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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최범석입니다.

어디를 가나 봄의 냄새를 피할 수 없는 날들입니다.

지난 주말에는 텃밭에 감자를 심었죠.

지난 가을에 심은 마늘 옆에 옥수수와 상추씨도 파종을 했어요.

참외, 고추, 양배추, 당근, 가지, 수박, 호박, 조롱박 등이

아직 차례를 기다리고 있지요.

어제 일요일엔 종로 나무시장에서 석류나무, 수복, 능소화를 구입해

앞뜰과 텃밭 주위에 심었어요.

또 하나 새로운 소식은 '모란앵무' 한 쌍이 앞뜰 라일락나무에 걸어놓은

빈 새장의 새 주인이 되었습니다.

이 귀여운 새식구의 이름을 각각 "모모"와 "무무"로 지었는데, 어떤가요?

'학소도'에서 혼자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이렇게 자연에 몰입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입니다.

 

 

작년에 심은 배나무 묘목에서 벌써 꽃이 피려고 하네요

(2002. 3. 31 촬영)

제작년 봄에 심은 앵두나무에 처음으로 꽃이 피었어요

(2002. 3. 31 촬영)

작년에 심은 모과나무가 봄치장을 하고 있네요

(2002. 3. 31 촬영)

"Queen of Night" 종자 튤립이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건강한 자태를 자랑하네요. 터키인의 터번을 닮은 꽃이 언제 머리를 들지 내심 기대가 되네요.

(2002. 3. 31 촬영)

"자연정원"에서 자라는 함박꽃

(2002. 3. 31 촬영)

앞뜰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보리수'

우리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이 나무는

슈베르트의 가곡 '보리수' 그리고 석가모니의 '보리수'와는

상관이 없다는 거 아시죠?

(2002. 3. 31, 촬영)

                                                                                                                                                                                                                                                                                                                                                                                                                                                                                                                                                                                                                                                                                                                                                                                                                                                                                                      

 

 <조선일보> 2002. 3. 30    [의견] 나무는 가꾸는 게 중요

이번 식목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산에 가서 나무를 심을 것이다. 매년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관리를 잘 해야지 대충 나무 심는 흉내만 하면 무엇 하나”란 생각이 든다.

식목일마다 나무를 심을 때 너무 촘촘히 심어놓아 3∼4년 후엔 가지가 서로 엉켜서 제대로 자리지 못하는 것을 많이 보았다. 햇빛과 바람이 통해야 나무도 씩씩하게 자랄 수 있는데, 1m 간격으로 심어서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따라서 이제 생색내기용 식목행사는 그만두고, 이미 심어놓은 나무를 가꾸는 일에 신경을 썼으면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산을 좋아하고, 산을 보아야만 심리적 안정을 얻는 국민도 드물 것이다. 하지만 산을 좋아하면서도 산에는 그저 내 몸 건강을 위해 오를 뿐, 산을 지켜주는 나무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무관심한 것 같다.

특히 칡넝쿨이 휘감겨 말라죽는 나무가 많은데, 칡이 한번 감기면 그 나무는 끝내 고사하고 만다. 지난해 심었던 나무를 휘감고 있는 칡넝쿨을 제거하고 앞으로 새로운 싹이 날 때마다 모조리 끊어버려서 나무가 잘 자라게 해 준다면, 푸르고 씩씩한 나무들이 우리를 더욱 기쁘게 해 줄 것이다.

( 金英培 58·경기 성남시 )

 

 <<반쪽의 고향>>>> 이상금 성장소설

고향, 고향이란 무엇인가? 나는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첫째로는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 둘째 '자기 조상이 오래 누리어 살던 곳'이란 두 가지 뜻을 모두 지니고 있었다. 조상 때부터 살아온 나라라는 조국의 정의와는 다르게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 첫 번째 뜻이란다.

고향의 반쪽이 적개심을 씻을 수 없는 일본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고향의 소중한 부분을 스스로 묻어 버리고 고향에 대한 상실감을 안은 채 살아야만 했다.

그래도 나는 고향이란 말을 좋아한다. 고향이란 말만으로도 따뜻하고 푸근하고 달콤하게 가슴이 젖어든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니까 시인도 음악가도 고향을 노래하지 않는가.

어릴 때 넓은 들판이었던 곳이 어른이 된 다음 가 보니까 조그만 빈터였다.  - 영국 시인 워즈워드

 



화가 최용건의 진동리 일기
<<조금은 가난해도 좋다면>> 중에서

 

미국인들의 자녀 교육은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며,

일본인들의 자녀 교육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며,

한국인들의 자녀 교육은 남에게 지지 말하는 것.

한마디로 말해 기죽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이제야 알 것 같다.

한국인들의 유별나게 권위적인 그 촌스러움이 무엇에서 비로되는 것인가를......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신이 태어난 곳, 다시 말하여 무구한 발원지를 찾아 방황한다고 하는 것은 참으로 아름다운 한 편의 드라마이다.

 

행복이란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어느 시골의 한적한 간이역사의 풍경과도 같은 것. 생활에 쫓겨 무서운 속도로 달리기만 하다보면 자칫 우리는 그 행복이란 아름다운 간이역사를 지나치기 쉽다.

 

광활한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도회지의 삶과는 달리 자아를 풍경 속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풍경 속으로 해방시키는 것이리라.

