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채소 모종

[커버스토리] 안전 일생을 위한 위기탈출 73계명
[매일경제] 2011년 03월 29일(화) 오후 09:34
 

일본 대지진을 보면서 평생 사고 당하지 않고 사는 것도 축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은 살 만한 곳이지만 안전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도처가 지뢰밭이기도 하다. 어떤 사람은 엄마 뱃 속에서 죽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장례식날 장지에 따라오는 사람들을 죽거나 다치게 하기도 한다. 우리가 평생 지켜야 할 안전 기본 수칙, 그리고 자연재해 대처법을 정리했다.

나이대별 사고 유형과 대비 포인트
안전사고는 나이에 따라 그 유형도 달라진다. 영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의 안전은 본인도 챙겨야 할 일이지만 부모, 학교, 사회가 보살펴줘야 할 일이다. 가정교육의 덕목 가운데 빠트리지 말아야 할 것이 안전교육이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 또한 안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에 사실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부모 자신들도 모른다. 그래서 ‘차 조심 해라’만 평생 반복하게 된다.

영아(출생부터 1세까지) 안전
01 흔들린 아기증후군 주의 예쁘다고 흔들면 아기는 까르르 웃지만, 이것은 자칫 대뇌에 충격을 주어 장애가 올 수 있다.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아기를 업거나 무등 태우고 뛰는 행위도 절대 금물.

02 엎어 재우지 않는다. 아기를 엎어 재우는 행위가 영아 돌연사의 확실한 위험 인자로 밝혀졌다. 푹신하고 무거운 이불도 피해야 한다. 푹신한 이불이 아기의 호흡을 방해할 수도 있다.

03 젖을 문 채 잠자지 않게 한다. 호흡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엄마가 같이 잠드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엄마의 젖가슴이 아기의 코와 입을 동시에 막아버릴 수도 있다.

04 처방 없이 약을 먹이는 행위는 금물이다. 특히 아기가 감기에 걸렸을 때 효과 빠른 감기약을 먹이는 경우도 있는데, 혈소판이 감소되거나 간에 손상을 줄 수 있는 행위다.

05 혼자서 몸을 뒤집기 시작하면 낙상에 대비해야 한다. 아기 침대는 꼭 난간이 있는 것으로 한다.

06 물건을 입에 가져가기 시작하면 조각으로 분리되는 장난감을 모두 치워버린다.

07 약품이나 전기, 뜨거운 물건을 아기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08 가정 익사 사고도 이때 발생하기 쉽다. 마당의 연못에 안전 담을 설치하고 욕조에 물을 받아두는 일을 금한다.

09 창문에 안전창과 방충망을 설치하고 베란다나 창문 근처에 책상 등 아기가 창문에 접근할 수 있는 물건을 놓지 않는다.

10 화상은 특히 주의해야 할 안전사고다. 늘 벨브를 잠궈두고 레인지의 조절장치가 아기 손에 닿지 않도록 조치한다. 또한 음식 조리 시 냄비 손잡이를 아기가 잡을 수 없도록 위치를 잡아준다.

유아(2세부터 6세) 안전
11 자동차 동승 시 뒷좌석에 앉히고 유아 전용 의자와 안전띠를 매준다.

12 대형 마트서 쇼핑할 때 아기를 카트에 태우는 경우가 있는데, 꼭 안전벨트가 있는 카트에 태운다(2011년 상반기 실시 예정).

13 사탕은 가급적 먹이지 않는다. 꼭 먹여야 한다면 목구멍 보다 작은 크기의 사탕을 준다. 특히 막대사탕은 물고 다니다 앞으로 넘어질 경우 기도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14 걷고 뛰기 시작하는 나이라 집안 곳곳에 유아용 안전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콘센트 안전 플레이트, 모서리 보호대, 파이프 싸개, 벽설치용 쿠션 매트, 미닫이 창문 틈새 막이, 여닫이 문 틈새 막이, 유모차 목 모호대, 냉장고 등 주방 시설물 잠금 장치 등이 있다.

15 세탁기 관리도 철저히 한다. 세탁기 문 잠금 장치를 설치한다.

16 식탁보 사용은 하지 않는다. 아이가 식탁보를 잡아 당기면서 식탁에 있던 뜨거운 국물이 담긴 냄비가 휩쓸려 떨어져 화상을 입은 사례가 있다.

17 외출 시 반드시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다. 손을 놓은 아이는 생각 이상으로 잽싸게 달아나며, 당신이 운동으로 단련된 사람이 아닌 이상 당신의 동작은 기대 이하로 둔하다.


18 유아원 등 어린이보호시설을 선택할 때 법률이 정한 안전기준을 지키고 있는지 직접 확인한 후 결정한다.

19 유아원 등 어린이보호시설 차량 이용 시 아이가 승차 후 좌석에 앉은 다음 자동차가 출발하고, 내릴 때도 정차 후 좌석에서 일어나 하차하도록 요구, 확인한다. 차량에 어린이 안전을 위한 동승자가 없을 경우 승차 거부 후 정식으로 항의한다.

20 유아원 등 어린이보호시설 이용 시 학부모 모임을 통해 유아원 간식, 중식 등 먹거리 안전을 위한 정기적 점검을 꼭 실시한다.

21 유아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소풍을 갈 경우 안전 관련 대비책이 무엇인지 꼭 확인한다. 소풍에 참여했다 연못에 빠져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22 정상적인 성장을 위한 모든 예방접종은 원칙에 입각해서 접종한다. 또한 접종 날짜와 병원 이름도 기록해 영구 보존한다.

23 책 구입 시 딱딱한 표지의 책을 피하고, 어쩔 수 없이 구입했다면 표지 모서리를 둥글게 잘라주거나 모서리 완충 도구를 부착해준다.

어린이(7세~13세)
24 성폭력 -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어린이 성폭력 예방법
부모는
-성에 대해 열려있는 태도를 가진다.
-평소 아이가 성에 대해 호기심을 나타내면 회피하지 않는다.
-아이에게 신뢰감을 심어준다.
-집안 분위기를 아이가 자신의 느낌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든다.
-모르는 사람뿐만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아는 사람에 의해서도 성폭력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

자녀에게는
-성교육의 필요성을 알게 한다.
-좋은 느낌과 싫은 느낌에 대해 알려준다.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따라 분명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해야 한다고 가르쳐준다.
-자신에게 싫은 느낌을 주는 사람에게는 “싫어요, 안돼요”라고 말하게 한다.
-비밀로 하자고 하더라도 부모와 교사 등 어른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래간의 가벼운 성추행이나 성희롱은 다른 사람에게 싫은 느낌을 주는 행위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유아, 어린이 교통사고 대표 - 유형을 알고 집중 교육한다

25 무단횡단사고 - 친구나 가족이 길 건너편에서 불렀을 때 발생하기 쉽다.

26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 사고 신호등만 보고 무조건 건너다 발생한다.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었어도 자동차가 모두 섰는지 확인 한 후 건너도록 교육한다.

27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고 사고 차도 양쪽의 안전을 모두 확인한 후 손을 들고 건너도록 교육한다.

28 주정차 된 차량 사이 횡단 사고 버스 정류장에서 발생하기 쉬운 사고. 정차된 버스 다음 차선에 차량이 달려올 수도 있으므로 꼭 모든 차선에 대한 시야가 확보되었을 때 건너고, 주차된 차량 앞으로 건널 때는 주차된 차량 다음 차선을 확인한 후 천천히 건넌다.

29 교차로 횡단보도 차량 사고 교차로 횡단보도에서 인도 끝부분에 서 있는 것은 위험하다. 회전하는 버스나 대형 트럭에 부딪힐 수가 있다.

30 자동차 뒤에서 놀다 당하는 사고 운전자가 자동차 뒷부분을 확인하지 않고 후진할 경우 크게 다칠 수 있다.

31 자전거 사고 자전거를 타다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내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자전거, 킥보드, 인라인스케이트 등은 꼭 안전 장구를 착용한 후 전용 공간에서 타도록 한다. 자전거를 타다 사람을 치었을 경우 도로교통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교육한다.

32 학교 운동장의 철봉이나 정글짐은 위험하므로 언제나 주의할 것을 교육한다.

33 실험실에서 램프나 칼 등을 사용할 때 교사의 안전 지침을 꼭 따르도록 한다.


34 살충제, 페인트, 가구광택제 등 유독성 제품은 어린이의 손이 닫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 보관한다.

35 약물이나 독극물 사용 후 용기는 안전하게 폐기한다.

36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용도가 분명하지 않은 약은 버린다.

37 어린이 가구, 장난감을 구입할 때는 페인트에 납 등 유해성분이 들어있는지 확인한다.

청소년(14세-19세) 안전 포인트
38 자원봉사 안전사고를 경계해야 할 나이다. 중고등학교 때의 자원봉사 활동 경험은 학교 성적은 물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보험 가입이 안 된 현장이 많아서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경우 본인의 상처는 물론 책임을 물을 대상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39 자전거를 많이 타는 나이다. 등하교는 물론 학교 특별활동에서 자전거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차로와 상관없는 지역에 있고, 시내에 있는 자전거 도로들도 이미 자동차들에 의해 점거된 형편이다. 또한 자전거를 탄 상태에서 인도나 교차로에서 인사 사고를 낼 경우 교통사고특례법이 적용된 처벌을 받을 수 있으므로 횡단보도나 인도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는 게 원칙이다.

40 학교폭력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대인관계의 기본은 1:1 구조이기 때문에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한 가정의 교육이 필요하며, 담임교사와의 정기적인 연락을 통해 자녀의 학교 생활을 관찰할 필요가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폭행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선생님이나 부모에게조차 말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41 청소년 자살 보다 심각한 사고 유형은 없다. 10대 사망 원인의 첫 번째 이유는 자살이다. 2009년 한 해 동안 자살한 학생 수가 202명이다(교육과학기술부 자료). 이 가운데 고등학생이 140명, 중학생 56명, 초등학생 6명 순이다.


20대 안전 포인트
42 신입생 환영회 음주사고가 20대 초반에 가장 조심해야 할 사고 형태다.

43 군대 생활을 무사히 끝마치려면 복무 규정 잘 지키고 무모한 영웅심도 버리고 특히 제대할 무렵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44 아르바이트는 대학생의 필수 활동 가운데 하나. 그러나 자신의 전공을 살리며 사회 경험도 하는 분야를 선택하는 게 좋다. 배달이나 편의점 새벽 알바 등은 고위험군이라 할 수 있다.

45 직장 안전사고는 취업 초창기 때 발생하기 쉽다. 또한 신입사원 시절 안전규정을 몸에 익혀야 고참 사원이 될 때까지 사고 당하지 않고 생활할 확률도 높아진다.

46 20대는 성인이 되었다는 해방감 때문에 술이나 담배를 무분별하게 마시고 피우기 쉬운 시기이다. 그러나 신체는 그런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다.

47 물놀이 안전사고 빈도가 가장 높은 나이대가 10대와 20대이다. 소방방재청 2010년 자료에 따르면 물놀이 안전사고의 나이대별 비율이 10-20대가 71%로 압도적이다. 원인은 안전부주의, 음주수영, 수영미숙 등 순이다.

30대 안전 포인트
48 30대 특징 가운데 하나가 ‘마음은 20대’라는 것이다. 그래서 노는 것도 여전히 20대 때의 습성대로 하는 경향이 있다. 레저나 야외활동 안전사고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마음과 달리 10대, 20대 때에 비해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과잉 행동을 하다 벌어지는 일이다. 레저 사고로부터 탈출하는 세 가지 방법은, 수영 익히기와 레저 안전 수칙을 교조적으로 지키기 그리고 과하게 폼 잡지 말기 등이다.

49 운전 사고를 가장 경계해야 할 나이대가 30대다. 특히 30대 운전자들은 20대 때의 ‘미숙함에 의한 조심운전’, ‘40대 이상의 완숙함에서 오는 조심운전’에 비해 ‘넘치는 자신감과 잦은 여행에 따른 운전 시간 연장’ 등으로 사고의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40대 안전 포인트
50 골프장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나이대다. 한국인의 경우 40대 이후에 골프장 출입이 본격 이뤄지기 시작하므로 관련 사고도 이때 많이 발생한다. 빈도가 높은 사고 유형으로는 뒷 조 또는 옆 홀에서 친 볼에 맞는 경우, 카트 전복 사고 등인데, 가벼운 찰과상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그 결과도 다양하다.

50대 ~ 70대 안전 포인트

51 우리나라 등산인구가 1800만 명을 넘어섰다. 성인 인구의 53%에 해당되며, 대다수가 중장년 노년층이다. 등산사고 다발 연령대는 50대-40대-60대-30대 순이며, 무리한 산행-음주로 인한 실족-실수에 의한 낙상 등이 주요 원인이다.

