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범석입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선사하는 풍요로움과 여유로움 속에서 어떤 절실함을 새삼 갈망하게 됩니다. 붉게 물들어 가는 단풍잎을 보면서 자연의 강한 열정을 느끼고, 동시에 그것의 부재로 괴로워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종종 '인왕'이에 대한 안부를 물어오시는 분들이 계신데, 건강하게 무럭무럭 하루가 다르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동물학자들에 의하면 개의 나이 한 살은 인간의 나이 스물한 살과 같다고 하는데, 인왕이가 이제 4개월이 조금 넘었으니 인간으로 치면 대략 일곱 살이 되겠죠. 그래서 그런지 정말 개구쟁이랍니다. 그야말로 '천방지축'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죠. 얼마 후면 진도에서 인왕이 '여자친구'가 될 암컷 강아지를 가져올텐데, 그럼 좀 점잔아 질려나 모르겠네요.

혹시 애견가이시거나 개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이번에 제가 정리해서 올려놓은 '애견백과' 사이트를 한번 방문해 보세요.

<월간 지오GEO> 11월 호에서는 '시베리아횡단열차'에 대한 나의 글을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 사진작가
게르트 루드비히의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에 오픈한 사이트 3곳을 추천합니다.

1) 무지개운동 - http://www.ecorainbow.or.kr

*청소년들을 위한 환경/생태계 보호 운동

2) <월간 지오GEO> - http://doobee.com

*전세계 6개국 언어로 발행되는 생생한 다큐멘터리 잡지

3) 한국견협회 - http://koreandog.com

*천연기념물 제53호 진돗개의 보호와 육성에 힘쓰는 한국 최고의 애견단체

이달의 추천 sites

 

벗나무 아래에 긁어모은 낙엽의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의 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바람이나 없는 말이면 그 연기가 얕게 드리워져 어느덧 뜰 안에 가득히 담겨진다. 낙엽 타는 냄새같이 좋은 것이 있을까. 갓볶아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 갈퀴를 손에 들고는 어느 때까지든지 연기 속에 우뚝 서서 타서 흩어지는 냄새를 맡고 있노라면 별안간 맹렬한 생활의 의욕을 느끼게 된다. 연기는 몸에 배어 어느 결엔지 옷자락과 손등에서도 냄새가 나게 된다. 나는 그 냄새를 한없이 사랑하면서 즐거운 생활감에 잠겨서는 새삼스럽게 생활의 제목을 진귀한 것으로 머릿속에 떠올린다. 음영(陰影)과 윤택과 색채가 빈곤해지고 초록이 전혀 그 자취를 감추어 버린 꿈을 잃은 헌축한 뜰 복판에 서서 꿈의 껍질인 낙엽을 태우면서 오로지 생활의 상념에 잠기는 것이다. 가난한 벌거숭이의 뜰은 벌써 꿈을 메우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탓일까. 화려한 초록의 기억은 참으로 멀리 까마득하게 사라져 버렸다. 벌써 추억에 잠기고 감상에 젖어서는 안 된다. 가을이다. 가을은 생활의 시절이다. 나는 화단의 뒷자리를 깊게 파고 다 타버린 낙엽의 재를 -- 죽어 버린 꿈의 시체를 -- 땅 속 깊이 파묻고 엄연한 생활의 자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안 된다. 이야기 속의 소년같이 용감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 중에서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은 생명에게 '예'라고 대답하는 일이다.

미래에 대한 우리의 신뢰를 확인하는 일이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은 과거에 대한 우리의 빚을 인정하는 일이다.

씨앗은 결코 무에서 창조되지 않았으므로.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은 자연이 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다.

자연 안에서 모든 생명체가 서로 의존하고 있으므로.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은 과거의 잘못에 대한 슬픔의 표시이다.

우리는 은혜로 받은 생명을 당연하다고 잘못 알았었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은 스스로 자연에 대해 선언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몸담고 사는 이 대지를 지키기 위해.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은 삶을 들어올리는 일이다.

나무는 바라보기에 즐겁고 영혼을 하늘로 들어올린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은 영적인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생명 나무의 가지들이며, 삶과 죽음을 함께 나눠 갖고 있기에.

<나무 한 그루를 심는 것은> -- 시몬스 목사  

"그것은 사르락 사르락 댓잎을 갈며 들릴 듯 말 듯 사운거리다가도, 솨아 한쪽으로 몰리면서 물 소리를 내기도 하고, 잔잔해졌는가 하면 푸른 잎의 날을 세워 우우우 누구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였다 <중략> 그저 저희끼리 손을 비비며 놀고 있는 자잘하고 맑은 소리, 강 건너 강골 이씨네가 살고 있는 마을에서 이쪽 대실로 마실 나온 바람이 잠시 머무는 소리, 어디 먼 타지에서 불어와 그대로 지나가는 낯선 소리, 그러다가도 허리가 휘어질 만큼 성이 나서 잎사귀 낱낱의 푸른 날을 번뜩이며 몸을 솟구치는 소리, 그런가 하면 아무 뜻없이 심심하여 제 이파리나 흔들어 보는 소리, 그리고 달도 없는 깊은 밤 제 몸 속의 적막을 퉁소 삼아 불어 내는 한숨 소리, 그 소리에 섞여 별의 무리가 우수수 대밭에 떨어지는 소리까지라도 얼마든지 들어 낼 수가 있었다."

