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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1>



'인생은 지도없는 여행'이며 '자유에 대한 사랑은 여행가의 열정이 되고 건강은 그의 힘이 되며, 직감은 그의 나침반이 된다'는 반더루스트(Wanderlust, 여행 좋아하기, 방랑벽이란 뜻의 독일어 명사) 최범석. 올해 나이 서른넷에 지금까지 무려 세계 60여 개국을 여행한 프로 여행가이자 여행문학가이다.
여행 경력 못지않게 그의 학력 또한 다국적이며 화려하다. 한국에서 초등학교 졸업, 독일에서 중학교 졸업, 미국에서 고등학교 졸업, 버클리대학에서 경제학과 국제정치학 전공. 한국에서 병역을 마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정치학 전공,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학 정책대학원에서 국제금융과 통상학 석사 학위 취득, 다시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과정.

이렇듯 종횡무진 지구촌 곳곳을 그야말로 메주밟듯 돌아다니길 일삼던 그가 요새 잠시 한국땅에 정착을 했다. 지금 그의 직함은 '2002년월드컵축구대회조직위원회' 기획조정국 전문위원,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앞두고 FIFA, 일본, 한국 3자간 조직위원회의 업무 조정 역할을 하는 일이다. 이젠 방랑벽을 추스리고 정착을 하는가 했더니 이 일 역시 수시로 외국을 드나드는 게 주업이라니 그 속셈을 알 만 하다. 들어온지 3개월 밖에 안됐지만 벌써 해외출장을 두 번이나 다녀 왔다. 

삶이 비대해지면 떠난다

최범석의 이런 다채로운 이력은 서울 인왕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직에 있던 아버지를 따라 독일에 가게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중학교를 마치고 다시 한국에 돌아가게 된 아버지는 그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따라 갈래, 아니면 미국에 가볼래?" 그의 답은 주저없었다. "미국에 갈래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공부하는 동안 도서관 사서, 축구심판, 서점직원, 통역, 학원강사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여 돈이 모이면 여행을 떠났고, 또 대기업 해외지사와 WTO, ITC 등 국제기구에서 인턴을 하며 스위스, 프랑스, 중국 등에서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생활을 하기도 했다.
 

95년에는 파리에서 서울까지 33일간 열차로 대륙횡단 여행을 했다. 기차에서만 3백 시간, 파리에서 독일을 거쳐 폴란드와 핀란드, 발트3국을 지나 러시아, 몽골, 중국을 넘어 인천항에 닿았다. 이 때의 여행기를 묶어 지난해 <반더루스트, 영원한 자유의 이름>이란 책을 엮어냈다. 

"여행은 꽉 짜인 일상으로부터 거리를 얻게 해줍니다. 거리를 두고 보면 자신을 더 잘 볼 수 있죠. 자기에 대한 정리가 됩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평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깨우치게 되죠. 전 제 삶이 너무 비대해지고 있구나, 사치스러워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여행을 떠납니다."
흔히 관광과 여행을 혼동하는데 엄연히 다르다고 말한다. "관광은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것을 좇는 것이고, 여행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느끼고 체험하는 것"이라 한다.


구세주도 만나고 불량배도 만나고

여행을 하다보면 기억에 남는 일도 꽤 많다. 88년 인도여행을 하고 홍콩을 거쳐 한국에 돌아오려 할 때이다.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나니 공항까지 가는 버스비밖에 남지 않았다. 잠이야 공항에서 해결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데 아뿔사! 공항에 맡긴 짐을 찾을 돈이 없었다. 홍콩엔 아는 사람도 한명 없고 당시엔 신용카드도 없을 때여서 막막했다. 이걸 어쩌나 하며 걱정스레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왠 일본 여자 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오는 것이었다. 6개월 전 파키스탄에서 만났던 여자들이었다. 그때 최범석은 그들에게 저녁을 대접한 일이 있었다. 구세주를 만난 격이었다. 사정을 얘기하자 선뜻 저녁도 사주고 짐을 찾을 돈까지 찔러주었다. 그때 그는 사람을 대할 때 작은 것이라도 베풀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여행을 할 때였다. 여행이 끝나 열차에서 내리는 순간 평소 무뚝뚝하기만 했던 여차장이 그를 불렀다. 그리고는 긴 쇠막대기를 선물이라고 내밀었다. 객차 바깥에 붙어 있다가 떨어져 나간 낡은 이정표였다. 그는 그 무거운 쇠막대기를 들고 한국까지 왔다. 세관원은 짐을 조사하며 대체 이게 뭐냐고 물었다. 설명해주자 세관원은 잠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그동안의 행선지를 물었다. "어디에서 오는 길이요?" "중국이요" "그 전에는?" "몽고요", "그 전에는?" "러시아요"... 끊임없이 이어지는 최범석의 행선지에 세관원은 참 희한한 친구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통과시켰다.