알고 삽시다
계절별 대표 안전사고 유형과 대책

봄철 안전사고 유형과 대응법
52 산불 대부분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한다. 등산객 등 입산자의 과실이 47%, 성묘객, 군 사격 훈련 등에 의한 실화 34%, 논두렁 밭두렁 및 폐기물을 태우는 과정에서의 실화 20% 순이다.

산불 발견 시 119로 신고한 후 작은 불일 경우 진화 작업을 실시하고, 불길이 커질 경우 불길이 약한 곳을 통해 신속히 대피한다.

53 등산사고 추락, 탈진, 저체온증, 계곡 급류 사고, 낙석 사고가 등산 사고의 주요 유형이다. 등산 사고로부터 탈출하려면, 비나 눈이 오는 날 등산 금지, 스트레칭 후 입산, 땅 보며 걷기, 뛰지 않기, 등산화 등 안전 산행을 위한 기본 장비 착용, 비음주, 흡연 절대 금지, 체력에 적당한 코스 선택, 일몰 두 시간 전 하산 등 기본 수칙을 지켜야 한다.

고령화 시대의 노인 안전포인트
54 가정 내 낙상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욕실 등 집안에서 미끄러질 위험이 있는 곳에 미끄럼 방지 매트나 깔판을 깔아놓는다. 고령자가 사는 집에서는 벽면에 손잡이를 설치해주는 경우도 있다.

55 욕실에 날카로운 도구를 두지 않는다.

56 욕조 바닥에 미끄럼방지 도구를 붙이고 손잡이를 설치한다.

57 고령자 방에 별도의 화장실을 설치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고령자의 방은 화장실 가까운 곳에 두는 것도 안전한 동선을 위한 방법이다.

58 집 안에 턱을 없애준다.

59 전기담요 등의 사용을 지양한다.

60 비상벨을 고령자의 동선에 맞춰 설치한다.

61 잠자리 근처에 전화기를 설치한다.

62 자전거 안전 포인트 자전거 기능 점검, 교통법규 준수, 도로 주행 시 오른쪽으로 일렬 주행, 자동차와 보행자에게 무조건 양보, 급브레이크 사용 절제, 횡단보도와 인도에서는 내려서 끌고 가기.

63 해빙기 안전 관리 집 주변, 아파트 내벽 등의 균열 확인, 겨울에 얼었던 벽이 녹으면서 전선, 콘센트가 파손될 수도 있으므로 꼼꼼히 점검한다.

여름철 안전사고 유형과 대응법

64 장마철 대표 안전 사고 유형은 감전, 가스폭발, 산사태 등이다. 침수지역에서의 감전사고 예방법으로는, 늘어진 전선 피해가기, 누전차단기 작동 시 원인 제거 후 사용, 가옥 침수 경우 개폐기를 내린 상태에서 전문업체의 점검을 받은 후 사용, 전봇대, 가로등 등이 파손되었을 경우 개인조치 하지 말고 한국전력에 신고(123번)한다.

침수지역의 가스는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전문 기관이나 업체에 안전 점검을 받은 후 사용해야 한다.

침수되었던 가스보일러를 점검 없이 다시 사용하는 일은 보일러를 망가트리거나 화재를 유발할 수 있다.

65 물놀이를 떠날 때는 안전한 지역 선택, 기상 예보 점검, 안전 요원 활동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장소를 결정한다. 또한 음주 수영, 나홀로 수영, 무리한 수영도 피해야 한다. 계곡이나 산으로 피서를 갈 경우 게릴라성 집중호우를 경계해야 한다. 위험 안내 대형 스피커가 설치된 곳이 비교적 안전하며, 집중 호우로 계곡 물이 갑자기 불어날 경우 나무다리, 물살 센 계곡을 건너지 말고 봉우리 쪽으로 일단 피신한다.

66 태풍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면 뉴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보행자든 차량이든 물에 잠긴 도로나 다리를 건너지 않는다. 피서 중인 사람은 즉시 철수한다. 태풍이 도착하면 외출을 삼가고, 창문에 테이프를 붙여 만약의 파손에도 유리조각에 다치는 일이 없도록 한다.

가을철 안전사고 유형과 대응법

67 성묘 안전사고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뱀에 물리지 않으려면 벌초 시 등산화나 워커형 신발을 신고 잡초가 우거진 곳을 걸을 때는 긴 막대로 안전을 확인한다.

뱀에 물렸을 때는 구조 요청을 한 후 물린 곳에서 심장 방향으로 10cm 부위를 끈으로 단단히 묶어 독이 퍼지지 않도록 하되, 물린 부위를 입으로 빨 경우, 빠는 사람 입 안에 상처가 있거나 충치가 있는 경우 매우 위험하므로 자제한다.

벌에 쏘여 부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많다. 벌의 후각을 자극하는 화장품 사용을 자제하고 밝은 색 옷도 벌을 화나게 하는 원인이다. 실수로 벌집을 건드렸을 때는 낮은 자세로 엎드려 현장을 빠져 나온다.

겨울철 안전사고 유형과 대응법
68 겨울은 화재의 계절이기도 하다. 전기안전사고의 예방법은 안전시공, 허용 전류만 사용하기(전열기 동시 사용 금물), 누전 차단기의 주기적 점검(가끔 실험해 본다) 및 노후시설 교체 등이다.

가스사고 예방법은 사용 전 환기, 사용 중 점화 확인, 사용 중 국 넘침 등으로 불이 꺼지고 가스는 나오는 상황 경계, 정기 안전 검사 등이다. 석유난로 사고로 인한 화재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지진에서 살아남는 법
69 2011년 들어 3월14일까지 우리나라에서 관측된 지진은 모두 10회다. 2009년에는 62회, 2010년에는 42회가 각각 발생했다.

서기 779년에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100여명의 사상자가 났다는 기록이 있으며 특히 15~18세기에는 지진 활동이 비교적 왕성했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는 일년에 40회 정도의 지진이 계측되고 있다. 그 가운데 규모 3.0 이상의 지진은 약 10회 정도다. 지구가 살아있는 한 ‘판’의 충돌도 지속될 것이고 지진의 가능성도 늘 존재한다는 근거다. 지진에서 살아남는 법을 세 가지 단계에 따라 제시한다.

첫째 지진 전 단계다.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집안 가구를 구성해야 한다. 장롱 위 등 방바닥 보다 높은 가구 위에는 ‘떨어질 수 있는 모든 것’을 올려놓지 않는다. 전열기, 가스기구는 고정시킨다. 만일 지진이 발생하면 사태 후 가족이 만날 장소를 정해놓는다. 주거지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정부에서 제공하는 공동대피소가 어디인지 확인해둔다.

둘째 지진이 발생했을 때다.
손전등, 비상약품, 식품, 휴대폰, 소화기 등을 확보한 뒤 전기와 가스를 차단한다. 테이블 밑에 들어가 몸을 보호한다. 테이블이 없는 경우 방석이나 베개 등으로 머리를 보호한다. 화재가 발생할 경우 즉시 소화기를 이용해서 진화한다. 문을 열어둠으로써 만일의 경우 탈출할 공간을 확보해 둔다. 집 밖으로 탈출하는 일은 더 위험하다. 평소 자주 다니는 건물의 비상통로 정도는 알고 지내는 게 좋다. 지진 발생시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상식이다.

지하철 안에서 지진을 만나면 손잡이나 선반, 기둥을 꼭 잡아 넘어지지 않도록 한다. 차내방송에 따라 침착하게 대피한다. 개인 판단으로 섣불리 밖으로 나가는 것은 더욱 위험한 상황을 만드는 일이다. 운전 중일 경우 즉시 자동차를 도로 오른쪽에 세우고 대피한다.

셋째 지진이 멈춘 뒤에도 안전사고는 계속 된다.
지진으로 이미 균형을 잃은 건물이 여진에 의해 붕괴될 수 있다. 지진이 멈췄다고 집이나 건물로 불쑥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부상자를 발견한 장소가 위험한 곳이면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고, 안전한 장소라면 구조 요청만 한다. 정전 지역에서 라이터나 촛불을 사용하다 지진 때 새 나온 가스가 폭발할 수도 있다. 손전등만이 유일한 시야 확보 방법이다. 신발도 꼭 신어야 한다.


70 지진해일 일본 서해안(우리의 동해)에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약 1~2 시간 뒤에 우리의 동해 연안에 지진 해일이 도착하게 된다. 지진해일 도달 가능 지역은 동해안 전역이며 3~4m에서 최고 10여 미터의 파고를 동반할 수도 있다.

끊어진 숨을 되살려주는 응급처치법
71 기도 폐쇄 응급 처치
이물질이 기도를 막아 호흡이 곤란하거나 의식을 잃은 환자가 있을 경우, 먼저 구조 요청을 한다. 의식이 있는 경우 하임리히법을 시행한다.

환자의 뒤에 서서 환자의 허리를 팔로 감싸고 한쪽 다리를 환자의 다리에 지지한다. 구조자는 한 손을 주먹 쥐고 주먹 쥔 손의 엄지를 환자의 배꼽과 검상돌기(가슴 아랫쪽에 톡 불거진 돌기) 중간에 올려놓는다. 다른 한 손으로 주먹 쥔 손을 감싸고 빠르게 위로 밀려 올린다. 이물질이 튀어나오거나 환자가 희식을 읽을 때까지 계속한다.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는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


72 성인심폐소생술
먼저 구조 요청을 한다. 환자의 머리와 몸을 동시에 움직여 단단하고 평평한 바닥에 얼굴이 위로 향하게 눕힌다. 머리를 뒤로 젖히고 턱을 들어올려 기도를 열어준다. 이때 환자의 입안에 이물질이 있으면 더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제거해 준다. 환자의 입 가까이에 얼굴을 대고 환자의 호흡 여부를 확인한다. 환자의 호흡이 없으면 기도를 유지하고, 환자의 코를 막고 입 속으로 두번 불어준다(구강 대 구강법). 환자의 가슴이 올라와야 기도로 숨결이 들어간 것이다. 그래도 호흡이 돌아오지 않으면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 손꿈치 중앙을 환자의 젖꼭지 사이의 흉부 정중앙에 놓고 손가락이 늑골에 닿지 않도록 한다. 이 손을 다른 손으로 덮어준다. 허리를 세우고 팔을 곧게 한 후 가슴을 눌러 주고 힘을 뺀다. 그리고 분당 100회 속도로 30회 흉부를 압박한다. 중간에 손을 떼면 안된다. 압박이 끝나면 다시 구강 대 구강 법을 실시하고 구조대를 기다린다. 심폐소생술은 소방방재청 홈페이지에서 동영상을 내려받을 수 있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도 개발되어 있다.

73 영아심폐소생술
아기를 대상으로 하는 심폐소생술은 성인의 그것과 다르다. 먼저 구조 요청을 한 후 아기를 똑바로 눕힌다. 머리와 턱을 뒤로 젖혀서 기도를 열어준다. 처치자의 입으로 아기의 코와 입을 동시에 막아주고 회 당 1, 1.5초 정도 숨을 불어넣어둔다. 첫 번 째 숨이 들어가지 않으면 다시 기도를 열어주고 반복한다. 그 다음 엄지와 나머지 손가락을 아기의 턱에 대고 머리와 목을 받혀서 한 손으로 영아를 잡아준다. 아기의 얼굴이 바닥을 향하도록 팔 위에 올려놓는다.

머리의 위치는 가슴보다 낮아야 한다. 아기를 안은 팔을 허벅지에 고정하고 다른 손 손바닥으로 아기의 어깻죽지를 5회 두드려준다. 그리고 아기의 얼굴이 위를 향하도록 뒤집어 눕힌 후 검지와 중지를 앞가슴뼈에 올려놓고 심폐소생술과 비슷한 방법으로 실시하되 손가락을 가슴에서 떼지 않는다.

■ 자료 제공 및 즐겨찾기 목록에 올리면 안전 생활에 도움되는 웹사이트
국가재난정보센터 www.safekorea.go.kr
소방방재청 www.nema.go.kr
기상청 www.kma.go.kr/
서울시소방재난본부 http://fire.seoul.go.kr/
경기소방본부 www.fire.gyeonggi.kr/
한국어린이안전재단 www.childsafe.or.kr/
교통안전공단 www.ts2020.kr/
서울시보육정보센터 http://seoul.childcare.go.kr/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간호학과 어린이안전사고예방교육www.baejy.com/kidsafety/
한국성폭력상담소 : www.sisters.or.kr/
[글 = 이영근 (프리랜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71호(11.03.29일자) 기사입니다]

[Why] [김윤덕의 사람人] "난 행복한 목수" 이정섭씨

"내 가구는 바보다" "정직하니까… 정석을 지키니까"
"내 가구가 비싸다고?
광화문 현판이 석달 만에 금 가고,
잘 베껴야 인간문화재 되는 나라에서 목수의 기본을 지킨 代價"

1999년 6월, 서울 을지로2가. 서울대 미대를 막 졸업한 신출내기 무명화가는 자신의 첫 개인전을 황량한 지하보도에서 열었다. 타이틀이 '지하철 2호선'이다. 지하철 풍경을 흑백의 사실화로 구현한 그림들을 힐끗대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화가는 종일 양철의자에서 맞이했다. 왜 지하철인가, 물었다. "지하철, 저 군상들의 표정에 삶의 진실이 있다." 10여년 뒤 화가는 목수가 됐다. 그것도 아주 유명한, 아주 비싼 목수가 됐다. 삼성가, 현대가를 비롯해 '있는 집' 사람들이 그의 가구를 수집한다. H중공업 회장 영빈실은 그의 가구로 가득하다.

