에요.

앞일을 생각하는 건 즐거운 일이라 할 수 있어요.

이루어질 수 없을지는 몰라도 미래 생각해 보는 건 자유거든요.

린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 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루시 모드 몽고메리 Lucy Maud Montgomery
출생 : 1874년 11월 30일
사망 : 1942년 4월 24일
출생지 : 캐나다

'빨강머리앤' 원제 '그린게이블즈의 앤'의 작가.

1874~1942년 68세로 세상을 떠남.
사상최대 1억부 돌파한 밀리언셀러.
영국왕립예술원과 프랑스 예술원 회원,

캐나다 프레스클럽 최고 영예회원, 대영제국 훈장,

프랑스 예술원 최고 메달 수상.

[출처] 빨간 머리 앤의 작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작성자 부루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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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에 유통되는 소주와 막걸리, 왜 싸냐면..."
[전통주의 모든 것]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에게 듣다
 
여기 분위기가 전혀 다른 두 술이 있습니다. 하나는 고급 레스토랑에나 어울릴 것 같고, 또 하나는 슬리퍼 질질 끌고 나가 먹어도 전혀 부담이 없을 것 같은 그런 술이지요. 바로 와인과 전통주(막걸리)입니다. 어울려 보이지 않는 이 두 술의 공통점이라면, 최근 이 술이 대중 곁으로 바싹 다가왔다는 건데요. 와인이 더 이상 별스럽지 않고, 전통주(막걸리)가 그다지 구리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준비한 '와인 vs. 전통주(막걸리)' 기획. 이 술들의 매력에 한번 취해보실까요.  <편집자말>
어느 날 일본에서 한국 막걸리가 인기라는 TV보도가 있었다. 그러더니 연일 TV며 신문이며 이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일본 현지에서 막걸리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을 인터뷰한 뉴스가 나오고,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다는 막걸리 집이 방송을 타기도 했다.
 
그러고는 곧 한국에서도 새롭게 막걸리가 인기를 끈다는 뉴스가 나왔다. 막걸리 공장마다 물량을 대느라 2교대 근무를 하고, 아침마다 막걸리를 선점하려는 트럭이 공장 앞에 줄을 선다고 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 전통주를 돌아보는 의미랄까, 지난 6월 19일 오후 나는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을 찾아갔다. 막걸리의 인기가 저 멀리 서울 녹번역에 있는 전통주 연구소까지 뻗쳐 나는 그날 네 번째로 인터뷰 시간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내게 허락된 시간은 오후 5시에서 6시까지, 한 시간뿐이었다.  

"막걸리가 한국 대표 술이라니..."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 소장
ⓒ 이지아
전통주

- 요즘, 인터뷰가 많으신가봐요.

"네. 5월 23일부터 거의 매일 인터뷰를 했는데, 오늘만 해도 이게 벌써 네 번째입니다. 거의가 막걸리 얘기이고, 한 군데 소주에 관해 인터뷰했네요. 요즘 갑자기 이런 상황인데,  이런 때가 예전에도 한 번 있었어요. IMF 때."

- 막걸리 공장에서는 수출 물량을 못 대서 2교대 근무를 한다는 기사를 보았는데요. 백화점에서도 막걸리를 판매한다는 글도 보았고요.

"일부 몇 개 업체가 그렇죠. 그런 것들이 여러 가지 시너지 효과를 내긴 하지만, 문제는 지금 이런 상황이 얼마나 가느냐는 거죠. 3년, 5년 이상 가야 된다고 보는데, 그럴 수 있겠느냐는 거죠. 이 현상이 이어지기를 바라지도 않아요. 왜냐하면 막걸리가 좋은 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좋은 술이라고 한다면, 마신 사람들이 일체 후유증이 없어야 해요. 막걸리보다 고급이라고 하는 청주나 약주 쪽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 못하는데 심지어 막걸리는 더 안 좋은 상황이에요. 다만 도수가 낮기 때문에 실질적인 부담이 덜하긴 하지만, 좋은 술이라는 생각은 사실 안 듭니다.

또한 이게 인위적인 가공에 의한 맛이고 향입니다. 그러니 바람직한 양조문화는 아니죠. 이런 양조문화를 두고 외국의 소비자들이 우리 술이 이렇다고 고정관념을 갖거나 단정을 짓게 되면 이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문제입니다. 심지어 한국 막걸리를 한국의 대표 브랜드로 하면 어떻겠느냐 하고 질문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단연코 안 된다고 봅니다. 오히려 걱정이 앞서네요."