위험한 일도 있었다. 인도 마두라스의 한 어촌을 찾았을 때였다. 새볔에 잠이 오지 않아 책 한 권을 들고 해안가로 나가 가로등 밑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인적없는 해안이었는데 불량끼가 보이는 인도 청년 셋이 저만치서 다가오는 것이었다. 예감이 안좋았다. 여기선 여권만 빼았고 바다에 던져버리면 끝이었다. 슬며시 배낭에서 과일 깎는 손칼을 몰래 꺼내 발밑 모래에 묻어두었다. 이판사판이었다. 다가온 그들은 불량스러운 태도로 몇 가지를 물어보더니 뜬금없이 한국에서 왔다면 태권도를 할 줄 아느냐고 물었다. 최범석은 속으론 떨었지만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 아주 차가운 말투로 답했다. "물론이지!". 그 말에 그들은 흠칫하며 물러가버렸다.


쿠바가 그립고 남아프리카가 부른다

범석은 여행을 떠날 때 항상 최소의 짐을 고집한다. 갈아입을 옷 몇 가지에 녹음기, 소형 카메라, 책 10권 정도이다. 녹음기는 언어가 통하지 않을 때 녹음해 뒀다가 나중에 확인하기 위해서인데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꼭 필요한 물건이다. 카메라는 예전에는 사진에 취미가 있어 비싼 장비를 여럿 가지고 다녔지만 여행에 오히려 짐과 부담이 돼 기록용의 값싼 소형 카메라 만을 가지고 다닌다. 책은 무게가 나가지만 여행에 도움이 되는 책들이므로 그때그때 읽고 버리든가 다른 여행객의 책과 교환해 본다.

그는 앞으로 책을 몇 권 더 낼 생각을 가지고 있다. 유학생들의 생활을 다룬 장편소설과 여행수필집이다. 소설은 거의 마무리 단계이고 수필집은 그동안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글들을 모아 내려 한다.
그가 사는 집은 아주 특이하다. 서대문구 홍제동 아파트 단지의 한 귀퉁이 단독주택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가 태어났던 집으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끝내 집을 팔지 않아 '아파트 속의 전원주택'이 돼버렸다. 아파트 놀이터를 가로질러 낮은 사립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면 그의 소유인 작은 채마밭이 나오는데 거기서 참외, 호박, 깻잎 등을 심어 농사를 짓고 있다. 다시 계단을 내려가면 그의 '안가'가 나오는데 마당이 제법 넓직하다. 마당엔 진돗개 세 마리가 그를 몹시도 반긴다. 개를 좋아하는 그는 시간만 나면 마당에서 개들과 함께 옷이 '개판'이 되도록 노는 걸 좋아한다.

집 안은 아주 독특한 인테리어로 꾸몄다. 소파나 의자 탁자들은 여기저기 버려진 것들을 주어 고쳐 마련했고, 칠이며 도배는 친구들이 와 도와주었다. 이 집엔 주말이면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친구, 선후배는 물론 애견가들의 모임과 노총각 노처녀들의 모임장소로도 이용된다. 그리고 그는 이곳에서 틈틈이 글을 쓰고 또다른 여행을 구상한다.