강원도 홍천에 자리한 '내촌목공소'는 서울 청담동에선 그 자체로 '명품브랜드'다. 70년대 초등학교 걸상처럼 생긴 의자 하나가 200만원. 호사가들이 '미니멀의 극치'라며 열광하는 호두나무 식탁은 700만원부터 호가한다. 한국 최고 현대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공간사옥이 지난해 이정섭 가구를 들였다. 스위스의 세계적인 매트리스 회사 '휘슬러 네스트'는 침대 프레임 제작을 의뢰, 밀라노에 선보였다.

화가였던 목수는 요즘 집짓기를 넘본다. 소목(小木)에서 대목(大木)으로의 전환이다. 건축을 배운 적 없는 일개 목수가 벌써 열두 채의 집을 지었다. 공간사가 만드는 건축지 '스페이스' 4월호가 '이정섭의 집'을 특집으로 다룬다. 누구는 '한국 건축계의 벼락 같은 축복'이라고 하고, 누구는 '면허 없는 건축가의 재미있지만 치기 어린 실험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논란의 한가운데 선 이정섭(40)을 홍천 내촌목공소에서 만났다. '지하철 2호선' 이후 12년 만이었다. 더벅머리에 꼬질꼬질 때 묻은 작업복 차림의 이정섭이 고향인 마산 사투리로 히죽 웃으며 인사했다. "그동안 많이 늙었네예."

이정섭의 가구는 밋밋하다. 하지만 군더더기 없고 튼실하다. 정직한 가구, 건강한 집을 짓는 것이 목수의 기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덕훈 기자 leedh@chosun.com

내 가구의 가격을 결정하는 건 '생각의 양'

―무식한 질문부터 하자. 당신 가구는 왜 이리 비싼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가구니까.(웃음) 내 가구의 가격은 생각의 양, 시간의 값이 결정한다."

―군더더기 없는, 미니멀한 가구의 선(線)에 호사가들이 열광하더라. 반대로 '저렇게 단순한 의자 누군 못 만들어?' 하는 사람도 있다.

"내 가구는 '바보온달'이다. 밋밋하고 평범하다. 다만 정석대로 만든다. 원목을 판재로 잘라 5년 이상 말린 다음 가구를 짠다. 날것 그대로의 물성을 살리려면 비싸지만 질 좋은 나무를 사용해야 한다. 탁자는 기둥·들보의 아귀가 맞아떨어져 못을 안 써도 빠지지 않는 사궤맞춤으로 짠다. 필요하면 천연수지 본드, 나사못도 사용한다. 옛날 국민학교 걸상 같은 의자를 하루 최대 2개밖에 만들지 못한다."

―참나무, 호두나무, 물푸레 등 목재는 북미산 활엽수를 쓴다.

"왜 꼭 한국 나무를 써야 하나. 북미산 목재는 건조와 품질, 등급에 일관성이 있다. 견고하고도 나뭇결이 아름다워 다른 치장이 필요 없다. 식탁 상판을 이어붙일 때 나사못을 사용한다고 한국적이지 않다는 사람도 있더라. 옛 가구에 못을 안 쓴 건 철이 비싸서였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옛 가구를 재현하는 목수가 아니다."


참나무 테이블.

―이정섭 가구는 견고하다. 그래서 너무 무겁다.

"포장이사가 있는데 뭘 걱정하나.(웃음) 내 취향이다. 투박하지만 튼실한 게 좋다. 상다리에 용머리를 새겨넣을 재주 같은 건 나에게 없다. 나무를 원목 그대로 보여주는 게 가장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수입되는 많은 가구는 활엽수 원목을 대부분 베니어로 벗기거나, 무늬를 흉내 내 인쇄한 멜라민 필름으로 만들어 가구의 표면에 접착하는 식으로 제조된다. 경제적 효율성 때문인데, 난 그렇게 만들기 싫다."

―평자들은 이정섭의 가구가 한옥과 아파트에 다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전통에서 영감을 얻는 건 사실이지만, 그게 구체적인 디자인으로 구현되는 건 아니다. 나는 다만, 손으로 만드는 물건들이 점차 없어지는 이 시대에 미끈하게 뽑혀 나오는 스테인리스 스틸 대신 손으로 두들겨 만든 무쇠 칼이 그립고, 쇠를 두들기는 대장장이의 손이 그리운 목수일 뿐이다."


호두나무 식탁.

―당신이 생각하는 한국성은 무엇인가.

"안동 한옥마을이나 궁궐, 중앙박물관, 인사동 같은 데서 한국적 영감을 얻진 않는다. 오히려 산골마을 야트막한 함석집, 섬진강가, 또는 거제도에서 가자미미역국을 먹을 때, 박경리의 '토지', 김용택의 시를 읽을 때 뭉클하다."

카피(copy) 잘하면 인간문화재 되는 나라

―부모님이 다 교사인데 마산고를 중퇴했다.

"아버지가 관할지역 장학사였는데 학교 그만둔다고 해서 두들겨 맞았다.(웃음) 난 학교가 재미없었다."

―검정고시 후 서울대 미대에 들어가 서양화를 전공했다. 왜 목수가 됐나.

"내겐 회화적 천재성이 없었다. 현대미술의 걸작들을 봐도 감흥이 없더라. 손재주 좋았던 큰아버지가 자기 집을 짓고 동네의 다른 집들도 짓는 모습이 훨씬 감동적이었다. 미대를 나와야 그림을 그리고, 음대를 나와야 노래를 부르는 건 아니지 않나. 나는 그런 것들이 인간이 응당 누려야 할 재미인데 이 사회가 '예술'이라는 거룩한 이름으로 빼앗아갔다고 생각했다. 내게 필요한 작업복 정도는 만들어 입는 재미, 신발장 정도는 짜는 재미, 내가 살 집 정도는 짓고 사는 재미는 누려야 하지 않나. 그중에서 가장 끌리는 것이 목수였다."


휘슬러 네스트의 침대 프레임(참나무).

―'지하철 2호선'을 전시하며 꿈꿨던 공공미술의 사명, 예술과 대중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는 생각은 여전한가.

"예술은 누구나 길에 다니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정섭 가구는 너무 비싸서 대중들이 접근하기 힘들다.

"나무를 살 돈은 있어야 하지 않나?(웃음) 나는 목수다. 나무에 욕심이 많은 목수. 일본 원목가구의 대가 조지 나카시마가 부러웠던 건 그의 명성이나 솜씨가 아니라 펜실베이니아 그의 창고에 가득 쌓인 나무들이었다."

―목수 되기 전 환경운동, 장애인운동을 했었다.

"장애우 평등학교 세우는 일에 관여했는데 그게 사기라는 걸 알고 분노했다. 김수환 추기경, 신영복 선생까지 엮일 정도로 큰 프로젝트였는데 한 명의 사기꾼에게 모두 배신을 당한 거지. 명분만 앞서서 준비 없이 뭔가를 시작하는 것은 죄악이라는 걸 절감했다. 정치, 경제, 이념보다 훨씬 중요한 사안들이 세상엔 수천 가지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호두나무 콘솔.

―그러다 한옥에 꽂혀 강원도 태백으로 갔다.

"농사짓는 법 배우다 TV에 목수학교가 소개되기에 짐 싸서 달려갔는데 한 달 반 만에 나왔다. 본을 잘 뜬다고 나한테 뛰어난 목수라고 하더라. 미대 나왔는데 그 정도도 못하겠나. 그런데 베끼고 재현하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 금을 잘 긋고 물감이 안 삐쳐나가게 그려야 합격하는 미대입시 같더라. 무량수전과 똑같이 지어야 1등이라는 게 말이 되나? 카피를 잘하는 사람이 인간문화재가 되는 것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전통 목조 주택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싶은데 아무도 일을 안 주더라. 그때 가구를 보게 됐다. 좋은 나무로 보기 좋게 만든 가구가 없었다. 가구를 만들면 돈도 벌고 자리도 잡을 것 같아서 홍천으로 왔다."

―가구 만들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서울대라는 배경도 먹혔을 것 같고.

"한국은 간판에 약한 나라니까.(웃음) 가구를 알리기 위해 나름 작전을 세웠었다. 서울 나와 전시했고,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조지 나카시마가 온다기에 그 옆에 부스를 달라고 했다. 예상했던 대로 첫날 관람객 투표에서 '눈에 띄는 제품상'을 받았다. 문제는 나카시마 가구는 그날 오전에 다 팔렸는데, 내 것은 하나도 안 팔렸다는 것이다. 2년 안에 한국을 평정하기로 했는데. 작전을 수정해야만 했다."

―수정된 작전은 뭐였나.

"이 나라에선 세계 1등 아니면 안 팔린다. 명품 같지도 않은 명품을 교복으로 입고 다니는 나라이니. 어쨌거나 '쇼'는 답이 아니었다. 평론가들의 수준 높은 비평을 받아야 했다. '작품' 수준으로 내 작업을 끌어올려야 했다. 문제는 근본적인 비례감을 구현하는 일이었다. 반가사유상이 주는 그런 묵직한 감동!"

―시행착오도 있었겠지.

"전세보증금으로 태백의 아름드리나무들을 사서 만들다 마음에 안 들면 난로에 태워 버려야 했다. 대팻밥만 8t 트럭은 나왔을 거다. 노가다 13년에 관절 다 망가졌다."

사람의 집, 건강한 집을 짓고 싶다

'스페이스' 4월호에서 이정섭의 집을 특집으로 기획한 공간사 이주연 편집총괄이사는, "건축의 본질적인 요소인 아름다움(美), 쓸모 있음(用), 견고함(强)을 가구에서 보여준 이정섭이 이제 집짓기로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의 완성도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건강한 집', '윤리가 있는 집'을 지으려는 이정섭의 태도가 대량생산의 독성에서 허우적대는 현대건축의 새로운 솔루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시 '집'을 짓기 시작했다.

"가구를 팔아 여유가 생기면 언제고 내가 꿈꾸는 집을 짓고 싶었다."

―아이들 그림처럼 삼각지붕에 네모난 몸통을 지닌 꽤나 소박한 모양새다.

"맞배지붕은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다. 나는 그 단출한 사각형의 덩어리 안에서 승부를 보고 싶었다."

―어떤 집을 지으려는 건가.

"사람이 살 수 있는 집. 아프지 않고 건강한 집."

―솔직히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MSG 너무 많이 들어간 수입 디자인에 익숙해져 그렇지.(웃음) 한남동, 청담동 고급주택가들 집이 다 서던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집 아닌가. 그 집안은 온통 독소로 넘친다. 사람 살 집이 아니라, 보여주는 집이다. 나 루이뷔통 들었다, 프라다 입었다, 자랑하는 집이다. 전원주택도 마찬가지다. 시골에서 좋은 공기 마시며 살려고 나와서는 MDF, 접착제, 페인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소 마시며 산다.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역시 문제는 돈이다. 무공해 집을 지으려면 돈이 많이 든다.

"돈이 아니고 도덕의 문제다. 현대 건축물에 사용된 마감재와 최종 시공을 보며 놀랄 때가 많다. 병든 자재, 잘못된 적용이 수두룩하다. 2010년 광화문에 무슨 일이 있었나. 대한민국의 장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석 달 말린 소나무 원목을 켜서 현판을 만들었다. 원목 상태로 석 달을 말렸다면 민가의 툇마루도 짤 수 없다. 50년 나무를 만졌다는 분이 그걸 몰랐을까."

―건축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것도 이정섭이 지은 집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도면 없이 지은 집도 있고.

"도면을 그리지 못하는 것은 머리로 풀지 못해서다. 벽을 세워 봐야 다음 작업에 감이 오고 구조를 엮을 수 있다. 건축가와 함께 설계도면을 만들어 시행해보기도 했다. 쉽지 않더라. 우리 큰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작은 집을 도면 없이 짓는 게 나는 편하다. 교육받지 않은 자의 원초적인 미감, 그 힘도 매우 크지 않을까."

―이정섭이 홍천으로 들어오면서 내촌면이 문화예술마을이 됐다더라.

"아, 그런 표현 정말 싫다. 무공해, 오가닉, 슬로, 공동체…. 상투적이다. 아무것도 아닌 듯 느껴진다."

