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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범석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이곳에 글을 올리네요.

새소식이라고 부를 수 없는 여러 이야기들이 밀려 있어,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암담합니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사이 해와 계절만이 바뀐 게 아니군요.

그럼 짧게나마 지금 이 순간에 대한 이야기부터

풀어나가렵니다.

 

오늘은 2001년 1월 21일 일요일.

지금 내가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이곳은

광화문 이마빌딩 9층,

'2002년월드컵축구대회조직위원회' 홍보실이죠.

작년 5월 초였을 겁니다.

어느 선배로부터 받은 전화 한 통화를 계기로

다음달인 6월 2일 이 조직의 정식 직원이 되었죠.

직장을 갖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있던 나는,

평소 가장 좋아하던 운동인 '축구' 더 나아가

국가적 대사인 '2002 한·일 월드컵'과 이렇게

구체적인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작년 말까지는 '섭외전문위원'으로 FIFA,

일본조직위원회 그리고 한국조직위원회 간의

조정역할을 수행했었는데, 금년 1월부터

해외홍보과장으로 발령 받아 앞으로 남은

500여일 동안 2002년 한·일 월드컵 및

우리나라 한국을 전세계에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죠.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하루 하루가 전보다

많이 단조로와 진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9시까지 출근,

오후 6시(보통 훨씬 늦지만) 퇴근까지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내고 나면

어느덧 다음날 아침이 찾아옵니다.

직장생활을 하시는 분들은 그런 일과를 잘

아시겠지만.....

가끔 나가는 해외출장이 이런 루틴으로부터

나를 잠시나마 해방시켜주지만, 자유인으로서 즐기던

반더루스트는 적어도 2002년 7월까지는 접어두어야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마치고,

곧 다시 새로운 소식 올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새해에도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어린이 월드컵 그림마당>

@ 정말 귀엽고 열정적이죠? @

 

 

- 김진애씨의 <이 집은 누구인가>(한길사) 중에서

 

사람의 감성이 곧 집의 감성이 아닐까. 사람의 삶이 면면이 배어들고 사람의 마음이 표현되고 사람의 정서가 녹아드는 집. 그러한 감성 풍부한 집을 그리고 싶다. (책을 내며)

그 집에 사는 사람에게 특별한 무엇이 있는 집, 특별한 기억을 자아내는 집, 그런 집이야말로 가장 좋은 집 아니겠는가? (19)

자신의 삶이 자신에게 한 편의 소설이 되듯, 자신의 집이란 그 소설의 배경이 된다. (26)

집은 삶의 흔적이다......집의 문화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다. (29)

어딘가 비밀스러운, 은밀한, 그 무엇이 더 있을 듯한, 새로운 무엇이 더 펼쳐질 듯한, 무언가 변화가 있을 듯한, 무언가 변화를 줄 수 있을 듯한 그 무엇이 있을 때 집에 대한 애착심도 더 커진다. (55)

현대의 집에서는 불이 아니라 대개 '열'이 있을 뿐이다. 기름, 가스, 전기를 쓰면서 열은 어디선지 만들어져 피부로 느껴지지만 불 자체를 느끼는 경험은 없어졌다. (114)

우리 사회는 진정한 변혁기에 있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외형적 현대화라는 명제에 사로잡혔다면, 지금의 사회는 그보다 훨씬 더 어려운 내면적 성장이라는 명제에 접하고 있다. 외형발전 속에서 소득이 늘고, 살림이 편해지고, 핵가족화가 되고, 교육열풍이 불고, 집이 부동산화되고, 환경이 오염되고, 가치규범이 흔들려 왔다면 이제 내면적인 성장 속에서 삶의 질의 문제, 기술의 생활화 문제, 평생 배우기의 가치, 환경자원 아끼기의 가치, 인간중심의 사고, 건전한 가치규범 세우기 등 인간관계의 본질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127)

선택은 자유이되 선택의 결과에 대한 인식은 필요하다. (128)

빗소리, 눈소리, 만질 수 있는 흙, 친구 같은 식물과 동물, 흐르는 기, 변화하는 빛과 열, 인간과 집의 소화기능 등. 지구가 태양을 따라 돌고 달이 지구를 따라 돌면서 펼치는 영원한 역학 속에서 인간 역시 무에서 나와 무로 돌아가는 순환을 반복한다.