- 최명희의 <<혼불>> 중에서

여행이 있었다. 항상 있었다. 모든 것은 여행이었다.(12)

텔레비전 - 일종의 신, 일종의 전등불

나를 나이게 한 이 모든 익숙한 거리, 젖은 나무들의 슬픔, 인도에 고여 있는 물과 아스팔트에 비치는 네온사인, 과일가게와 정육점의 불빛에서 도망치고 싶었다.(17-8)

내 방에 들어가 다른 사람의 물건을 볼 때처럼 침대를 보았다. 책상에 놓여 있는 다른 책들.....그리고 나를 이 옛날 세계에 묶이게 하는 내 물건들을 보았다.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했다.(55)

"그래도 어떤 곳을 향해 가고 있다면 인생은 아름다운 거야"라고 자난은 말하곤 했다.(100)

"부정과 악인들은 사실상 세상 어느 곳이나 있다!"라고 생각한다....."중요한 것은 인간이 자신 속에 있는 선(善)을 유지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148)

사랑은 누군가를 격렬하게 안는 것, 그와 같은 곳에 있고 싶어하는 그리움이다. 그를 안고, 모든 세상을 바깥에 두고자 하는 열망이다. 인간의 영혼에 안전한 피난처를 찾고자 하는 그리움이다.(297)

그는 "오늘날 우리는 패배했지. 서구는 우리를 삼켰어, 짓밟고 지나갔지. 우리의 수프, 사탕, 팬티까지 모든 곳에 들어와 우리 일을 끝내고 말았다. 그러나 어느 날, 천년 후 어느 날, 이 음모를 포기하고 그들이 우리의 수프, 껌, 영혼 속에서 필연코 물러나 갈 걸세. 복수를 해야 하지. 이제, 박하 사탕을 먹게나. 그리고 쓸데없이 울지 말게." 이것이었던가. 내가 찾던 위로가, 모르겠다.(348)

<작품해설> 중에서

"오르한 파묵의 소설에서는 터키 사회의 주요 문제가 중요한 모티프를 형성한다. 지정학적인 면에서 두 문화 사이에 끼인 터키 사회의 민족적 정체성 문제 즉 오스만 제국의 서구화 산고, 국제 이해 관계의 틈바구니에서 현대 터키에서 나타나는 정체성 문제까지도 그의 소설에서 나타나고 있다. (.....) 그의 소설을 비판 의식의 체를 걸러나온 텍스트이다. '개인'이 집약적으로 표현된 그의 소설에서 비판적인 서술이 가장 많이 묘사된 부분은 사회적 내용의 서술 부분이다"라고 평론가 일디즈 에제비트Yildiz Ecevit는 <<오스한 파묵 읽기>>라는 책에서 언급하고 있다.

<<새로운 인생Yeni Hayat>> 오르한 파묵Orhan Pamuk 장편소설/이난아 옮김/민음사

사랑이란 무엇인가.

다양한 사람들만큼이나 사랑 역시 각양각생으로, 그것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른 유형의 사랑이 존재함은 물론 개인과 그 심리 변화에 따라서도 사랑은 수천 수만 가지로 모습을 바꾼다.

이 작품집을 관통하는 유일한 주제는 사랑이다. 작가들은 사랑의 다양한 유형들을 보여주면서 그런 다양함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랑의 주체, 즉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개중에는 연인들의 낭만적인 사랑에서부터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 인류애로까지 확대되는 아름다운 사랑이 있는가하면, 본질에서 벗어난 왜곡되고 변질된 사랑은 사람의 인생을 황폐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작품들을 번역하는 동안 개인적으로는 사랑의 시작과 발전, 갈등과 반전에 따른 여러 양상들을 다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었고, 그것은 사람과 인생&#40001; 폭넓게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독자들에게도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음미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한 세기를 마감하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지금, 다양한 가치관이 혼재하는 격한 소용돌이 속에서 급속한 변화에 적응하는 일도 시급하지만, 여태껏 우리가 살아 온 모습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일 역시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사랑은 인생을 이끌어 가는 큰 힘을 뿐 아니라 문학을 비롯한 고금의 모든 예술 분야에 단골로 등장하는 주제다. 이를테면 인류 불면의 테마가 곧 사랑인 것이다. 사랑을 정형화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이쯤에서 과거 사랑의 유형을 돌이켜보고 다가오는 시대에는 또 그것이 과연 어떤 형태로 변해갈 것인가를 예측해 보는 것도 한 가지쯤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싶다. 비록 시대의 흐름에 따라 형태를 달리할 수는 있겠지만 인류의 역사가 존속하는 한 사랑 역시 그 생명을 영원히 이어갈 것이므로.

[옮긴이의 후기] <<견딜 수 없는, 미쳐 버리고 싶은>>

밀란 쿤데라 외 10명 지음/장석영 옮김/현실과 미래 출판

<지도 없는 여행>의 손님이신 당신에게 소식을 듣는 것이 제게는 큰 행복입니다.범석생각 Das Ende 

추신) 당신의 존재를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 일산 문촌마을에서 최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