―감자 보관소로 쓰였던 농협창고를 예술공간으로 바꾸는 '아트 플레이스 내촌창고 프로젝트'는 일종의 문화운동이다.

"내촌은 도서관 하나 없을 정도로 시골이고 문화가 없다. 농사로 먹고살 수도 없고, FTA로 축산업도 사라지면 경제행위라고는 없는 동네가 된다. 그래서 나온 생각의 일부다. '내촌창고'라는 법인으로 동네 건물을 매입해 1년에 서너번 전시회 열고, '내촌상회'를 만들어 특산품을 개발하고 있다."

―내촌사람이 다 됐겠다.

"내 작업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마을 일을 거든다. 목공소 고객 중 의사를 데려와 동네 분들 건강검진해 드렸더니 좋아하시더라. 마을회관, 경로당에 들어가는 상 짜드리고, 동네 서낭당이 허물어졌을 때 새로 지어드렸다."

―장식 많고, 번쩍거리는 가구, 화려하기만 한 집들에 대한 싫증과 반감 덕에 '이정섭'이 잠시 바람을 타는 건 아닐까.

"소설가 김형경이 그러더라. 인간 유전자에 있는 그 무엇 때문에 자연이 좋다고. 나무라는 게 자연의 대표 산물 아닌가. 이거 싫어하는 사람 아무도 없을 거다. 교토와 몽골의 목조건물, 무량수전과 병산서원, 큰아버지가 지은 집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볼 수 있는 목재구조 건축만도 얼추 1500년 역사다. 콘크리트, 유리 일색의 현대건축이 어찌 당해낼 수 있겠나. 목수라서 나는 행복하다."

블랙스완과 ‘신정아 스캔들’

프랑스에 거주하는 아티스트 www.lyangkim.com 사진과 영화라는 장르의 경계 그리고 개인성, 정치성, 사회성등 '경계에 얽힌 관계'의 미학을 추구하면서 예술가라는 노동자의 한계를 고민한다. 한겨레에서 '현상' 전문 블로그 http://blog.hani.co.kr/fusions, 네이버에서 Imagelu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다.
 고 장자연의 스캔들이후 신정아의 자서전으로 또 한 번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여성 예술인들의 스캔들을 접하며 집안’빽’과 ‘자본’이 없는 여성이 사회적으로 –특히 예술계에서- 성공하려면 남성위주의 권력층과 언론계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그런 의문이 들면서 떠오른 영화가 <블랙 스완>이다. 나탈리 포트만이 열연한 <블랙 스완>은 여성의 열정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서 나는 왜 ‘여성의 열정’이라고 말하는가. 그렇잖아도 남녀 구분짓기 좋아하는 세상에 열정도 성을 구분해야 옳을까. 옳고 그른 것을 떠나 성공을 향한 여성의 열정은 남성의 열정과는 다르게 다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영화 속의 여성은 사실 아직 사회가 말하기 좋아하는 ‘여성성’의 성숙과는 거리가 멀다. 30대에 접어든 성숙한 여배우 나탈리 포트만은 영화에서 발레리나 니나의 역할을 14세 소녀와 같은 깡마른 몸매로 연기한다.

그녀의 뒷바라지에 전념하는 친모는 자신의 딸이 오로지 발레만을 생각하는 백조와 같은 순수한 소녀로 남길 원하며 감시어린 시선을 잠시도 딸에게서 거두지 않는다. 한편 니나(나탈리 포트만)를 차기 프리마돈나로 주목하고 있는 무대 감독이자 안무가 토마스(뱅상 카셀)은 니나의 성적 매력과 예술가로서의 능력을 결부시켜 판단하고, 백조가 아닌 흑조로서 완벽함을 소화하려면 니나가 자신의 성적에너지를 발산하여야 한다고 믿는다. 이것이 결정권을 쥔 남성의 시각이고 그것은 영화 마지막에서 니나의 전율적인 섹시함이 돋보인 흑조에 매료된, -영화속에서 연출된- 관객의 취향과 상통한다. 그에 반하여 딸의 여성성을 억압하고 순결의식을 강요하는 엄마는 니나의 딜레마가 된다. 프리마돈나 자리를 따내기 위해 밤낮으로 연습하는 니나는 성적인 매력이 없어 재능이 의심된다는 무대 감독의 비난에 선배 프리마돈나의 붉은 립스틱을 훔쳐 바르고 무대 감독을 찾아간다. 무대 감독의 공격적인 키스를 당하면서 혀를 무는 것으로 상황을 수습한 그녀는 점점 자신의 어두운 욕망에 눈을 뜨지만 자신의 침대 곁을 지키고 있는 엄마의 영향아래 자신 스스로가 받아들이지 못한 욕망의 얼굴과 육체는 니나에게서 분리되어 환영으로 되살아난다.

여성의 열정은 영화 속에서 이렇듯 도플갱어라는 형식을 빌어 자주 묘사되었다. 여성 예술가가 자신의 열정에 사로잡히다 못해 잡아 먹히는 이미지는 자신의 어두운 이중성이 돌출된 이미지로 연출된다. <블랙 스완>에서 자신의 이중적 환영에 시달리는 장치는 미국 독립영화의 기수 존 카사베츠의 1977년작 ‘오프닝 나이트’에서 차용한 것이다.

존 카사베츠의 <오프닝 나이트>

카사베츠의 아내로서 남편의 영화에만 주로 등장하여 대부분의 주역을 맡았던 지나 롤란즈는 ‘오프닝 나이트’에서 원로 연극배우 미틀을 연기하며 자신의 젊은 이미지를 닮은 도플갱어에 시달린다. 왕년에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아직도 명성을 유지하고 있는 미틀은 늙어가는 중년 여성의 정신적 방황을 그린 연극을 공연하던 중 자신의 팬이라고 자청하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눈 앞에서 자동차에 부딪쳐 즉사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 이후 미틀은 그 여성의 이미지가 강박적으로 따라다니게 되며 그 여인을 통해 자신이 젊은 시절 품었던 예술적 열정과 어두웠던 욕망을 투영하게 된다. 그러나 미틀 앞에서 정신적 환영이 된 이러한 이미지는 파괴적이고 악마적인 행동으로 미틀을 위협한다. 미틀은 ‘난 더이상 그렇게 자유분방하게도, 과격하게 살 수 없어’라고 자신의 환영에게 사정하기도 하고 매달리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연배우의 내적 싸움은 더이상 ‘내적’으로만 해결되지 않고 도플갱어는 <블랙 스완>의 니나처럼 자해와 외적 갈등을 일으켜 공연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른다.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고! 하는 시선을 쏘아 붙이는 듯한 니나의 도플갱어

성공을 위해 섹스와 마약을 즐긴다고 외치는 미틀의 젊은 시절 도플갱어

두 영화는 분명 닮았다. 자유분방한 남녀관계-특히 감독과 주연배우-가 암시되어 있고 여주인공이 환영에 시달리는 정신적인 착란 상태에 빠져있는 설정등, 대론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블랙 스완>을 만들면서 카사베츠의 <오프닝 나이트>를 참조했음에 틀림없다. 젊은 니나는 자신 스스로가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자유분방하고 섹시한 도플갱어 이미지에 시달리고, 늙은 미틀은 니나의 도플갱어와 흡사한 자신의 젊은 도플갱어에 시달린다. 이 모두가 결국은 ‘열정’의 어두운 측면이 구체화 된 이미지라는 것이다. 열정은 과연 영화 속 주인공을 위협하는 어둡고 위험한 것일까. 그리고 이 두 영화는 예술계의 현실도 닮았다. 무대 감독과의 ‘뒷거래’, 즉 그의 혀를 깨문 일은 니나에게 프리마돈나의 기회를 안겨다준다. 그러한 그녀를 향해 동료 발레리나들은 붉은 립스틱으로 ‘창녀’라는 글자를 화장실 거울에 갈겨 놓는다. 그러나 ‘빽’이나 ‘자본’이 없는 예술가로서 여성이 살아남는 법은 그녀의 ‘몸’의 성적 도구화가 아니라 ‘몸’의 주체성에 달려있다. 몸의 주체성을 지키는 일은 완벽을 꿈꾸는 예술가들에게 고난도의 내공을 요구한다! 니나와 미틀은 광기에 사로잡힐 정도로 자신의 열정에 몰입하다가 자신의 통제 밖에 놓인 열정과 맞닥뜨린다. 그렇게 섹시한 도플갱어로 변신한 열정은 당당한 환영으로 존립하면서 주체의 존재감을 위협하는 것이다. 결정권을 쥔 남성 권력층의 유혹에 맞서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가 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를 쥔 것처럼 되어 버렸을때, 거기에 순응하고자 하는 도플갱어를 영화 속에서는 성적 매력이 물씬한 이미지로 재현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성상납이 되었건, 거쳐야 할 관례가 되었건 니나와 미틀은 저항한다. <블랙스완>에서 니나는 프리마돈나가 된 그녀 앞에서 자연스럽게 팬티를 벗어던진 동료 발레리나의 성상납( ?)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유혹하는 무대 감독의 손길에도 저항한다. 니나의 고지식한 태도를 향해 동료 발레리나는 ‘그건 사는 게 아니야’라고 말한다. 그럼 사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겉으로는 저항했지만 내면적으로는 동성애적 환상에 시달리며 정신적인 괴리와 착란에 다다른 니나의 자의식과 주체성은 급기야 자신의 배(추측컨데 자궁의 위치)에 거울조각을 찌르는 자해를 저지르며 악의 화신인 흑조역할을 소화하는데 성공한다. <오프닝 나이트>의 미틀은 심령술사까지 동원하여 자신의 눈 앞에만 나타나는 도플갱어를 때려 죽인 뒤 코가 삐뚤어질때까지 마신 술 기운으로 비틀거리면서 무대에 올라 늙은 여성의 정신적 방황을 연기해낸다. 두 영화 속의 예술가들은 자신의 육체를 괴롭히고 파괴하면서 처절하게 저항한다. 영화가 현실의 재현이라면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많은 예술가들이 이렇게 저항하면서 살아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중 장자연은 죽음을 택하면서 그림자만 수면으로 떠올라 우리를 슬프게 하고, 신정아는 자신의 자랑스럽지 않은 순응과정을 기록하여 되팔면서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과연 영화 속 주인공이 처절하게 다다른 ‘완벽’을 통해 관객이 얻어낸 카타르시스는 어떤 종류일까. 특히 신정아와 그의 <4001>를 읽은 남성 독자들, 그리고 타락한 권력층에 묻고 싶다. 당신은 <블랙 스완>을 보았느냐고. 남성에게 성적매력을 지배당하기를 거부하다가 광기와 자해로 치달은 니나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니나가 만일 영화 속의 선배 프리마돈나처럼 무대 감독과의 로맨스와 자유분방한 성관계를 통해 여성의 성적매력을 한 껏 활용하여 성공에 이르렀다면, 영화는 진부해 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속 주인공은 그러한 과정으로 성공하길 거부했기 때문에 신선한 흥미를 던져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진부한 픽션은 잔혹한 현실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잔혹한 현실은 진부한 논픽션이 되어 우리의 일간지를, 주간지를 그리고 서점가를 장식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러한 현실과 타락한 권력층이 소유하고 있을 것 같은 도플갱어의 얼굴이 궁금해진다.

 

지구 생명체 30억년의 ‘결정적 장면들’
광합성·생식·운동·의식·죽음…
진화역사의 10가지 ‘대사건’
들분자 차원의 생화학 지식 동원
오늘날 ‘생명 존재’의 근원 탐구

〈생명의 도약〉
닉 레인 지음·김정은 옮김/글항아리·2만4000원

산소 없이는 우리가 당장 숨도 쉬지 못할 것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산소가 없다면 지구상엔 출렁이는 바다도 없을지 모른다. 산소가 없다면 오존도 없다. 오존층이 지구로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오는 자외선을 차단하지 않으면 물은 산소와 수소로 분해된다. 산소는 산화물 형태로만 남아 대기중엔 축적되지 않을 것이며 가벼운 수소는 우주로 날아가버릴 것이다. 금성의 바다는 그렇게 날아가버렸고, 화성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지금 지구 대기의 21%를 채우고 있는 산소를 만들어낸 것은 엽록소를 지닌 생명체들이었다. 그들이 광합성을 통해 쏟아낸 산소가 흙과 바위 속에 들어 있던 철분과 바닷속 황, 대기 중의 메탄까지 산화시켰고, 남은 산소는 대기를 채웠다. 그리하여 분해된 수소마저 대기 속에서 산소와 결합해 비가 되어 내렸다. 맑고 푸른 행성 지구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광합성은 물 분자에서 수소 원자를 떼어내 얻은 전자를 이산화탄소와 결합시켜 당 등 유기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생명 에너지의 통화’라는 아데노신삼인산(ATP)도 만든다. 지구상에서 물을 분리해서 광합성을 하는 방법을 알아낸 생명체는 세균, 그중에서도 남조(藍藻)세균이었다. 광합성은 꼭 물을 분해해야 하는 건 아니다. 황산이나 산화철을 분해해서 전자를 얻고 광합성을 하는 세균들도 있다. 광합성은, 결국 전자를 활용해 이산화탄소와 결합시켜 유기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게 지구상 대다수 생명활동의 토대다. 헝가리 출신 노벨상 수상자인 얼베르트 센트죄르지는 그래서 “생명이란 쉴 곳을 찾는 전자일 뿐”이라는 말을 했단다.