무릇 집이란 자연과의 관계맺기다. '자연으로부터의 보호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그 하나이고, '자연의 선물을 어떻게 즐기느냐'가 다른 하나다. 자연은 한편 위협적이기 짝이 없고, 다른 한편 너무나도 많은 선물을 준다. 자연에 비하면 인간이란 일개 지푸라기에 불과하다. (168)

시간이 배어 있는 집.....새 집 같지 않고 시간의 격이 느껴지는 집, 많은 시간이 배어 있는 것 같은 집, 시간의 깊이가 느껴지는 집, 시간의 층이 느껴지는 집, 시간의 켜가 느껴지는 집.....그야말로 '멋이 담겨 있는 집' 아닐까.

'시간이 배어 있는 집'은 어떤 집일까?

첫째, 거기 있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집

둘째, 쌍여진 시간이 느껴지는 집.....많은 시간의 층들이 여기저기에서 느껴지는 집, 말하자면 그 집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집

셋째, 시간에 따라 무쌍하게 변화하는 집.....말하자면 시간에 따라 여러 다른 모습을 가질 수 있는 집 (182)

시간마다 새로운 집......시간이 배어 있는 집의 또 다른 의미란, 시간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집일 것이다. 시간이 정지해 있는 것 같은 집, 말하자면 항상 똑같아 보이는 집은 별로 재미없다.

시간마다 새로운 집이란 그리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하루의 시간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집, 일주일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집,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집일 것이다. 시간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빛이다.....

계절의 변화는 빛의 변화에서도 나타나지만 모든 나무와 풀과 꽃의 변화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파릇파릇한 봄,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 단풍 지는 가을, 나뭇가지 모양새가 그대로 나타나는 겨울은 따뜻한 빛의 봄, 뜨거운 빛의 여름, 기다란 빛의 가을, 어스름한 빛의 겨울과 더불어 시간의 분위기를 나타낸다. (190)

시간의 기록이란 기억의 기록이다. 기억의 폭이란 저으이 폭이다. 시가느이 깊이란 멋의 깊이다. 집은 시가느이 갤러리다......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그 모습 그대로 살아온 시간을 증거하고 있다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간을 표현하고 있다면, 그래서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사는 모습을 표현하는 집이라면, 그것이 바로 '시간 있는 집'일 것이다. (195)

모든 집이 그 집만의 색깔이 느껴지는 집이었으면 좋겠다. (261)

나는 아름다운 집, 좋은 집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이나 고정관념도 깨뜨렸으면 좋겠다. 그러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우리 각자의 삶을 우리 각자의 것이 아니게 만드는지, 우리의 삶을 피곤하게 만드는지, 우리의 삶을 좁게 만드는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자신의 삶을 자기 집에 담으려는 감성을 일깨우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315-6)

집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람을 통해 집을 만나고 싶다. (317)

 

- 밀란 쿤데라의 장편소설 <향수Ignorance> 중에서

 

그리스어로 귀환은 <노스토스nostos>이다. 그리스어로 <알고스algos>는 괴로움을 뜻한다. 노스토스와 알고스의 합성어인 <노스탈지> 즉 향수란 돌아가고다 하는 채워지지 않는 욕구에서 비롯된 괴로움이다.

독일어의 <하임베Heimweh> 또는 네덜란드어의 <하임베heimwee>는 모두 고향에 대한 향수로 생긴 병을 뜻한다. (p. 10)

향수를 다룬 최초의 서사시인 [오디세이아]가 태어난 것은 고대 그리스 문화의 여명기였다. 다음과 같은 사실을 강조해 두자.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모험가인 율리시스는 가장 위대한 향수병자이기도 했다. (p. 12)

율리시스는 칼립소에게서 진정한 <돌체 비타> 즉 안락한 삶,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얻었다. 그러나 타지에서의 안락한 삶과 집으로의 귀환 사이에서 그는 귀환을 택했다. 미지의 것에 대한 열정적인 탐험(모험) 대신에 그는 익숙한 것에의 예찬(귀환)을 택했다. 무한(왜냐하면 흔히 모험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고 여겨지므로) 대신에 종말(왜냐하면 귀환은 삶의 유한성과의 타협이므로)을 택했다. (p. 13)

추억은 친구들 사이의 대화에서 상기되지 않으면 떠나가버리고 만다. 동향인 모임에 모인 망명자들은 똑같은 이야기들을 구역질이 날 정도로 한다. 때문에 그 이야기들은 잊혀지지 않는 것이다. (p. 38)

향수병.....돌아가고자 하는 거역할 수 없는 욕구는 그녀에게 과겨의 존재, 과겨의 힘, 그녀의 과거의 힘을 단번에 드러냈다.(p. 83)

사랑이라는 개념(위대한 사랑,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랑)도 아마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좁은 한계에서 생겨난 것 같다. 이러한 시간이 무제한적이라면 조제프는 죽은 그의 아내에게 그토록 집착했겠는가? (p. 127)

 

- 인왕산에서 최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