- 그래도, 막걸리하면 우리 전통술이라는 이미지도 있고, 예부터 우리 서민들 삶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는데, 한국 대표 술이 될 자격이 없는 건가요?

"네. 한국에서 막걸리는 가장 싼 술, 싸구려 술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제일 싼 술이면서, 맛도 향도 안 좋은데 한국 대표 브랜드가 된다면 그게 오히려 더 걱정스러운 일 아닌가요? '한국 사람들은 제일 싼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술이 되려면 외국 사람들에게도 먹혀야 합니다. 그럼 이 막걸리가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민족들에게 먹히고 있느냐, 이걸 생각해봐야 합니다. 중국 사람들이 우리 막걸리를 마시느냐? 아닙니다. 일본 사람들만 마십니다. 왜 일본 사람들만 우리나라 막걸리를 마실까,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그건 우리 막걸리가 가장 일본주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맛이나 제조방법이나."

왜 막걸리가 일본인에게만 먹히는 줄 아나? 

  
술 빚는 도구와 술
ⓒ 이지아
전통주

- 그런데 거기에서 말씀하는 일본주가 어떤 걸 말씀하시는지.

"사케를 비롯해서, 일본에도 일본 막걸리가 있어요. 우리나라 막걸리는 90%가 일본 사케 만드는 공정과 똑같아요. 균주도 일본에서 가져왔고, 제조방식도 똑같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맛이 비슷하겠죠. 익숙한 맛이고, 더구나 자기네 막걸리보다 더 싸니까 일본 사람들이 마시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팔리는 양주나 와인이나, 수입한 술이 우리 술보다 싼 술이 어딨습니까. 그러나 일본은 수입한 술이 자국 막걸리보다 쌉니다. 그러니 싼 맛에 마시는 거예요. 막걸리 인기가 일본 사람에게 국한되었다는 게 막걸리가 좋은 술이 아니라는 반증입니다. 서양 사람의 입맛에도 맞아야 바람직하죠. 일본 사람한테 먹힌다고 한국 막걸리가 세계화될 것 같은가요? 답은 나와 있습니다."

- 그러면 일본 제조방식이 아닌 한국 전통방식으로 막걸리를 만들면, 일본 사람들에게 안 맞을 수도 있다는 건가요?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비교할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대한민국에 우리 방식으로 만든 막걸리는 없어요. 있다 해도 시중에서 밀주 형태로 비정상적으로 거래되는 술이 고작인데, 이 술에서는 누룩 냄새가 엄청나게 나요. 불법 양조된 술인데, 누룩 냄새가 너무 납니다. 그런 술이라도 외국사람들에게 먹힌다면 상관없는데, 누룩 냄새 때문에 다 기피합니다."

- 원래 전통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술이 누룩 냄새가 나는 건가요?

"나는 아니라고 보니까 문제가 있는 거죠. 와인에서, 맥주에서, 어느 나라 술에서 우리나라 술처럼 누룩 냄새가 많이 나는가요? 없어요. 와인, 위스키, 맥주, 사케도 그렇고 향기 위주의 술입니다. 이런 좋은 향을 우리 젊은 세대들이 즐기고 마시는 거죠. 이런 사람들에게 누룩 냄새 나는 술을 내놓으면 마시겠어요? 안 마십니다.

또 하나 말하자면, 막걸리를 비롯해, 요즘 전통주라고 나오는 술을 보면 전부 기능성 약주입니다. 한국에만 이런 현상이 있어요. 일본에 사케가 2000종이 나오는데, 그런 술에 우리나라처럼 인삼 들어가고 복분자 들어가고 오가피 들어가고, 여러 가지 약재 들어가서 만들어진 술이 얼마나 될까요?

와인에 부재료가 들어가 있느냐, 위스키에, 중국 고량주에 우리처럼 부재료가 들어가 있느냐, 없잖아요. 그렇다면 세계인들의 공통된 양조 경향을 찾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우리만 한약재 넣어서 한약 냄새 풀풀 나는 술, 누룩 냄새 풀풀 나는 술을 만들고 있는데, 어떻게 이것으로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할 수 있겠습니까? 생산자와 소비자가 추구하는 게 다른데, 이게 세계화되겠냐는 거죠. 나는 이게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 우리 술이 세계화되려면 지금 방식은 잘못됐다는 거네요.