최소량의 에너지를 투입해 물을 분해하고 산소를 내보낸 뒤 전자를 활용할 때 남조세균이 이용하는 에너지는 태양광선이다. 남조세균의 초록색 색소인 엽록소가 떼어낸 전자와 이산화탄소를 이른바 ‘제트(Z)체제’를 통해 결합시킬 때 전자의 에너지 준위를 높여 결합을 성사시키는 게 태양광선의 역할이다. 그렇게 해서 당이 만들어지는데 그 과정에서 에너지의 일부가 방출돼 세포의 동력으로 쓰이는 아데노신삼인산도 만들어진다.

인간이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면 거의 무진장한 무공해 에너지를 얻어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할 수 있는 것은 아직 엽록소뿐이다. 엽록소는 그렇게 해서 산소를 만들어내고(따라서 산소는 광합성의 노폐물이다. 지구 역사 초기에 산소는 생명체들에 치명적인 독가스이기도 했다) 유기물을 만들어내는데,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동식물 절대다수가 바로 이 메커니즘에 삶을 의존하고 있다.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생명체들이 있지만 그 에너지 이용효율은 산소호흡 생명체들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작은 것이 큰 것을 차례대로 잡아먹는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각 단계마다 에너지 손실이 일어나는데, 그 결과 산소호흡 생명체들은 포획된 에너지의 40% 정도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산소가 아닌 철이나 황, 메탄 등을 이용한 호흡의 에너지 효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산소호흡을 하지 않을 때의 먹이사슬은 두 단계만 거쳐도 처음 투입 에너지의 1%밖에 남지 않지만 산소호흡은 여섯 단계를 거쳐야 비슷한 수준이 된다. 최종 포식자에 이르는 먹이사슬 단계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생명체들이 풍성하게 번성한다는 얘기다.

2009년 초 <미토콘드리아>(뿌리와이파리)라는 책에서 20억년 전 독립적인 발효세균이 메탄 생성 고세포 몸속에 들어감으로써 진핵세포의 등장이라는 지구 생명 역사상의 대이변이 시작됐다고 설파했던 영국 생화학자 닉 레인이 새 책 <생명의 도약>(Life Ascending- The Ten Great Inventions of Evolution)에서 그렇게 썼다. 닉 레인은 이번엔 진핵세포의 출현을 포함해 생명의 기원, 유전체(DNA), 광합성, 성(性), 운동, 시각, 온혈성, 의식, 죽음 등 모두 10가지의 주제로 지구 생명 진화역사를 다룬다. 모두 “결국 우리가 어떻게 해서 여기에 있게 됐는지”, 그 결정적 계기가 된 진화상의 대사건들에 대한 얘기다. 분자 차원의 생화학 지식을 동원해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설득력을 높였으나, 일반인들에겐 쉽지 않을 부분도 있다.광합성과 산소의 대기축적은 눈(시력)의 진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눈의 발달에는 큰 수정체와 넓은 망막, 그리고 그것을 통해 들어온 정보를 해석해낼 뇌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고도로 진화하려면 몸체의 크기라는 구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큰 동물일수록 눈의 진화에도 유리한 것이다. 몸체의 대형화는 그것을 받쳐줄 먹이와 그 먹이를 길러내고 호흡을 통해 에너지를 얻어낼 수 있게 해주는 존재, 산소가 대기 중에 일정 비율 이상 축적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약 5억5000만년 전 캄브리아기 시작 무렵의 화석기록에 갑자기 몸집 큰 동물들이 출현해 번성한 것도 대기 중의 산소량 증가와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그것은 또 눈의 진화와도 서로 맞물려 있다. 대기 중 산소 농축으로 대형동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것은 눈의 진화를 도왔으며, 눈의 진화는 다시 캄브리아 생물 빅뱅에 불을 붙인, “지구 생명 역사 전체에서 가장 극적이고 중요한 사건”이었다.

레인은 모든 동물의 눈에 ‘로돕신’이라는 빛을 감지하는 단백질이 공통적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이는 조상이 같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최초의 눈이 단 한번의 진화를 거쳐 출현했단다. 이는 지금까지의 생물 진화가 세균과 박테리아의 합체를 통한 진핵세포 등장이라는 20억년 전의 기적적인 한 사건에서 비롯됐다는 그의 얘기를 떠올리게 한다. 단 한번 만에 진화했다는 건 다른 진화경로를 거치지 않았고 지금의 생명체가 모두 그 한 사건의 파생물이라는 얘기다.

레인은 생명이 어두운 바다 밑 대륙이 생성되는 해령의, 뜨거운 물이 솟아오르는 열수분출공에서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유황과 황화수소 기체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열수분출공 인근에는 엄청난 수의 눈 없는 새우들과 입도 항문도 없는 거대한 관벌레 등이 무리 지어 살고 있다. 그들은 지상이나 물속의 생물들이 내려가 그 환경에 적응한 것이 아니다. 레인은 여러 논거들을 들이대며 바로 거기서 지구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얘기한다. 유전체(DNA, RNA)도 거기서 합성됐다고 본다. 황화수소 기체에서 뽑아낸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결합시켜 유기물질을 만들어내는 황세균. 생명은 열수분출공의 무기물에서 나온 그런 세균 형태로 시작됐다. 녹색식물 엽록소도 거기서 출발해 다른 세균과의 결합, 먹이사슬을 통해 진화한 남조세균에서 비롯됐다.

성에 집착하는 생명체의 본성도 진화의 산물이다. 암수로 나뉘어 다양한 조합을 만들어내는 유성생식이 무성생식보다 돌연변이로 인한 이익을 극대화하고 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유리하며, 기생충과의 싸움에서도 절대 유리하다. 운동, 온혈성, 의식, 그리고 죽음까지도 진화의 산물이자 진화를 폭발적으로 가속시켜 지금의 지구와 우리를 만든 사건들이라고 레인은 설명한다.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왜 ‘위험한 짝짓기’를 감수하는가?

돌연변이 감소·잡종 강세 등
유성생식이 종 번성에 유리

지어낸 얘기일 가능성이 높지만, 한 파티에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를 만난 예쁜 여배우가 제안을 했다. 둘이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미모와 쇼의 좋은 머리의 합작품이 나올 테니 얼마나 좋겠느냐고. 쇼가 뭐라 대꾸했을지는 다들 아는 얘기일 텐데, 닉 레인은 왜 대다수 생명체들이 성에 탐닉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그 일화로 시작한다.

만일 그 여배우의 미모와 쇼의 지능이 이상적으로 조합된 2세가 태어났다고 치고, 사람이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무성생식으로 그 우수한 유전자를 계속 그대로 복제해가면 좋지 않을까. 유성생식을 하면 쇼의 말대로 그의 못생긴 얼굴과 그 여배우의 둔한 지능만 발현된 합작품을 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유성생식의 단점은 수두룩하다. 매독 등 치명적인 성병이나 에이즈에도 걸릴 수 있고 데이트와 결혼 비용도 만만찮게 지불해야 하며, 이혼 부담까지 안게 될지 모른다. 자신만의 욕심을 채우려는 이기적 기생유전자들이 득실대게 만들어 전체를 망가뜨리고, 급기야 살인이나 전쟁까지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식물도 꽃을 피우고 꿀샘으로 벌과 새들을 불러들이는 비용을 들여야 하는 등 불안정한 외부 힘에 번식을 의존해야 한다.

자가번식의 무성생식이라면 절반의 비용에다 마음에 드는 후손을 마음대로 불려갈 수 있을 텐데. 그런데도 왜 거의 모든 생물들이 유성생식을 택할까? 레인은 먼저 지금 지구상에 현존하는 무성생식 클론(복제)들은 단세포생물인 담륜충 등 극소수를 빼고는 거의 모두 수천년 전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는 무성생식이 수천년 전에야 시작됐다는 뜻이 아니라 살아있는 클론의 역사가 그것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무성생식은 태곳적부터 이어져 왔으나 무성생식을 택한 종의 후손들은 오래 살아남은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 절멸해버렸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유성생식의 장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암수로 분화해 짝을 짓는 유성생식은 여러 다른 계통들과의 교배를 통한 ‘잡종 강세’의 이점을 누린다. 혈우병 등 근친교배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감수분열을 통한 다양한 유전자 조합은 거의 일상적인 돌연변이의 위험으로부터 종을 지켜준다. 무성생식으로 번식하는 집단에선 예컨대 유익한 돌연변이 두 가지가 나타났을 때, 이를 종 내에 널리 퍼뜨리기가 몹시 어렵다. 거꾸로 악성 돌연변이가 등장했을 때 ‘인종청소’라도 하지 않는 한 제거하기도 어렵다. 유성생식은 그 반대다. 이럴 경우 무성생식은 멸종으로 인도하는 악마의 톱니바퀴가 되고 유성생식은 고장난 곳을 수리하고 좋은 점을 살리는 착한 정비사가 된다. 기생충 감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결국 성만이 돌연변이 등으로 인한 파멸을 막고 복잡하고 고등한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암수의 유혹과 환희와 탄식이 없는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한승동 선임기자

[글로벌 韓商 '경제 한류'의 주인공들] 니콜 키드먼도 믹 재거(롤링 스톤스의 리드 싱어)도 그가 지은 집에 산다

니콜 키드먼(사진 왼쪽), 믹 재거.

[5] 뉴욕 부동산업계 '미다스 손' 우영식 사장
맨해튼의 '스카이 거라지'
車와 함께 엘리베이터 타고 내리면
부엌으로 이어져… 두달 만에 100% 분양
아르헨 빈민촌서 자라고 뉴욕서 허드렛일하며 공부
디자인 배우던 대학 4학년 땐, 80만달러 건물
리모델링해 8개월 뒤 180만달러에 팔아…

미국 뉴욕 맨해튼 11가 200번지는 부촌(富村)인 첼시 지역. 스테인리스 외벽의 날렵한 20층 콘도미니엄(우리식으로는 아파트)은 차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리면 바로 부엌으로 이어진다. 뉴욕 최초로 차고가 하늘에 있는 '스카이 거라지(sky garage)' 빌딩이다.

콘도 펜트하우스엔 할리우드 여배우 니콜 키드먼과 남편 키스 어반이 1000만달러(약 111억원)를 주고 입주했고, 돌체&가바나의 유명 디자이너 도메니코 돌체도 2채를 2900만달러(약 323억원)를 주고 사들였다. 록 그룹 롤링 스톤스의 리드 싱어 믹 재거도 이곳 입주민이다. 서울의 엘리베이터 주차타워에서 영감을 얻어 이 멋진 빌딩을 지은 디벨로퍼는 한국인 우영식(58·미국 이름 영우) 영우&어소시에츠 대표다.

이 빌딩은 월가발(發) 경제위기가 미국을 강타한 2009~2010년에 완공됐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놀랍게도 완공 2주 만에 60%가, 또 한 달 반 이후에는 100% 완전 분양되었다. 딱 두 달 걸린 셈이다. 뉴욕타임스가 이 신기한 빌딩을 소개한 뒤 무려 150개국에서 합작을 제의했다. 우 대표는 "불황에 견디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물건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우영식 대표는 뉴욕 맨해튼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부동산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로케이션(위치)과 타이밍(시기), 그리고 또 타이밍”이라고 했다. /김재현 타임스퀘어비주얼 대표 촬영
맨해튼 서쪽 그리니치빌리지에 위치한 영우&어소시에츠. 본사 사무실에 들어서면 회사의 상징 '퍼플 카우(보라색 소)' 조각이 눈에 들어온다. 흑백의 소들 가운데 보라색 소만이 눈에 띄는 것처럼 다른 것보다 탁월하지 않으면 선택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영우&어소시에츠는 '웨스트 첼시의 등대'로 불리는 첼시아트타워, 17만스퀘어피트에 이르는 '피어 57' 등 뉴욕을 중심으로 미국 전역에서 굵직한 프로젝트 50여개를 지금까지 진행, 이젠 '뉴욕의 간판 디벨로퍼'로 떠올랐다.

