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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말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평상시와 마찬가지로 앞뜰로 나갔는데, 구구가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는 진돗개 삼총사가 동시에 현관에서 나오는 나를 맞이하는데.

서울이와 학순이가 평소와는 달리 안절부절하는 모습에 나는 대뜸,

"이 녀석 구구, 또 집밖으로 탈출했군. 아이 참 정말...."

과거에 이 녀석이 종종 집밖으로 나가 사고친 기억으로 바짝 짜증나고 화가났다.

담 너머로 구구를 불러보았지만 구구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구구가 뜰 한켠에 누워있는 모습이 보였다.

놀란 가슴으로 가까이 다가가 보니 구구의 몸은 이미 식어 있었다.

이렇게 나는 구구와 갑작스럽게 이별을 하게 되었다.

내가 학소도로 처음 돌아올 때,

그러니까 1999년 12월부터 내내 나와 함께 지냈던 구구가 그렇게 떠났다.

나만 충격을 받은 게 아니었다.

구구를 특별히 아끼시던 어머니께도 한동안 그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구구와 한시도 못떨어져 있던 학순이도 

그 충격으로 한동안 우울증 증세를 보이더니

3개월 뒤에 구구를 따라 갔다.

10년 가까이 나의 친구이자 가족이었던 구구와 학순이.

학소도와 하나였던 두 충견의 빈자리가 아직도 너무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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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소도에서 태어난 학순이(2001년 6월 19일) - 신기하게도 무남독녀로 태어났다

   

 

 

학소도 텃밭의 소나무 아래 잠들어 있는 구구와 학순이.

부디 학소도에서 보낸 세월이 행복한 시간이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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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왕산 鶴학巢소島도에서 최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