"예. 물론 일부 기능성 술도 있어야 합니다. 다 없애버리면 안 되죠. 그런데 이게 너무 편중됐어요. 그러다보니 한국에서 만들어진 술은 내다 팔 데가 없어요. 어느 시장에 팔아요? 왜 중국 사람들은 그 다양한 약재가 있음에도 순수한 고량주를 만들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와인도 다른 과실이랑 섞어서, 아니면 다른 기능성 식품들을 첨가해서 만들 수 있잖아요. 그런데 왜 안 만들까요? 맥주는 왜 보리로만 만들까요? 이런 걸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약주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들어진 술은 세계화된 게 단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는 약재 많이 들어간 술, 한약재 열 가지, 백 가지 들어간 술로 세계화 시키겠다고 하는데, 한약 냄새를 우리나라 사람 아니면 누가 좋아하냐는 거죠. 그래놓고는 지금 이 일시적인 현상을 갖고 우리 술을 세계화 시키겠다고 하는데,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또 지금 막걸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보면 세계화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 뻔히 보입니다. 세계 모든 나라들은 양조할 때, 인위적인 첨가물을 사용하지 못 하도록 규제하고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술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이 법적으로 열두 가지나 됩니다. 자유롭게 넣을 수 있어요. 그것도 영업비밀이라고 공개를 안 합니다.

다른 나라에선 식품첨가물을 못 넣게 하고 순수한 발효 쪽으로 가고 있는데, 우린 조미료덩어리를 마십니다. 세계인들이 귀가 없고 눈이 없어서 이 술을 마셔줄 것이냐는 겁니다. 그래 놓고는 '세계화' 떠들고 있습니다. 오히려 국가적인 이미지만 실추되지 득이 될 것은 하나도 없어요.

지금 세계화된 술을 보면 와인, 위스키, 맥주, 고량주, 데킬라, 이런 술들인데, 이 술들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그 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이라는 겁니다. 그럼 한국 사람들이 막걸리를 제일 많이 마시냐, 아닙니다. 한국 사람도 안 마시는 술을 세계 누가 인정해주고 누가 마십니까.

프랑스에서 만들어지는 와인 중 60%는 자국에서 소비하고 40%를 수출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 국민의 2%만이 막걸리를 마십니다. 전통주까지 포함해서 고작 2% 마시는 술을 가지고 세계화를 시킨답니다. 우리 술을 세계화 시키려면 추구해야 할 방향을 바로잡고 틀을 다시 짜야 합니다."

"국내산 전통술 98%가 기능성 약주, 세계화 되겠나"

  
지금까지 만들어진 술
ⓒ 이지아
전통주

- 사실 조금 당황스러운데요. 술에 좋은 약재 넣고 이러는 게 우리 방식이니까 더더욱 살려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거든요.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제가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지금 방식으로는 세계화가 안 된다는 겁니다. 한약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나 이게 먹혀들어가는 거지, 다른 나라 사람들은 한약 싫어합니다. 우리 젊은 세대도 한약 냄새 들어가는 거 싫어해요. 약 냄새가 술에서 난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국내에서 생산되는 전통술의 98%가 이 기능성 약주예요.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이 기능성 약주를 좋아해야 맞는거 아닙니까."

- 그럼, 이런 전통주들이 고전하고 있는데도, 왜 모든 약주들은 기능성으로 가고 있는 건가요?

"이게 웰빙 개념이랑 이상하게 맞물려 가고 있는 건데,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술은 기호음료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선택되는 대로, 순수한 그대로 만들어져야 해요. 사실 기능성 제품을 만든다면 그 기술은 독일, 일본, 미국이 우리보다 훨씬 앞서요. 그래도 그네들은 술을 만들 때 우리처럼 기능성 위주로 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오래 못 마시기 때문이죠. 약재가 들어가면 오래 못 마신다는 게 답입니다."

- 그러면 지금 판매되고 있는 막걸리가 세계화되어서는 안 되고, 기능성 약주도 세계화의 답이 아니라면, 어떻게 만들어야 세계화가 될 수 있는 건가요?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이 세계화될 수 있다고 전제를 해 봅시다. 그렇다면 술을 우리가 먹는 밥이라고 가정을 합니다. 밥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오곡밥, 영양밥, 나물밥 등. 그래도 우리는 아무것도 안 들어간 밥을 매일 먹어요. 기능적으로나 영양학적으로 나물밥이나 영양밥이 당연히 좋겠죠. 하지만 그건 특별할 때 먹는 밥이고, 왜 평소에는 그냥 밥을 먹느냐하면, 그건 물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쌀, 누룩, 물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술을 만들 수 있습니다."

- 방금 말씀하신 쌀, 누룩, 물만 가지고 만드는 술은 만들기 힘든가요?