"무조건 멕시코 국경을 건너겠다"

뜨거운 눈물을 삼켜야 하는 고행의 외길은 우 사장도 피해갈 수 없었다. 미국 이민을 꿈꾸며 먼저 파라과이행 비행기에 오른 아버지를 따라 우 사장은 가족들과 함께 12세 때 한국을 떠난다. 파라과이에서 8개월, 아르헨티나에서 7년을 보내며 우 사장은 새벽 1시 반에 일어나 소젖을 짜고, 빈민촌의 야채가게에서 일했다.

니콜 키드먼, 믹 재거 등 유명 연예인이 입주한 뉴욕 맨해튼 11가 200번지 빌딩의 조감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탄 뒤, 바로 자신의 집 앞에 내리는 뉴욕 최초의 ‘스카이 거라지(차고)’ 빌딩으로 유명하다. /영우&어소시에츠 제공

19세. 갑자기 공부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한 우 사장은 미국으로 건너가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미국 영사관을 찾아갔다. "당신은 아무래도 다시 돌아올 것 같지 않다." 미 영사관은 비자발급을 거부했다. 그래도 단 500달러만 들고, '무조건 멕시코 국경을 건너겠다'며 작별 인사를 하는 우 사장에게 매형의 아르헨티나 친구가 손을 잡아끌고 다시 미 영사관으로 갔다. 대기업 부장으로 일했던 매형 친구는 "우리 회사 직원인데 토끼 고기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미국으로 파견 보낸다"고 말했고, 30분 만에 비자가 발급됐다. 매형 친구는 "미국 플로리다주 보카 레이턴에 가면 존 보가트라는 친구가 수퍼마켓을 하는데 찾아가라"고 말했다. 웨스트 팜 비치 일대에서 가장 큰 도시인 보카 레이턴에서 스페인어로 단지 이름만 갖고 택시로 돌아다니며 찾은 수퍼마켓 앞에서 우 사장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기다렸다. 해가 질 무렵 가게에 나타난 보가트씨는 "너는 이 지역에서는 유일한 동양인이기 때문에 불법 이민자로 당장 추방된다"며 비행기를 태워 뉴욕으로 보냈다. 뉴욕의 랭귀지스쿨에 다니며 그는 유대인 푸줏간, 가구점의 일용사원, 뉴욕의 택시운전사로 일하며 뉴욕 디자인계의 명문 단과대학 '프랫디자인스쿨'에 입학한다. 대학 생활 중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디자인 감각이 자연스럽게 길러졌고, 결국 4학년 때 부동산 디벨로퍼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뉴욕 부동산의 벽을 발로 허물다

대학 졸업반이던 1979년 12월, 우 사장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옆의 6층짜리 건물을 80만달러에 사들였다. 당시 50만달러의 모기지를 끼고 자신의 돈 10만달러, 2명의 투자자로부터 받은 돈 20만달러를 들고 계약하는 날 유대인 건물주는 "건물을 사서 무엇 할 거냐"고 물었다. 불과 3개월 전 40만달러에 건물을 산 전 주인은 두 배의 값을 치르겠다고 덤벼드는 동양 젊은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했다. 우 사장은 자신이 건물을 두배로 비싸게 치르고 산 것을 그 순간 처음 알았다. "부동산을 하다 보면 우연히 산 빌딩이 가장 돈을 잘 버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빌딩이 그랬습니다." 그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옆에 있다는 위치를 고려하면 건물이 그동안 너무 무성의하게 관리되고 있었기 때문에 저평가됐다고 판단했다. 창고처럼 쓰던 6층을 비워 쇼룸처럼 개조하자 임차인이 몰려들었다. 8개월이 채 안 돼 180만달러를 받고 건물을 팔아넘겨 최초의 부동산 사업에서 100만달러를 벌었다.

영우&어소시에츠는 현재 우 사장 이외에 변호사이자 파트너인 한인 마거릿 리와 마케팅을 담당하는 그렉 카니 등 3명의 파트너 체제로 되어 있다.

마거릿 리는 "이 가운데 손해를 본 프로젝트는 단 한 건"이라고 말했다. 2001년 9·11 사태가 터지면서 경기가 얼어붙는 바람에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겨 16만달러의 손해를 본 적이 있다 한다. 우 사장은 나중에 돈을 번 뒤 당시 손해를 본 투자자에게 돈을 빌려준 일화로도 유명하다.

우 사장은 "이민 1세대로서 나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지만 우리 젊은이들은 미국 부동산 분야에서 주류 사회와 쉽게 섞이며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며 "무엇보다 좋은 마음을 먹고 인내하라"고 조언했다.

[ESSAY] 남들은 미쳤다고 하지만, 난 오늘도 페달을 밟는다

차백성 자전거 여행가・전 대우건설 상무

자전거 세계여행 도전하려 대기업 임원 박차고 나왔다
남프랑스·미국 서부해안 등 줄잡아 5만㎞ 달렸다
온몸으로 바람을 가르며 만끽하는 자유를 아는가

"정신 나간 것 아니야. 나이 오십에 회사 때려치우고 자전거 세계여행을 떠난다고?"

2000년 말 25년간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냈을 때, 주변에선 나를 정신 나간 사람 취급했다. 공채 1기로 들어가 20년 만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임원으로 승진했다. 수단 카르툼에 호텔을 짓고, 나이지리아에 화학 플랜트를 건설하는 등 아프리카에서 10년을 땀 흘리며 청춘을 바친 직장이었다. 아내도 내색은 안 했지만, 내가 정말 회사를 관두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겐 중학생 때부터 가슴속에 은밀하게 키워온 꿈이 있었다. 아내에게 말했다. "그동안 가족을 먹여 살렸으니, 이젠 나 하고 싶은 것 좀 하게 해줘."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어린 나이에 겪은 육친(肉親)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멋지게 살다가 후회 없이 죽고 싶다는 생각을 내게 심어줬다. 웰빙(well-being)과 웰다잉(well-dying)의 의미를 일찍 접했던 셈이다. 때마침 손에 쥔 '김찬삼 세계여행기'는 훌륭한 교과서였다. 김씨는 두발로 세계를 다녔으니, 나는 자전거로 세계 곳곳을 누비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웠다. 고등학교 여름방학 때 연습삼아 3박4일 동안 서울서 추풍령을 넘어 대구까지 자전거여행을 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한 뒤 취직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30여년간 꿈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미적거리면 영원히 그 꿈에 도전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1년여 준비를 거쳐 2002년 초여름 자전거 세계여행의 첫 목표로 미국 서부해안을 잡았다. 넓은 땅에서 좋아하는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껏 달리고 싶었다. 시애틀에서 샌디에이고까지 3000㎞를 하루에 100㎞씩 달렸다. 텐트와 버너·코펠까지 가져가 야영장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케이프 룩아웃 주립공원에서 첫 야영을 하던 날, 새벽에 텐트 주위를 맴도는 발소리가 들렸다. 식탁에서 코펠 떨어지는 소리, 음식 먹는 소리가 났다. 공포가 밀려왔지만, 침낭 속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먼동이 서서히 틀 무렵, 손전등을 들고 밖에 나와 보니 가관이었다. 라면과 빵봉지는 갈가리 찢겨 바닥에 뒹굴고, 가방 속 옷까지 밖에 널브러져 있었다. 라쿤이라는 미국 야생 너구리 짓이었다.

열흘째 되던 날, 왼쪽 무릎에 탈이 났다. 진통제 네 알을 입에 털어 넣고 언덕길을 달렸다. 길을 물으려 집앞을 서성이다 흑표범 같은 개를 만나기도 하고, 고속도로에 잘못 들어가 경찰차 호위를 받으며 빠져나오는 호사도 누렸다. 그렇게 해서 한 달 만에 무사히 샌디에이고 시내에 들어섰다.

첫 번째 여행 이후 미국을 두 차례 더 다녀왔고, 일본과 유럽, 뉴질랜드 등 줄잡아 5만여㎞를 달렸다. 남프랑스의 지중해 리비에라 해변 길, 독일 라인강변 길,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방의 포도밭 길, 뉴질랜드 밀포드 사운드 가는 길…. 지금도 눈앞에 선한 환상적인 코스다.

여행은 풍경만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떠난다. 작년 일본 종단 길에도 마음 따뜻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빗길에 가던 길을 돌려 내 목적지까지 안내해준 다카코, 헤어질 때 도시락을 만들어준 기쿠타 부부, 비번(非番) 날 일부러 여행안내를 해주려고 길잡이가 돼준 기요코는 힘든 자전거 여행을 외롭지 않게 해주었다.

자전거만큼 원시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여행 도구가 또 있을까. 자동차처럼 화석연료를 들이켜지 않으니 냄새 고약한 '배설물'도 없다. 주차에 신경 쓸 필요 없이 어디든 갈 수 있고, 여행하는 동안 체력이 늘어 정신까지 맑아진다. 무엇보다 온몸으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자전거는 재미있다. 내 다리의 연장인 '한 몸'이면서 도보여행보다 속도감 있게 바뀌는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크다.

자전거 여행의 가장 큰 선물은 여유로움이다. 페달을 밟으면 몸과 마음·영혼까지 나를 속박하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스의 문호(文豪) 카잔차키스는 조르바를 통해 "본능과 질서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라, 그리고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 말라"고 했다. 카잔차키스가 잠든 에게해의 크레타 섬을 찾았을 때, 묘비명 역시 이렇게 속삭였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인이므로." 자전거 여행은 바로 그런 자유를 향유하려는 몸짓이다.

나는 자전거 여행에 지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다 다시 권태를 느끼면 여장을 꾸리라는 북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지도를 구하고 카메라를 챙기고, 텐트와 비상식량을 '애마(愛馬)'에 실으면 마음은 벌써 길을 달리고 있다.

 e북 3년 만에 10배… 전자책 '무서운 성장'
킨들·아이패드로 보는 e북, 연말엔 美 5000만명 사용
美 대형서점 '보더스' 몰락… 한국 서점도 위기감 확산인구 25만 명이 사는 미국 남부의 러레이도(Laredo)시(市)에는 서점(書店)이 없다. 작년 초 미국 1위 서점업체 반즈앤노블은 이 도시의 유일한 서점을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쇄했다. 사는 곳에 책방이 없다 보니 멀리 이동해야 하는데 서점이 있는 근처 샌안토니오시를 가려면 무려 250㎞를 달려야 한다. 1만 명에 달하는 러레이도 시민이 "서점을 부활시켜달라"며 서명 운동을 하고 있지만 1년 넘도록 '서점 없는 도시' 불명예는 그대로다.

종이 대신 단말기를 통해 책을 읽을 수 있는 킨들과 아이패드를 앞세운 아마존과 애플의 전자책 공세에 미국의 서점들이 사라지고 있다. 사진은 책 사이에 꽂혀 있는 아마존의 e북 전용 단말기인‘킨들3’. /블룸버그 뉴스
'킨들(Kindle)'과 '아이패드(iPad)'를 앞세운 아마존과 애플의 'e북(전자책)' 공세에 미국 서점이 붕괴되고 있다. e북은 종이책이 아닌 컴퓨터 파일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다. e북 전용단말기 킨들이나 태블릿PC 아이패드 등과 같은 전자 단말기에서 읽을 수 있다. 가격은 종이책보다 40~60%가량 저렴하다. 미국 e북 시장은 2007년 3170만 달러(약 350억원)에서 작년 4억4130만달러(4900억원)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반면 종이책 시장은 같은 기간 54억5790만달러(약 6조800억원)에서 2010년 48억6400만달러(약 5조4200억원)로 줄었다. e북이 늘어난 만큼 종이책 시장은 축소된 것이다. e북의 확대가 고스란히 서점의 경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서점의 수익 기반 무너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는 올 초 실적 발표 자리에서 "킨들3이 수백만 대 팔리며 킨들용 e북 판매량이 페이퍼백(paperback) 판매량을 앞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킨들은 e북을 읽기 위해 만들어진 전용 단말기. 킨들은 이동통신망과 접속이 가능해, 언제 어디서나 e북을 다운로드받아 구매할 수 있다. 아마존은 킨들1·2·3를 연이어 출시해 1000만 대 이상을 팔았다. 애플의 아이패드는 e북·신문·잡지 등을 읽기에도 충분한 화면 크기를 갖췄다.

아이패드는 작년 4월 출시된 뒤 1480만 대가 팔렸다.

소비자에게 킨들과 아이패드는 '모바일 서점'이다. 킨들의 경우 e북 81만 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오프라인 서점에서 팔리는 전체 종이책 권수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예컨대 뉴욕타임스의 베스트셀러 112종 가운데 107종이 킨들용 e북으로 판매되고 있다. 올해 킨들3과 아이패드2의 판매 예상 대수는 각각 1200만대와 1500만대. 연말이면 미국 5000만명 이상의 소비자들은 서점 없이도 책을 구매해 읽을 수 있게 된다.