그는 요새 지난해 다녀왔던 쿠바가 부쩍 그립고, 정말 꼭 가고 싶은 곳인 남아프리카가 시도때도없이 머릿속에서 오락가락한단다.

병이 도지는 모양이다. 하지만 처방전은 간단하다. 떠나면 낫는 병이니까.

최범석 홈페이지 : http://welcome.to/choi 


글과 사진 / 임인학(자유기고가) 

 <인터뷰 2>

앙앙 2001/7호  

 

 

 <인터뷰 3>

<Motors Line 모터스라인> 2000/10호

 

 <인터뷰 4>

2001. 8. 13

< 월드컵특집 > 월드컵 성공을 가꾸는 사람들(18)
      =월드컵조직위 최범석 홍보지원 과장=

 

KOWOC 최범석 홍보지원 과장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의 '해외창구'인 최범석 홍보지원 과장이 FIFA 본부가있는 스위스 취리히에서 독일의 축구영웅이자 2006 FIFA 월드컵 조직위원장인 프란츠베켄바우어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조직위 홍보는 자원, 즉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바깥으로부터의 수요가 많은 상태입니다.

     이런 과수요를 효과적으로 줄여 균형을 맞추도록 하는 게 제 몫이죠.'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 (KOWOC)의 '해외창구'인 최범석(34) 홍보지원 과장은 자신의 직무에 대해 묻자 경제학자답게 시장논리로 차근차근 설명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지만 인적자원이 부족한 편입니다.

     구체적으로 6개 대륙에 대해 효율적으로 홍보하려면 다국어 제작물 등 우선적으로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아요.'

외국에서 삶의 절반을 보낸 `자유인' 답게 조직위가 안고 있는 고민을 거침없이 쏟아낸 그는 월드컵이 300일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보람이 커지고 있다며 즐거워했다.

      최 과장은 '전세계에서 축구팬들의 편지가 오는데 요즘엔 일일이 답장하기도 벅차다'며 '지금으로서는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경제논리가 담긴 그는 미국 버클리대와 하버드대에서 각각 경제학과 통상학으로 학,석사 학위를 받은 인재로 한때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경력을 쌓았다.

      귀국 후 서울대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밟던 그가 월드컵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해 6월이었다.

      월드컵 업무를 맡아보지 않겠느냐는 선배의 추천에 귀가 솔깃해 조직위에 섭외전문위원으로 발을 들여놓은 그는 지난해말 조직위가 인터넷 홈페이지 파문으로 사무총장이 물러나는 등 시끄럽던 와중에 해외홍보 실무를 떠맡았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일본월드컵조직위(JAWOC)간 연락관 업무 외에 큰 짐 하나를 더 지게 됐지만 '월드컵은 코리아라는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의 핵심'이라고 나름대로 판단, 홍보를 온.오프라인으로 확실히 구분하는 자기만의 방식을 통해 `한국 알리기'에 나섰다.

      오프라인, 즉 언론을 상대하는 일은 외신과에 맡기고 자신은 인터넷같은 온라인 홍보에 치중하면서 한.일월드컵에 호기심이 많은 지구촌 팬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 주는 데 앞장서왔다.

      한국견(犬)협회의 정심사위원으로서 개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는 특히 세계 각지의 애견가와 시민단체들로부터 `보신탕' 관련 항의가 올 때마다 직접 `해결사'를 자임, 논리 정연한 해명과 설득을 통한 자기사람 만들기로 유명하다.

      '한국 내에서 애견문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 바깥에서는 한국인 저녁식탁에 개고기가 올라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습니다.

     '88서울올림픽 때의 개고기 파문을 월드컵 때 당하지 않으려면 국민 개개인의 이미지 개선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계 60여개국을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반더루스트, 영원한 자유의 이름」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한 최 과장은 '항상 떠날 준비가 돼 있지만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른 뒤에 홀가분한 마음으로 여행길에 오르고 싶다'고 소박한 포부를 밝혔다.

      jahn@yna.co.kr (끝)


     2001/08/13 10:2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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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IN A NAME?

 

정선의 〈인왕제색도〉

 

- 인왕산 鶴학巢소島도에서 최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