"아닙니다. 오히려 약재가 들어갈수록 더 어렵습니다."

- 그런데 왜 자꾸 약재를 넣는 건가요, 안 넣으면 가격도 더 싸질 것 같은데.

"이런 현상이 지자체가 되면서 더 심해졌어요. 지역 농산물을 팔아야 하는데, 소비촉진을 시키기 위해 술에 뭐라도 넣어라 이렇게 된 거예요. 지역특산물을 넣어야 지원을 받고, 지원을 받아야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겁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소주와 막걸리는 전통주 아냐"

- 얼마 전 <소비자 고발>이라는 프로그램에, 소주 첨가물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요. 사실, 소주맛이 원래 그런 거려니 하고 마셨다가, 그게 소주맛이라기보다는 첨가물 맛이란 걸 알고 깜짝 놀랐어요.

"싼 재료로 주정을 만들어서 물 타고, 맛이 없으니까 여러 가지 조미료 넣어가지고 만든 술이 희석식 소주예요. 그러니 가격이 싸요. 사람들은 이 싼 술만 마십니다. 소주는 싼 술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안동소주 같이 제대로 만들어서 제값 받는 비싼 술이 나중에 만들어졌어요.

싼 술을 마셨던 사람들에게는 이 안동소주가 턱없이 비싼 술같이 느껴지겠죠. 그래서 이게 안 팔려요. 그런데 처음부터 안동소주 같은 술을 접해 왔더라면 이 희석식 소주가 안 팔리겠죠. 정상적으로 만들어진 술은 저렇게 비싼데 왜 이 술은 이렇게 쌀까, 이런 의문을 품게 되겠죠. 막걸리도 마찬가지고요."

- 처음부터 첨가물을 안 넣으면 되지 않나요. 

"그러면 술값이 올라가요. 비싸면 안 팔리고 소비가 줄어들고, 그러면 결국 세금이 줄어듭니다. 그러니 원가를 낮추는 방법에서 희석식 소주가 만들어지고 가격이 싸니 사람들이 많이  마시게 되죠. 지금도 주세 가운데 소주 세금이 얼마나 높습니까. 국가정책적으로 재정수입원이 되니까 장려한 것이 지금까지의 양조방식이고, 양조산업의 실체입니다. 과거에는 돈이 없었고, 먹고 살기 힘들어서 싼 술을 만들었다 해도, 지금은 좋은 술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미 소주는 싼 술이라는 이미지가 박혀버렸어요."

- 사실 저도 그렇지만, 한국 사람들이 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니까 더더욱 제대로 만든 술이 안 팔리는지도 모르겠네요.

"술 만드는 회사에서 술 만드는 방법은 제조비법이라고 해서 공개를 안 하는데, 일반인이 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나이 든 사람들이나 당신들 경험에 의해 어떻게 했다는 걸 알지, 그것이 제대로 전수되지 않았죠. 술 만들어 본 사람들은 자식들한테 힘들다고 하지 말라고 하는 실정이었죠.

그런데 요새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술은 힘든 게 하나도 없어요. 쉽고 편하게, 빠른 시간 안에 만들어진 것 중에 좋은 게 어디 있어요. 사람 욕심은 맛있고 몸에도 좋고 값도 싸고, 이런 걸 원하지만 세상에 그런 게 어딨습니까. 몸에 좋고 맛있으면 비싼 게 맞아요. 그런데 소비자들은 싼 술만 찾습니다."

- 그럼 소장님은 지금 팔리고 있는 소주와 막걸리를 전통주라고 보시지 않는 거네요.

"그렇죠. 누구도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소주와 막걸리를 전통주라고 하지 않습니다."

"밥으로 먹는 재료로 만든 술이 전통주"

- 그럼, 선생님이 정의하시는 전통주는 어떤 술인가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재료, 밥으로 먹는 재료로 만든 술이 일차적으로 전통주입니다. 한국사람들이 밥으로 먹는 게 쌀입니다. 밀가루를 쌀이라 하지는 않아요. 그렇다면 전통주는 쌀로 빚는 술이고, 그 쌀이 열 가지나 됩니다. 쌀, 보리, 조, 수수 등등."

- 재료가 쌀이라고 해서, 전통주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닐 텐데요.

"일본도 쌀로 술을 빚는데 멥쌀로만 빚습니다. 그게 사케예요. 일본은 재료 선택폭이 단일해요. 그러나 우리는 폭이 넓어요. 일본술은 쌀 누룩으로 빚는데 우리는 밀 누룩이 발효제입니다. 우린 야생의 균이 증식된 누룩을 쓰고, 일본은 배양균을 접종한 균을 증식시켜 씁니다. 발효체가 다르고 제조방법도 다르고, 미생물의 분포도 달라요."