한때 미국 전체 도서 판매의 10% 이상을 팔던 보더스는 이런 e북 공세를 못 견디고 12억9000만달러의 부채를 짊어진 채 지난 2월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보더스는 4월 말까지 자사의 642개 서점 가운데 200여 곳을 폐쇄할 예정이다. '서점 없는 도시'가 더욱 늘어나는 것이다. 미국 서점 업계에선 '제2, 제3의 보더스'가 속출할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미국발(發) 서점 붕괴, 국내 서점가에도 위기감 커져

미국발(發) 서점 붕괴를 지켜보는 국내 서점가에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이창연 회장(성동구 도원문고 사장)은 "벌써 인터넷 등에선 2000원짜리 e북이 나오고 있다"며 "오프라인 서점에서 종이책을 사고팔던 시대가 저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 회장은 "동네 서점에는 1만원짜리 책이 7000~7500원에 들어오는데, e북은 5000원 정도에 팔린다"며 "e북과 가격경쟁을 해서 견딜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했다.

국내 서점 수는 2003년 3589개에서 2009년 2846개로 급감했다. 이런 쇠퇴는 예스24와 같은 인터넷서점의 저가 공세에 따른 것. 인터넷서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동네서점들이 이번엔 e북과 더욱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처지다. 국내에는 아마존의 킨들이 진출하지 않았고 애플의 아이패드도 10여 만대 정도가 팔려, 아직 e북의 공세가 덜한 상황이다. 하지만 애플의 e북 전략은 국내에서도 가시화되고 있다. 애플은 최근 예스24가 개발사를 통해 신청한 아이패드용 e북 판매 어플(응용프로그램)의 등록 심사를 거절했다. 한국 시장의 경쟁자를 사전 견제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소니가 애플에 아이패드용 e북 판매 어플을 등록 신청했다가 거절당했다.

 

세계 각국의 추천 레포츠, 어디 가서 무엇을 도전할까?

전 세계에서 경험할 수 있는 레포츠는 헤아릴 수 없다. 그 가운데 엄선한 매력적인 여행지와 즐길만한 레포츠를 소개해 본다.

ⓒ오상훈

1. 홍콩 섬 남부 트레킹 | 많은 사람들의 편견과는 달리 홍콩은 70% 이상이 녹지대이며, 260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섬들을 품고 있다. 등산과 트레킹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도 풍성한 편이다. 홍콩 섬을 위시해 외곽의 섬들은 다양한 트레킹 코스를 갖추고 있다. 능선을 따라 만들어진 산행 길은 바다와 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 매력적이다.

홍콩 섬 남부 트레킹은 타이 탐 컨트리 파크(Tai Tam Country Park)에서 시작한다. 트레킹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섹 오 피크(Shek O Peak)로 해발 284m에 불과한 봉우리지만 경사가 비교적 가팔라 이마에 구슬땀이 맺히고 숨은 가빠진다. 정상에 서면 멀리서 로키 베이(Rocky Bay)와 섹 오 빌리지가 빛을 발한다. 트레킹 전문 여행사인 워크홍콩(www.walkhongkong.com)을 통해 다양한 트레킹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다.

2. 캐나다 가스페 반도의 웨일 워칭 | 가스페 반도는 퀘벡(Quebec) 주 동부의 세인트로렌스 하구 남안에 동쪽으로 돌출한 반도 부분을 의미한다. 중세적인 분위기와 현대적인 빌딩들이 조화를 이루는 퀘벡 주에서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침식 작용에 의해 형성된 해변과 해안 절벽 등이 매혹적이다.

이곳에 위치한 포리용 국립공원에서는 계절에 따라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카약, 승마,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노슈잉 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가능한데, 역시 사람들의 가장 큰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은 쾌속 보트를 타고 야생 고래를 관찰하는 웨일 워칭 프로그램이다. 고래 사냥도 아니고 고래 구경이 무에 그리 대단할까 싶지마는 실제 경험해보면 머리끝이 쭈뼛해질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여행 계획을 꾸릴 때는 퀘벡 주 공식 여행 정보 사이트(www.bonjourquebec.com), 가스페 관광청(www.tourisme-gaspesie.com) 등을 참조하면 된다.

3. 노르웨이의 피오르드 크루즈 | 피오르드의 단면은 U자형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해안에서부터 갑자기 깊어진다. 모래사장도 없어 해수욕은 할 수 없다. 대신 1Km가 넘는 곳이 있을 만큼 수심이 깊어 대형 여객선이 왕래한다. 덕분에 여행자들은 지근거리에서 피오르드의 웅장함과 조우할 수 있다.

노르웨이에 짧게 머무는 사람이라면 하루 여정의 프로그램인 ‘노르웨이 인 어 넛셀(Norway in a Nutshell)’을 이용해볼 만하다. 피오르드 관광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악 열차도 경험할 수 있어 인기 상종가다. 출발지는 베르겐(Bergen). 기차와 버스, 유람선과 산악 열차 등으로 탈것을 바꿔 가며 보스, 구드방엔, 플롬, 뮈르달 등을 거친다. 구드방엔-플롬 구간에서 네뢰위 피오르드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노르웨이 인 어 넛셀 상품은 피오르드투어(www.fjordtours.com)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4.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사막 랠리 | 아라비아 만 연안에 위치한 두바이는 경천동지의 나라다. 사막과 석유로만 인식되던 이 중동의 토후국이 눈부신 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최첨단’이란 타이틀을 가진 각종 건물과 사람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호화로운 관광 인프라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쇼핑과 어드벤처, 나이트 라이프 등 모든 여행의 요소가 흥미로운 두바이에서 사람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것은 역시 사막 투어다. 사륜 구동 차량을 타고 모래 구릉을 헤집고 다니며 베두인족의 마을을 둘러보고, 사막의 일몰도 감상한다. 길 없는 길을 달리는 사막 랠리는 롤러코스터보다 더한 흥분을 안겨준다. 사막 투어는 아라비안 어드벤처(www.arabian-adventures.com)라는 현지 여행사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오상훈

5. 프렌치 폴리네시아 보라보라의 가오리 체험 | 흔히 타히티(Tahiti)로 통칭되지만 정확한 국가명은 프렌치 폴리네시아(French Polynesia)다. 타히티에서 북쪽으로 약 240Km 떨어져 있는 보라보라는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수두룩한 섬들 가운데서도 인지도와 화려함 면에서 맨 앞줄에 위치한다.

스노클링과 더불어 보라보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양 액티비티는 가오리 체험이다. 보트에 몸을 싣고 40분 정도를 달리면 가오리 떼들이 군집해 있는 포인트에 닿는다. 수심이 얕기 때문에 수영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얼마든지 바다에 뛰어들 수 있다. 해양 스포츠 가이드가 가져온 작은 물고기를 꺼내 들면 데빌 피시라고 불리는 쥐가오리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먹이를 낚아챈다.

보라보라에는 포시즌 보라보라(www.fourseasons.com/borabora)를 비롯한 20여 개의 리조트가 있으며, 리조트의 투어 데스크를 통하면 해양 스포츠 프로그램을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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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몽골의 승마와 야생마 관찰 투어 | 승마의 무대로서 몽골만한 곳이 또 있을까. 황량한 사막과 한눈에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멀고 넓은 초원과 푸른 하늘을 물낯에 고스란히 튕겨내는 호수가 번갈아 드는 몽골의 자연을 이리저리 누비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말을 타고 가는 도중 유목민 마을에 들러 그들의 삶을 엿보거나 혹은 몽골 전통 음식을 맛보거나 혹은 양몰이 체험에 참여해보는 것도 흐뭇한 일이다.

몽골에서의 승마 여행은 보통 특정 지역까지 차량으로 이동한 다음, 그곳의 게르 캠프에서 인마일체의 즐거움을 선사할 말을 고르는 것에서 시작된다.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승마 및 사륜구동 차량 투어 등에 나서게 된다. 후스타이 국립공원(www.hustai.com) 역시 게르 시설과 승마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7. 스위스 융프라우의 산악 스키 | 해발 3454m,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 스핑크스 전망대에 서면 서늘한 공기가 폐부를 찌르고 햇빛에 반사되는 눈이 눈을 찌른다. 융프라우와 그 옆에 늘어선 묀히, 아이거의 모습이 규연하다. 계절과 상관없는 거대한 설산은 압도적이며 낭만적인 자연이다. 이 유별나게 눈부신 자연과 근접 조우하기 위해서는 산악 열차의 힘을 빌려야 한다.

종착역에서 내려 조망하는 알프스의 풍경도 탄성을 자아내게 하지만 열차를 타고 올라가면서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 역시 매혹적이다. 융프라우의 으뜸가는 레포츠는 역시 스키다. 융프라우 스키 지역은 클라이네 샤이덱~맨리헨, 그린델발트~피르스트, 뮈렌~쉴트호른 등 크게 세 곳으로 가르마를 탈 수 있다. 융프라우 전문 업체인 동신항운(www.jungfrau.co.kr)에서 융프라우 철도 및 스키, 관광에 관한 정보와 철도 할인권을 구할 수 있다.

8. 호주 시드니의 바이크 투어 | 바이크 투어와 워킹 펍 투어는 익숙한 도시 시드니(Sydney)를 낯설게 보여준다. 수학 공식처럼 굳어진 기존의 시티 투어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시드니의 안쪽을 구석구석 살피며 그동안 미처 몰랐거나 혹은 무심코 스쳐 지나간 도시의 색다른 면모를 살뜰하게 짚어준다. 바이크 투어는 말 그대로 자전거의 두 페달을 굴려가며 도심 속을 종횡하는 여행법이다.

바이크 투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통하면 코스와 소요 시간이 서로 다른 다양한 프로그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시드니가 초행인 사람들은 보통 오페라하우스, 달링 하버, 하이드 파크, 차이나타운 등을 돌아보는 하이라이트 투어에 참가하는데,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거리의 풍경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온다. 바이크 투어는 본자 바이크 투어(www.bonzabiketours.com)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9. 이집트의 나일 강 크루즈 | 이집트는 곧 나일 강이고 나일 강은 곧 이집트다. 크고 작은 도시들이 나일 강변에 위치하고 있으며, 찬연한 유적지들 역시 강 유역을 따라 산재한다. 나일 강 크루즈의 일정은 2박 3일에서 7박 8일까지 다양한데,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들은 보통 2박 3일이나 3박 4일 같은 짧은 일정을 선호한다.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아스완(Aswan)과 룩소르(Luxor)를 오가는 크루즈다. 나일 강 크루즈를 즐기는 방법은 단순 명쾌하다. 기항지 투어에 나서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배에 머물며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면 되는 것이다. 선상에 마련된 수영장에서 나른한 햇살을 즐기거나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 것도 좋고, 크루즈에서 제공하는 벨리나 수피 댄스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즐겁다. 혜초여행사(www.hyecho.com)를 비롯한 여러 여행사에서 나일 강 크루즈 상품을 판매한다.

 

WP, 한국 사교육의 `명암' 집중 조명

연합뉴스

자료=조선일보DB
서울 목동에 사는 김희정 씨는 초등학교 3학년짜리 아들에게 일주일에 20시간씩 영어와 수학, 과학 개인교습을 시키는데 한 달에 110만 원가량을 쓴다.

물론 여기에는 인라인스케이트와 피아노, 바이올린, 중국어 수업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김씨는 아들이 어린 나이에 너무 바빠서 쓰러질까 봐 걱정이다.

하지만, 김씨의 아들은 사교육 덕분에 학교 교육보다 훨씬 앞서나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이 3일(현지시간) 한국의 사교육을 집중 조명하면서 사례로 든 한국인 가정의 모습이다.

수치로만 보면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세계 선망의 대상이다. 한국은 국제 수학경시대회나 읽기대회에서 상위 5개국 안에 포함된다. 고등학교 중퇴자 비율도 4% 미만이며 청소년 사이에서 대학 졸업비율도 56%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하지만, 이러한 성취 뒤에는 많은 사교육과 비용이 뒤따른다고 WP는 지적했다.

홍콩대학교의 마크 브레이 교수는 ‘그림자 교육(Shadow education)’이라고도 불리는 사교육은 동아시아에서 일반적이며 학생과 학교, 국가별로 비교하는 테스트가 증가함에 따라 동아시아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교육 시장을 가장 주도하는 곳은 한국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평균 한국의 가정은 연간 소득의 약 20%를 사교육에 사용했다.

2009년 한국인은 영어와 수학, 대학시험 준비 등 개인교습에 19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는 공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미국의 사교육 산업의 규모는 약 50억∼70억 달러다.

WP는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한국의 높은 학구열은 이제는 높은 자살률과 급락하는 출생률의 원인으로 비난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나친 경쟁은 학생들을 외국으로 떠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학생들의 재능을 소모시키고 가족들을 갈라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주호 교육과학부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자녀 교육에 투자하려는 부모들의 의지를 한국의 힘 중 하나로 꼽으면서도 “그 에너지가 시험성적을 올리는 데 사용되고 창의성이나 다른 인성을 키우는 데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그동안 개인교습을 규제해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교육부가 새 정책을 펴면서 사교육비용이 조금 내려갔다.

