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새로운 취미와 모험은 이 두 대의 예쁜 자전거에서 시작됐다

화가인 친구 한생곤이 올봄 마음에 드는 MTB를 주문해놓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해도

내가 가까운 미래에 자전거와 사랑에 빠지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가끔 도로에서 마주치는 자전거 라이더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머리에는 각양각색의 헬멧을 쓴

사람들이 차로를 달리는 모습을 보면 그저 위험해 보였고, 내가 그러고 싶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마도 7월쯤, 갑자기 자전거가 타고 싶어졌다

날은 덥고 몸은 지치고 술배는 느러지고...몸에서 운동 좀 하라는 시그널이 오는 것 같았다

인터넷쇼핑몰에 들어가 살 만한 자전거를 찾아봤다

무슨 자전거 종류가 그리 많던지!

가격도 천차만별, 디자인도 다양하고 기능별로 자전거가 MTB,  로드용, 하이브리드, 미니벨로, 투어용....

나는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을 우선순위로 해서 30~50만원 가격대의 모델을 찾다가 발견한 물건이

'HUMMER 하이브리드'

개인적으로 인터넷쇼핑을 거의 안 하는 나는, 그간 몰랐던 온갖 카드포인트와 혜택 등등을 동원해

거의 10만원 DC 받아 바로 주문. 그리고 며칠 뒤 택배로 자전거가 통체로! 배달되었다

그리하여 30여년만에 새 자전거를 소유하게 되었다!

대학생 때 벼룩시장에서 10달러짜리 중고자전거를 샀다가 얼마 뒤 도둑맞은 거 빼면,

(자물쇠까지 채워놓은 그 후진 자전거를 훔친 녀석은 과연 어떤 인간일까 지금도 궁금하다)

중학교 때 독일에서 부모님이 사주신 푸조 자전거가 마지막 내 소유의 자전거였다

배달된 상태는 완전조립품이 아니었지만, 집에 있는 공구 몇 가지로 완벽하게!

조립해서 며칠 뜸 들이다가 헬멧 쓰고 일반 운동복 차림으로 홍제천으로 출발!

홍제천 자전거전용도로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고 주변에 볼거리도 많았다

인공폭포도 있고, 야생화꽃밭도 있고,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를 타며 운동하는 다양한 사람들....

심지어 도로변에 설치되어 있는 스피커에서는 클래식 음악까지!

신이나 열심히 페달을 밟았더니 금방 연희동, 상암동을 지나 20분만에 한강이 나타났다!

우리 집이 한강에 이렇게 가까웠던가? 차로 다닐 땐 그렇게 멀게 느껴졌는데

신호등도 없고 막히는 길도 없으니....거기다 거의 직선 코스!

땀으로 흠뻑 젖어있는 몸으로 한강을 바로 옆에서 바라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와! 한강이 이렇게 크고 아름다웠던가?

차창 밖으로 한강 저녁노을을 본적은 있었겠지만,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이렇게 느리게 한강 너머로 해지는 풍경을 감상하는 건 생에 처음

홍제천 자전거전용도로와 한강자전거전용도로가 맞나는 성산대교 밑에는 많은 시민들과

라이브공연같은 다양한 공짜 엔터테인먼트까지!

첫 자전거 라이딩을 마치고 불과 일주일 뒤, 램프, 펌프, 장갑 등 필요한 자전거 용품을 주문하려고

인터넷쇼핑을 하다가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의 자전거를 하나 더 발견한 나는,

지름신을 완전 무시하고(?!) 바로 주문했다

'LAND ROVER MTB'

가격은 40만원 대, 색상은 내가 좋아하는 English Greeen

이렇게 나는 졸지에(!) 새 자전거 두 대의 주인이 되었고,

자전거를 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버렸다

옛 철로길을 자전거전용도로로 개조한 남한강자전거길을 만났다

와 세상에 이렇게 특색있고 재미있는 자전길이 있었다니!

자전거전용이라 안전하고 주변에 볼거리도 많고

무엇보다 자전거길이 다리도 건너고 터널도 여러개 지나고...

아기자기하고 다양하고 재밌었다

8월 한달간 유럽출장/여행 중에도 집에 있는 자전거가 종종 생각날 정도로 몸이 근질근질했던 나는,

귀국해서 바로 주말에 인천 아라뱃길을 달렸다

우리 집 학소도에서 인천 서해갑문까지 왕복 약 80km

자전거에 아직 적응도 안된 상태에서 아무 생각 없이 첫 장거리 라이딩에 도전했다가

온몸이 완전 ko 직전까지 갔다

밤 11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는데, 다리는 후덜덜, 엉덩이는 신경마비, 머리는 멘붕...

하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이렇게 카메라 앞에서 0m start - 633,000m finish 라인을 오가며 막상 포즈는 취했지만,

(이 633km는 인천-부산 편도 자전거길 총거리)

내가 이 국토종주 거리를 과연 완주할 날이 올지....

퇴근 후 그리고 주말에 한강을 달렸다

여름밤의 한강은 시원했고 사람들로 생동적이었고 야경은 아름다웠다

한강의 대교들은 대부분 차로 옆에 인도/자전거도로가 있어 안전하게 강을 건널 수 있고,

한강자전거길에서 다리로 올라가는 진입길로 쉬워(심지어 자전거 전용 엘리베이터도 있다!)

강의 북면 자전거도로가 지루하면 남면 자전거도로를 달리면 된다

홍제천 자전거길은 어느덧 동네 골목마냥 익숙해졌고,

이 길과 연결된 상암동 자전거길도 종종 가게되었다

그간 알지 못했던 한강을, 그 매력을 자전거 덕분에 알게 되었다

사실 전세계적으로 이렇게 큰 강이 도시를 가로지르는 경우는 드문데,

우리 한국인도 드디어 도시 한가운데의 이 아름다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나보다

 

- 인왕산 鶴학巢소島도에서 최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