- 우리만의 고유한 술빚기 방식이 있는데, 왜 일본식 제조방법을 따르고 있는 건가요?

"우선 싸게 할 수 있어요. 우리 술 재료가 열 가지이면 열 가지에 대한 비교 분석도 해야 합니다. 제가 찾은 누룩만 60여 가지인데, 어떤 누룩이 어떤 재료와  만나서 술이 만들어졌을 때 좋은 향이 나고, 좋은 맛이 나고 향이 어떻게 된다 하는 연구가 단 한 건도 없어요.

이런 연구를 하려면 미생물 연구를 해야 하는데, 어마어마한 돈이 듭니다. 그러니 아무도 연구를 안 해요. 국가에서도 안 하니, 개인이 이걸 어떻게 합니까. 일본은 우리보다 기술이 백 년이나 앞서요. 백 년 앞선 기술을 가져다 쓰면 쉽죠. 로열티만 주면 되니까, 기업들이 그렇게 하는 거죠. 일본 술에 질 수밖에 없어요."

- 그동안 기업에서 연구비를 댄다든지, 소장님께서 만든 술을 제조해서 판매하자는 등의 제의가 없었는지 궁금해지는데요. 

"연구비를 댄다고 한 곳은 없었어요. 저한테 배워서 상품화하는 사람은 이제 하나 둘, 생겨나고 있습니다."

- 현재 팔리고 있는 술들이 전통주가 아니라면, 선생님께서 직접 만들어서 파실 생각은 없으세요?

"하고 싶죠. 얼마든지. 다만 돈이 없어서 못 하는 겁니다. 도와주겠다는 사람도 없고요. 그렇다면 국가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나같은 사람은 경제성이 없다, 해보지도 않고 대량생산이 안 된다', 이런 얘기나 하고 있어요." 

- 개인적으로 주문을 하시는 분은 없나요.

"그런 사람은 있지만, 그것이 불법인 한은 제가 안 해요."

- 식당에서 레몬소주를 만들어 파는 것도 불법이라고 들었는데요.

"다 불법입니다. 나눠주는 것도 불법이고요, 원칙적으로는 내가 만든 술, 나만 마셔야 합니다."

- 연구소에서 술 만드시는 것은 상관없구요?

"만드는 것은 상관없어요. 그러면 그 만든 술은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나눠주지도 못하게 하고. 내가 만든 술에다 다른 것을 좀 넣어서 다양하게 맛을 변화시켜보고 싶은데, 그런 것도 불법이고. 팔지도 못하게 하고, 그럼 이거 하지 말라는 이야기죠."

- 그러면 전통주가 살아나기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뭐라고 보시나요.

"막걸리 하나를 예로 든다면, 사람들이 다양한 막걸리를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체험할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 그런데, 다양한 막걸리를 만들어 나눠주는 게 불법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러니까, 그 기회를 가지려면 법이 개정되어야 하겠죠. 하지만 법을 고친다고 해서 술이 발달한다고는 말할 수 없어요. 다양한 맛의 막걸리를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소비자들이 체험할 수 있으면 모든 문제는 해결돼요. 왜 다양한 제품이 안 나오나, 생각을 할 테고 제도적인 문제, 법적인 문제 다 알게 되겠죠."

- 전통주가 살아나기 위해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은 뭐라고 보세요.

"국산쌀을 쓰면서도 수입쌀을 쓴 사람하고 경쟁력을 가지게 하려면, 그만큼의 원가 차이를 보조해줘야겠죠. 그게 정책입니다. 또한 우리 누룩 연구해서 우리 술 빚게 하려면, 기술적인 미생물에 대한 연구를 해서 기술을 공급해 줘야 합니다. 양조농가에 대한 기술지원도 이뤄져야 할 것이고, 물론 이런 부담을 생산자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 원칙이겠지만, 국가에서 산업화를 유도를 하고 활성화를 시킨다고 하면, 그런 정책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전통주를 전담하는 직원도 필요해요. 직원들 보면 다른 업무가 더 많아요. 조금 있으면 다른 데로 승진해서 가버리고. 언제 일관된 정책을 만듭니까."

- 갈 길이 머네요.