교육부는 상위권 대학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해 미국처럼 학생 선발 때 학생들의 능력과 창의성 등을 고려하도록 했다.

서울의 경우 사설학원 교습시간을 오후 10시까지만 허용하도록 조처를 했다.

또 공교육의 신뢰를 높이려고 표준화된 시험과 교원평가제도도 도입하는 한편 TV나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학입시의 70%를 EBS(교육방송) 교재에서 근거해 출제하도록 하기도 했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사교육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EBS에서 일하는 재미교포 2세인 브라이언 리는 10년 전 한국에 온 뒤 영어 교사로 일했다. 그는 미 워싱턴 D.C.의 전 교육감 미셸 리의 남동생이기도 하다.

그는 2008년 입시학원을 열었고 부모들에게 단순히 시험이 아니라 세계화된 세계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도록 했다.

하지만, 3페이지에 달하는 많은 어휘를 나눠주는 다른 학원들과 달리 6개 단어를 나눠주며 연습하도록 한 그의 학습 방법을 학부모들은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봤고 결국 그는 지난해 봄에 학원 문을 닫아야 했다.

구미에 사는 양경철 씨는 자신의 딸을 6년 동안 밤늦게까지 입시학원에 보냈으나 딸은 결국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다.

양씨는 “돈만 낭비했다”면서 “언젠가 공교육만으로 충분할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WP는 전했다.

[와글와글 클릭]개와 `맞장` 짖기 대결 벌인 男, 결국 체포.."헐~"(수정)

 

[이데일리 우원애 리포터] 영국 데일리메일은 미국 오하이오주의 라이언 스티븐스(Ryan Stephens·25)가 경찰차 안에 있던 경찰견에 맞서 시끄럽게 `짖고` 경찰견을 괴롭힌 혐의로 입건됐다고 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3일 오하이오 지역 경찰인 브래들리 워커(Bradley Walker)가 술집 앞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경찰차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일어났다.

 

 ▲ 데일리메일

워커가 갑자기 경찰차 쪽에서 개짓는 소리가 크게 들려 다가가 보니 스티븐스가 경찰견 팀버(Timber)와 난데없는 짖기 대결을 펼치고 있었던 것.

 

스티븐스는 조사에서 "개가 먼저 짖기 시작해 나도 따라 짖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워커는 "남성이 흥분한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이어 워커는 "그렇게 개를 자극하면 개가 공격적으로 변한다"며 스티븐스에게 멈출 것을 요구했지만 "그는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스티븐스를 경찰견을 위협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조사 결과 스티븐스는 술에 취한 상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누리꾼들은 "사람이 술을 먹으면 개가 된다더니, 딱 맞게 행동했네" "이 무슨 부끄러운 짓인지" "개나 사람이나 똑같다 ㅠ.ㅠ" "술주정 한번 제대로 했네" "스티븐스씨의 대대대굴욕"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아침논단] 차라리 '결혼면허 제도'를 도입하자

김수진 변호사·평화합동법률사무소

예단·혼수 갈등 둘러싼 이혼소송 지켜보면
결혼을 '婚테크'처럼 여기는 젊은 세대도 많다
높은 이혼율 탓하기 전에 婚前 부부교육이라도
의무화해야 하지 않을까

"결혼 전에 처가(妻家)가 강남에 수십억 하는 상가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이건 결혼 사기입니다."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제가 예물로 받은 보석과 시계를 남편이 다 가지고 갔습니다. 돌려주세요." "제가 아내에게 받은 예물보다 제가 준 보석이 훨씬 값어치가 나가니 제가 준 것들을 돌려받고 싶습니다."

내 의뢰인 P씨는 명문대 출신에 좋은 직장을 가진 남자와 1년 가까운 연애 끝에 결혼하게 되었다. 결혼식 준비 과정에서 시댁의 지나친 혼수 요구로 갈등을 겪으면서 결혼을 관둘까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미 청첩장까지 돌린 뒤여서 그대로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남편과 시부모는 파경(破鏡)에 이르기까지 2년 남짓 사사건건 P씨가 해온 혼수와 예단을 다른 집과 비교하며 트집을 잡았다. 결혼 당시 50㎏의 보기 좋은 체형을 가졌던 그녀는 38㎏의 앙상한 모습으로 이혼법정 조정실에서 이제는 적(敵)이 된 남편과 마주 앉아 결혼생활을 청산하기 위한 재산 분배에 대해 설전을 벌였다.

이혼 소송을 자주 맡다 보니, 결혼을 준비하면서 예물·예단 등 혼수 갈등으로 받은 상처와 학대가 결혼 후까지도 이어져 P씨 부부처럼 파경에 이르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소송이 진행되면 무엇 때문에 두 사람이 이혼법정에 서게 되었는지, 내 잘못은 무엇인지 돌아보고 반성하기보다, 혼수와 예단비·신혼살림에 들인 자금을 어떻게 하면 손해 보지 않고 더 많이 회수할 수 있는지가 관심사의 전부이고 싸움의 주요 양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과연 저 두 사람이 잠깐이라도 서로 사랑한 적이 있었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최근에는 결혼도 인생에서 다양한 선택의 대상 중 하나라는 의식이 많아졌을 뿐 아니라, 배우자를 선택할 때 인성이나 애정보다는 외모와 배우자 또는 그 부모의 경제적 능력 등의 조건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서울의 도시근로자가 109㎡(33평형) 아파트를 마련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13.7년이 넘게 걸리는 현실에서 경제적 안정을 결혼의 중요조건으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OECD 국가 중 이혼율 2위라는 불명예는 결혼을 재테크의 일종인 '혼(婚)테크' 정도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결혼관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경제적 조건을 중시하는 결혼은 준비 과정에서도 혼인생활을 위한 준비보다는 남들에게 보이는 결혼 예식을 준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 결과 결혼 예식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당사자나 주위사람들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고 말았다. 고가(高價) 혼수와 예단을 준비하는 것이 배우자와 그 집안에 대한 예의로 여기는 일부의 잘못된 인식도 여전히 과소비 결혼을 부추기고 있다.

얼마 전 결혼 예단비로 10억원을 건넨 뒤 5개월 만에 파경에 이르렀다면 예단비 대부분을 아내측에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보도됐다. 예물이나 예단은 결혼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혼인이 단기간 내에 파탄된 경우에는 혼인의 불(不)성립에 준하여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겐 판결 취지보다 예단비로 10억원이라는 돈을 주고받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가 관심거리였을 것이다.

원래 예단은 '예물로 보내는 비단'을 뜻하는 것으로 예전에는 비단이 귀했기 때문에 신부가 시집가는 집안에 선물로 드려 예(禮)를 표했던 풍습에서 유래했다. 전통적으로 신랑집에서 신부집으로 비단을 보내면 신부가 시부모의 옷을 바느질한 후에 싸서 돌려보내고 신랑집에서는 수공비조로 돈을 신부집에 보냈다. 이런 절차를 거친 이유는 신랑집에 신부의 바느질 솜씨를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예단의 의미도 퇴색되어 이제는 값비싼 물건이나 심지어 현금으로 건네는 경우가 많아져 예단은 결혼 준비 과정에 가장 부담스러운 걸림돌로 바뀌었다.

실제로 한국결혼문화연구소가 전국 5개 도시에서 결혼한 294쌍을 대상으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48.3%에 이르는 142쌍이 예단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고 답했다. 조건만으로 애정 없이 쉽게 한 결혼은 파국을 맞이할 확률이 높다. 프랑스 작가 앙드레 모로아는 "결혼의 성공은 적당한 짝을 찾기에 있기보다는 적당한 짝이 되는 데 있다"라고 말했다. 높은 이혼율이 문제라고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 결혼 생활에 관한 부부교육을 의무화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결혼자격 시험을 치러 통과한 사람들에게만 운전면허처럼 결혼면허를 부여하는 것은 어떨까.

[Why] 해외 인터넷 쇼핑몰 누비는 '스마트 보따리상'

지난해 우리나라는 877만7000건, 67억8900만달러어치의 국제 특송 물품을 통관했다. 관세청은 이중 20%를 해외 구매 대행이나 배송 대행 화물로 추정하고 있다. / 조인원 기자

해외여행이나 유학으로 현지정보에 밝은 소비자들
외국브랜드 직접 구매… 작년 배달물량 1조4664억원

주부 서기윤(40)씨는 최근 미국 폴로와 갭 홈페이지에 접속해 청바지와 재킷 등의 신상품을 구매했다. 서씨는 "한국 백화점에서도 판매하는 물건이지만, 미국 현지에 비해 가격이 많으면 2~3배나 비싸기 때문에 직접 구매에 나섰다"며 "미국 홈페이지에서 가격을 확인하고 네이버의 한 카페에서 구매 대행 서비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위즈위드 같은 구매대행업체에서도 백화점에서 49만8000원인 청바지를 15만원, 21만원인 뉴발란스 운동화를 9만98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서씨 같은 이들은 전 세계 인터넷 쇼핑몰을 직접 돌아다니는 '해외 쇼핑족'들이다. 일부 업체들은 미국 뉴저지와 LA에 아예 자체 '물류창고'를 만들어 놓고 회원들이 주문한 물건을 대신 '받아주고' 있었다. 이용자들은 이들 업체의 창고 주소를 자신의 가짜 '미국 주소'로 이용해 아마존닷컴 등의 미국 사이트에 직접 주문을 넣게 된다.

해외 유학생이나 교포 중에도 배송 대행을 하는 이들이 많다. 김호철(가명)씨는 재작년까지 미국에 유학 중인 선배와 함께 국내에서 판매되지 않는 미국 프로농구(NBA) 저지셔츠를 구매 대행해주며 한 달에 200만~3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렸다. 그는 인터넷으로 주문을 받아 미국 선배 집으로 배송된 물건을 우체국 EMS를 이용해 다시 한국 구매자들에게 보내는 일만 했을 뿐이다.

과거 국내 유통시장이 크지 않던 시절 미국이나 일본, 홍콩에서 소규모로 의류나 소품을 떼어와 국내에 유통시키던 '보따리상'들이 인터넷과 국제특송 서비스를 통해 부활한 셈이다.

해외 인터넷 쇼핑의 확대와 함께 우리나라의 국제특송 물량은 지난 5년 사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은 지난해 처리한 887만7000건의 국제특송 화물 중 20% 정도를 구매 대행 화물로 추정했다. 금액은 1조4664억원에 달한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네이버나 다음 카페에서 소호몰을 운영하는 교포나 유학생들이 처리하는 화물이 정식 대행업체를 통한 것보다 많기 때문에 실제 시장 규모는 관세청에서 추정하는 것보다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의 비중이 커지자 최근 일부 해외 인터넷 쇼핑몰은 일정 금액 이상을 구입할 경우 한국까지 무료 배송을 해주기 시작했다.

해외 구매 대행 물량은 미국의 부활절이나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세일 기간에 폭증세를 보인다. 미국 주요 브랜드의 세일 정보만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사이트도 있다. 가끔씩 일부 해외 사이트가 접속이 되지 않으면 온갖 추측과 억측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미국의 패션 브랜드인 '갭'(GAP) 사이트가 지난 1일부터 접속이 되지 않아 봄 세일을 기다리던 이들이 애를 태웠다. 일부에선 "한국 소비자들이 미국 사이트에서 직접 갭 의류를 구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수입업체의 요청으로 한국IP 접속을 차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하지만 갭 공식 수입업체측은 "미국 본사에 문의한 결과 시스템 장애로 인해 오류가 발생한 것이었다"며 "우리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 사이트는 7일(한국시각)부터 다시 접속이 가능해졌다.

위즈위드 김양필 팀장은 "해외여행이나 유학을 통해 현지 정보에 밝은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한국 판매가격이 비싸거나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브랜드를 직접 구매하는 이들이 많다"며 "우리가 단순히 배송만 대행하는 건수도 매월 1000건"이라고 말했다.

'직구(直購)'를 많이 하는 제품은 관세를 물지 않아도 되는 30㎏ 이하, 15만원 이하 제품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고가인데도 세금을 피하기 위해 가격을 낮춰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부 개인업자들은 세금을 물지 않기 위해 신상품의 가격표와 포장지를 제거하고 마치 한국의 친지에게 사용하던 제품을 보내는 것처럼 '위장'(?)하기도 한다. 관세청 관계자는 "해외 특송 물량 증가로 통관 절차가 간소화된 틈을 타고 탈법 사례가 증가했다"며 "단속을 강화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최근 검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들이 운영하는 소호몰을 통할 경우, 일부 돈만 받아 놓고 물건을 보내주지 않거나 제품에 하자가 있어도 나 몰라라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를 통해 해외에서 구입한 물건의 경우, 일종의 '계모임'에서 물건을 산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해도 보상을 받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 인왕산 鶴학巢소島도에서 최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