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츠고 선정 베스트 홈

 

안녕하세요, 최범석입니다.

오늘 홈페이지에 들어와 보니 드디어 3만 번째 손님이 다녀가셨더군요. 근데, 아무도 자신이 그 주인공이라고 신고하는 사람이 없네요. 적어도 아직까지는. 3만 1번째라고 솔직하게 밝힌 사람은 있는데 말입니다. 뭐 제가 카운터에 적힌 번호 하나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정직한 기록이자 개인적으로는 작은 기쁨을 주는 것임은 확실하니까요. <지도 없는 여행>이 상업적 사이트가 아닌 수수히 개인 홈페이지라서 아마 그렇겠죠.

여러분이 방명록에 남겨주신 글만 해도 거의 500건이니까, 참 반갑고 즐겁습니다. 솔직히 저는 제가 올리는 글보다 다양한 손님들이 남겨주시는 글들이 훨씬 더 흥미롭습니다. 이웃동네에서 혹은 지방에서 혹은 해외에서 사이버 공간에 남긴 글을 통해 서로 교류할 수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신기하기만 합니다. 서울에서 광주에서 캐나다에서 남극에서 독일에서 미국에서......언제 한번 이런 소중한 글들을 모아 정리해서 이곳에 올리겠습니다.

며칠 전에는 작업실 거실에 앉아 문득, 최근에 내가 만났던 혹은 스쳐 지나갔던 사람들을 쭈욱 떠올려 보았습니다. 인터넷 사업구상을 열심히 설명하던 친구, 체중 85kg 이상만 가입할 수 있다는 '거구회'의 회장을 맞고 있다는 사람, 소설은 일종의 사기라고 말하던 소설가, 직장을 옮기게 됐다면 들떠하던 선배, 자신의 작품 제목을 영어로 번역해 달라고 부탁하던 화가, 개를 한 마리 팔라고 진지하게 얘기하던 이웃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보신용으로), 회사 상사의 스타일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던 후배, 진돗개인 깜년, 창녀, 갑돌이, 또라이에 대해 진지하게 평가하던 애견가, 전국구 출마에 수 억을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정치가, 남자 운이 없는 것 같다며 걱정하던 미혼 친구, 좋아는 하지만 상대가 자신을 언젠가 떠날 것 같아 먼저 떠나겠다며 눈물을 흘리던 또 다른 친구......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대화를 편안하게 나눌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결국은 그 누구와도 나의 정체성을 공유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실한 희망 때문에 허무함을 느껴야만 하는 나. 프로의 소속감을 갈망하면서도 아마추어의 자유를 포기할 수 없는 나. 하늘을 날며 어떤 두려움 때문에 나뭇가지에 내려앉지 못하고 지친 날개를 계속 파닥거리는 작은 새.

 

나, 후아나 에기사는 지금 이 순간 결혼을 할지, 개를 사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이 세상에 아직도 결혼을 하고 싶어하는 남자나, 키워볼 만한 개가 남아 있을까?).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과연 나와 결혼하고 싶어하는 남자의 빈 공간을 개가 대신 채울 수 있을 것인가? 그건 분명 아닐 것이다. 적어도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말이다! 나는 마음속에 개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그리곤 누렁이 한 마리를 선택한다. 집에서 기르는 누렁이는 순진하고 든든한데다 의젓하고 고부고분해서 좋다. 조금도 까탈스럽지 않다는 얘기다.....


내 누렁이는 기본적으로 나를 귀찮게 하지 않을 것이다. 언제나 상냥하고 다정 다감한 친구가 된다는 얘기다. 나는 누군가를 돌보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특히 슈퍼마켓에 가서 나 혼자만을 위해 식료품을 사는 일은 없을 것이다. 누렁이를 데리고 공원으로 조깅을 나가려면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할 테고, 밤에는 누렁이와 함께 하는 산책 덕분에 소화도 잘 되고 잠도 잘 올 것이다. 또한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거나, 상대의 말을 갑자기 끊거나, 아예 말을 걸지 않아도 되느 그럴싸한 핑계거리로도 누렁이는 손색이 없을 것이다. 우울하거나 꼼짝하기 싫은 날엔 더더욱 이상적이다. 가벼운 산책은 나로 하여금 게으름의 거미줄을 걷어치우고 일어나게 말들 테니까 말이다. 반대로 그 상대가 남자라면......그는 늘 웃는 예쁜 얼굴, 깨끗이 정돈된 집안과 맛있는 음식, 적당히 넘어가 주는 유쾌한 대화와 사려 깊은 이야기 상태 그리고 늘 준비된 뜨거운 여자 -- 그렇지만 결코 지나치진 않은, 다시 말해 일주일에 서너 번이면 만족하는 --를 요구할 것이고, 그러면서도 나의 요구 사항이나 자유는 눈곱만큼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만일 내가 낯선 남자를 집안으로 끌어들인 다면, 누렁이는 처음엔 적개심으로 으르렁대겠지만 결국엔 아픈 가슴을 부여안고 조용히 제 집에 은신하고 말 것이다. 반면에 남자는 그런 모욕을 쉽게 잊지도 않을뿐더러, 평생토록 으르렁델 게 뻔하다.

차선의 선택은, 의심할 필요도 없이 혼자 사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신중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아니면 누렁이와 경쟁할 만한 남자가 나타나길 기다리거나.....


* 남자를 찾습니다 *


한 여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누렁이 개와 경쟁할

적당한 남자 구함


- 파울라 페레스 알론소의 『개를 살까 결혼을 할까』 중에서

 

<사 람>     박 찬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생각이 무슨 솔굉이처럼 뭉쳐
   팍팍한 사람 말고
   새참 무렵
   또랑에 휘휘 손 씻고
   쉰내 나는 보리밥 한 사발
   찬물에 말아 나눌
   낯 모를 순한 사람
 
  그런 사람 하나쯤 만나고 싶다
 
 
 
시인은 자서에 이렇게 써놓고 있다.
"운명을 감내하는 게 용하다. 우거진 숲길을 걸어도 모래펄에 서있는 것만 같다. 삶이 별 수 없이 그럴 것이니… 지난 3년동안 잠시잠시 실크로드 사막길을 헤매는 중이다. 육신은 번잡한 도회에 있으되 언제든 또 그 곳으로 달려갈 꿈에 산다. 요즘 나를 지탱하는 힘이다…"

 

New Age Musician John Cage가 말한,

'새장에서 도망친 작은 새들'을 떠올린다.

범석생각Das Ende

- 인왕산에서 최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