"네, 어떻게 보면 답이 없어요. 어떻게 보면 참 간단한 문제인데,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복잡하고. 주세법부터 완전히 뜯어고쳐서 우리 것에 맞게 틀을 고치자고 하는데, 그러다 보면 기존 업체들이 엄청나게 반발하겠죠. 술에 첨가물 못 넣게 하면 소주가 만들어집니까, 기존 막걸리 업체는 맛이 없어서 술을 못 팔 거고, 난리일 텐데.

그러나 좋은 술을 만들려고 하는 노력이 전제되어 있는 한 그런 불평불만이 나올 수가 없겠죠. 답은 간단해요. 술에 식품첨가물을 못 넣게 하면, 생산자는 기술 개발에 전력, 투자할 것이고, 그러면 양조산업 전체가 발달하겠죠.

그나마 지금 막걸리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것도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참 다행한 일입니다. 25년 전에 벌써 이런 현상이 일어나야 했는데 이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거죠. 와인 열풍이 불고, 사케 열풍이 불고. 전통주는 끝났다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전통주에 대한 진가는, 인기는 살아날 겁니다."

'우리 술은 싸야 한다'는 강박증이 전통주 발전 막아

- 지금까지 전통주에 대해 여러 가지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우리 전통주는 어떤 장점이 있는건가요?

"우리 술은 우리만의 문화고 역사이며, 우리만의 제조방법을 간직하고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밥으로 먹는 주식으로 술을 만드는데, 이 이상 합리적인 양조원료가 있겠어요? 밥을 통해서 그 주재료의 위해성, 건강성을 입증한 셈이죠. 밥이 되는 재료로 술을 만든다는 사실 자체가 제일 중요합니다. 밥으로 먹는 재료로 술을 만드는 민족이 세계에 어디 있습니까.

중국 사람들은 쌀밥을 먹는데, 수수로 고량주 만들고요, 독일 사람들, 영국 사람들은 빵 먹는데 보리, 포도로 술 만듭니다. 멕시코 사람들 빵 먹어도 선인장으로 술 만들죠. 그런데 우리는 밥 먹는 재료로 술 만듭니다. 이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멥쌀 하나로 이천 가지 사케를 만들고 있는데, 우리는 열 가지 재료를 가지고 왜 다양한 술을 못 만들겠습니까."

- 이러한 전통주의 우수성을 다른 나라 사람들도 알아볼까, 하는 의문점이 생기는데요.

"며칠 전에 국내 최고 소믈리에가 여기 왔어요. 350ml에 600만원 하는 와인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 와인을 우리 직원들이랑 마셨어요. 그리고는 그 소믈리에한테, '이거 내가 빚은 술도 아니고 여기 학생이 빚은 막걸리다. 당신이 와인 전문가이니, 이 막걸리를 와인이랑 비교해서 가격을 매긴다면 얼마나 되겠는냐'하고 물어봤어요.

500ml도 아니고 350ml 막걸리를 주면서 '업체 이익이랑, 세금이랑 전부 넣어서, 와인이랑 똑같은 공식으로 얼마 정도 되겠느냐'하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31만원 정도 되겠다고 했어요. 상상이 갑니까. 정상적으로 술을 만들면 그만큼 가격이 나온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술을 아예 만들 생각이 없어요. 어떻게 하면 한 병에 1000원, 1200원, 1300원해서 단 얼마라도 남보다 싸게 만들려고만 합니다." 

- 그러면 돈 없는 사람들은 술도 못 마시냐, 하는 얘기가 나올 법도 한데요.

"아니죠. 그 뜻은 아니고, 술이 술다운 술이 되려면 제대로 빚고, 그에 상응한 대가를 지불해야된다는 얘긴데,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싼 술만 만들까, 이런 궁리만 하니 그 문제를 말하는 겁니다. 와인은 비싸도 되고, 우리 술은 싸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게 잘못됐다는 겁니다. 체험할 기회를 주고 맛을 본 사람들이 좋은 술이라고 한다면, 이 술이 생산원가가 얼마인 줄 아냐, 실제 생산원가를 가르쳐 줘야겠죠."

- 전통주를 연구하시게 된 계기가 술을 좋아하시는 아버님께 좋은 술을 드시게 하려고 그랬다는 글을 보았는데요, 아버님은 소장님이 만드신 술을 많이 드셨는지 궁금해요.

"그렇게 많이 드신 편은 아닙니다. 아버지 주량이 하도 많아서, 그만큼을 감당할 수 없었고, 제가 공부하고 연구하는 데 주력을 하다보니, 원하는 때, 그만큼 많은 양의 술을 못 드리게 됐어요. 돈이 없어 항상 쪼들리다 보니 그렇게도 됐고. 또 전통주가 마셔도 아무 부담이 없고, 맛있고 그러니 드시기는 한데, 내가 만든 술이 숙취가 없다보니 더 많이 드시게 돼요. 그래서 우리 가족들은 아버지께 술 드리는 것을 전부 반대합니다. 보내지 말라고 하죠."

- 반면 소장님은 정작 술을 못 드신다는 기사를 봤는데요. 술 연구하시는 분이 술을 잘 못마신다는 게 얼핏 잘 이해가 안 가던데요.

"맛만 보면 되죠. 꼭 삼켜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사라진 술, 맥이 끊어진 술을 복원한 뒤에는 마십니다. 이 술이 마셔도 되는 술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잖아요. 성분 분석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들고, 제가 직접 마시는 것은 돈이 안 드니까 그때는 제가 마십니다. 저 같이 술 못하는 사람이 과음을 해도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해야 되지 않겠어요. 술을 한 가지 복원하면 900ml까지 마셔요. 거의 나팔 불 듯이 마십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일어나서 알러지가 있는지 없는지, 숙취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한 다음, 괜찮은 술만 교육을 시킵니다." 

"술 배우는 사람 젊어진 건 성과... 전통주 계속 알릴 것"

- 연구소 홈페이지를 보니까 기초반부터 전문가 반까지 술빚기 강좌가 많던데요. 보통 어떤 분들이 배우시나요.

"가정 주부도 있고, 그간에 술 마셔보면서 숙취 때문에 고생을 했거나, 몸이 나빠지거나 해서, 전통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있고, 또 나이가 들수록 옛날 생각이 나서 배우시겠다는 분도 있어요. 이걸 사업화해서 돈을 벌어볼까 하는 사람도 있고. 그래도 상당수는 건강을 생각해서, 몸에 해롭지 않은 술을 마시고 싶다고 해서 찾아옵니다."

- 수강료를 보면서 조금 비싼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비싸다고 하면 술을 모르는 거고, 싸다고 하면 술을 아는 사람입니다. 다른 데보다는 조금 비쌉니다. 다른 곳은 지자체에서 운영을 하거나, 기업에서 운영하거나,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니까요."

- 여기 연구소 말고도 술빚기 강좌를 여는 곳이 있나 보네요. 

"제자들이 하는 데도 전국에 4군데가 있고, 농진청에서 하는 데도 있고, 기업에서 하는 데도 있어요."

- 지금까지 수백 종류의 전통주를 복원하신 걸로 아는데요,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술이 있었나요. 

"율무쌀로 빚은 술이 그랬어요. 양조 재료가 좋지 않다는 증거입니다. 주독이 심했어요. 얼굴이 새파랗게 되고, 맞은 듯이 며칠 가도 사라지지 않고. 반점도 생기고 가렵고, 숙취도 있고."

- 그럼 반대로 이 재료는 놀랍다, 하는 것도 있을텐데요.  

"몇 가지가 있는데 찐떡으로 빚는 술, 술 이름을 얘기하면 '동정춘'입니다. 개떡으로 만든 술인데, 개떡하면 '맛없는 떡' 이런 이미지가 있어요. 그러나 그 술은 향이나, 풍미, 맛에서 600만원짜리 와인도 따라올 수 없어요. 아까 말한 31만 원짜리 막걸리는 삶은 떡으로 빚은 건데, 좋은 만큼 술빚는 과정이 힘들어요."

- 전통주를 복원하려 전국을 다니셨다고 하셨는데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망신당했던 적이 있는데요. 안동 하회지방에 석감주라는 술이 있다고 해서 물어물어 어렵게 석감주를 만든다는 사람을 섭외했어요. 그 술에 대한 얘기를 듣겠다고 안동까지 갔는데, 가보니 석감주가 술이 아니라 식혜인 겁니다. 석감주 만드는 사람을 찾기 위해 엄청 고생을 하면서 거기까지 갔는데. 그 사람한테 참 창피했어요. 

또 가로술이라고 하는 게 있다고 해서, 정말 어렵게 찾아갔습니다. 역시 안동 지방에서 전승되고 있는 술인데, 술을 빚으시는 분이 내 증조할머니 뻘이었어요. 그때 말 그대로 그 집안의 풍속, 문화까지 다 알게 되었죠.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술 시작한 지 그때 12년쯤 되어서 대한민국에서 나보다 술 잘 아는 사람 없다고 기고만장할 때였는데, 가서 술 만드는 것 보고는 완전 기가 꺾였어요.

술이 어렵고 무서운 거구나, 그때 알게 됐어요.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그 전에 배운 술은, 술빚기 축에도 끼지 못하는, 그냥 게으른 사람이 마구잡이로 빚는 술이었지, 정말 명문가에서 빚었던 술, 명주는 아니었죠. 그것이 단초가 되어 돌아다니면서 술 배우는 것은 그만하고, 맥이 끊어진 술을 찾아보고 복원하는 작업을 시작했어요."

- 연구소를 운영하신 지 십여 년이 됐는데요, 지금 현재 어느 정도 전통주 연구에서 성과를 이루고 있다고 보세요? 

"술 배우겠다는 사람들, 공부하겠다는 사람들이 훨씬 젊어졌다는 것, 또 과거는 여성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남성 중심으로 성별 변화가 생겼다는 게 성과라면 성과이죠. 그게 제가 기대하는 수준에 가장 맞아 떨어진 거네요. 젊은 사람들이 우리 술에 관심을 가졌다는 게 가장 바람직한 것이고. 술에 한정해서 본다면 제 기대치에는 너무나 못 미치고 있어요. 그 기대치가, 하고자 하는 꿈이 겁 없이 커서 그런지 아직 만족을 못해요."

- 그럼 앞으로 전통주연구소를 통해서, 어떤 일들을 더 하고 싶으신가요.

"누구라도 전통주를 배우고 싶다고 하면 아무 부담 없이, 기간이 얼마가 되든 제대로 배워서, 나눠마시든지 사업을 하든지 할 수 있는 그런 과정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형태의 교육과정이면 좋은데, 아니면 유사한 거라도 마련이 되면 좋겠어요. 

전통주가 이 땅에 자리 잡아야 하는데요, 일본술도 아닌, 한국술도 아닌 술이 주인 형세를 하는 것도 마음이 아픕니다. 어떻게 바꿀 것인가 생각하면 마음이 조급한데,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고요. 시간이 주어진다면 전통주가 지금보다 대중에게 더 가까이 갈 때까지 뭔가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게 주어진 인터뷰 시간은 한 시간이었지만, 시계는 벌써 일곱 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저녁 7시 강의 전에 저녁 식사를 하셔야 한다고 인터뷰 약속을 잡는 날 미리 말씀을 해주셨지만, 이날 소장님은 결국 저녁 식사를 하시지 못하신 채 강의에 들어가셨다.

그만큼 전통주에 대해 나누고 싶으신 이야기가 많으신 게 아닐까 싶다. 우리 전통주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나누고 싶은 그 마음이 인터뷰 내내 전해졌다. 인터뷰 내용을 자르고 잘랐지만, 이렇게 긴 인터뷰 기사가 된 데에는 소장님의 전통주에 대한 열정과 욕심이 내게도 전염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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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일간의 국제열차 기행
▲내추럴 트래블러/최범석 지음
최범석 씨는 미국 보스턴에서 공부할 때 유럽으로 간다. 프랑스 파리에서 체류하던 중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집으로 돌아오기로 한다. 귀국 방법은 인천국제공항까지 12시간 정도 걸리는 비행기 탑승이 아닌 기차를 타고 오는 것. 국제열차를 타고 파리 동역을 출발해 독일 베를린, 폴란드 크라코프와 바르샤바, 리투아니아 빌니우스, 에스토니아 탈린, 핀란드 헬싱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 몽골 울란바토르, 중국 베이징과 칭다오를 거치는 장장 33일의 여정을 선택했다.

그러는 동안 그는 기차 안에서 또는 하룻밤 내지 2-3일 동안 머문 도시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402쪽에 달하는 책으로 펴냈다. 책 표제는 ‘내추럴 트래블러’. 세계 제2차세계대전 때 국외로 탈출한 유대인 핏줄의 남편과 50년간 생이별한 뒤 요양원에 들어가 있던 80세 고령의 남편과 재회한 독일인 할머니, 20여년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9개월 동안 세계여행 하는 전직 대학교수인 호주 여성, 천사 같은 친절함을 보여준 핀란드 유스호스텔 여직원, 모스크바를 오가며 자국 국경을 넘을 때 군인에게 무려 2000달러의 뇌물을 건네며 불안에 떠는 보따리장수인 몽골 여성 등등 별의별 사람들이 나타난다. 주서독 대사관 외교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중학교 시절부터 독일과 미국에서 공부한 저자는 현재 차범근 감독과 차두리 선수의 에이전트이기도 하다. 최범석 지음. 책세상. 1만4500원. 류용규 기자 realist@daej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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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왕산 鶴학巢소島도에서 최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