 

행복감이란 마음이 한가로울 때라야 비로소 찾아오는 삶의 마지막 정서이다. 한가로움이란 무엇일까? 일에 쫓기지 않을 때, 육신이 건강할 때, 이웃과 함께 살아가면서 도덕적으로 결함이 없을 때 느껴져오는 넉넉한 마음일 것이다. 삿된 망념으로 가득한, 작은 자아가 소멸되어야만 그 자리에 태초 이전의 크나큰 한가로움이 자리잡게 될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성공 후의 기쁨이란 행복이 아니라 승리감이다. 승리감이란 찰나적인 것이며 더욱이 타인의 좌절을 담보로 얻어지는 정서이기에 진정한 의미로서의 행복이라 말할 수 없다.

 

 

서른 개의 살이 바퀴통에 모여 있으나

바퀴통 복판이 비어 있음으로 쓸모가 있고

찰흙을 이겨 옹기 그릇을 만드나

그 한가운데가 비어 있어 쓸모가 있다.

문과 창을 만들어 방을 만드나 안이 비어 있기 때문에

방으로 쓸모가 있다.

그러므로 모양이 있는 것이 쓸모가 있는 것은

모양이 없는 것이 그 뒷받침을 하기 때문이다.

- 노자老子 -

 

본지 칼럼니스트들의 '월드컵 즐기기' <조선일보> 2002. 3. 5


 
  ▲사진설명 : 본지 축구 칼럼니스트들이 서울시청 앞 광장 월드컵 기념 조형물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왼쪽부터 강헌 김종환 최범석 강석진씨./김진평기자
   
“그냥 좋은 거 있잖아요. 축구를 좋아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합니까?”

말은 그렇게 시작했지만 누가 말리지 않으면 밤이라도 새워야 할 것 같았다. 수학자, 대중 음악 평론가, 축구 국가대표를 지낸 교수, 조직위원회 마케팅 전문위원…. 직업은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축구광인 본지 축구 칼럼니스트 4명이 만나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이들은 도대체 ‘축구가 뭐길래’, ‘월드컵이 뭐길래’ 지구촌이 이렇게 열병을 앓는지 신바람을 냈다. 막힘없이 이어지던 이야기는 ‘한국은 월드컵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란 대목에서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축구와의 만남

▲김종환=펠레와 에우제비오의 경기장면을 TV에서 보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활동적인 축구를 통해 내성적인 성격도 바뀌었다. 사실 부모님은 내가 운동하는 걸 반대하셨다. 지금이야 프로축구도 있지만 옛날에야 어디 그랬나. 수송초등학교 4학년 때 딱 한 달만 하겠다 도장찍고 시작했다.

▲ 강헌=초등학교 5학년까지 배드민턴 선수였다. 배드민턴은 실내경기이고 여학생들과 같이 훈련을 받아 좋았다(웃음). 축구를 시작한 것은 순전히 유니폼 때문이었다. 강당의 창문 사이로 보이던 축구팀 선수들이 똑같이 입고 뛰던 빨간색 유니폼의 유혹. 난 그 때 축구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강석진=어릴 적엔 밤 10시반에 시작하는 축구중계를 부모님 몰래 이불을 뒤집어쓰고 보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슛을 날리면 “슈웃~, 아! 살짝 빗나갔습니다”, 상대편이 슛을 날리면 “어림없는 볼”이라고 외치던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초등학교 소풍 때 이런 아나운서 흉내가 단골메뉴였다.

▲최범석=중·고등학교를 독일에서 다녔는데, 차범근 선수가 분데스리가에서 ‘차붐”으로 맹활약할 때였다. 난 클럽에서 ‘최붐’으로 불리며 자연스럽게 축구를 시작했다. 얼마전 조직위에서 일한다고 아버님께 말씀드리자 “어릴 때부터 좋아하더니 결국 축구일을 하는구나” 하시더라.

 

◆가장 본능적인 스포츠

▲김종환=축구는 장비가 필요없다. 그저 공 하나만 있으면 된다. 예전에는 돼지 오줌보를 찼다고 하지 않나. 기어다니다 걷고, 뛰다보면 자연적으로 차게 된다. 축구는 가장 본능적인 스포츠다.

▲강헌=축구는 지역·국가·민족·대륙의 공동체적 연대감을 확인하는, 정치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스포츠다. 국가대표라는 상징을 통한 민족통합성이 그것이다. ‘한솥 밥을 먹는다’는 말이 딱 맞는다.

▲김종환=축구는 단체경기라 해도 선수 개개인의 창의력이 중요한 경기다. 감독이 지시를 해도, 결국 그라운드를 뛰는 것은 선수다. 스스로 준비하지 않고 생각이 없으면 안된다.

▲최범석=유럽의 축구발전은 산업화 과정과 관계가 깊다. TV가 없던 노동자 계급에겐 주말에 찾는 축구경기장이 유일한 낙이었다. 요즘은 다른 여가 수단이 많아져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줄어든다고 한다. 박진감 넘치는 TV중계로 급부상하는 농구나 야구처럼 미디어의 영향도 큰 것 같다.

▲강헌=거기엔 광고문제가 한몫한다. 전·후반 45분씩 계속되는 축구는 농구나 야구처럼 광고를 붙일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과거 미국에서는 축구도 ‘쿼터제’로 바꾸자고 했다지만 거부당했다고 한다.

▲김종환=3점슛에서 보듯 농구는 팬 확보 차원에서 경기규칙을 바꾼다. 축구는 전통을 지키는 경기다.

▲강헌=누구나 할 수 있는 축구는 농구보다 민주적인 경기다. 장신 선수가 필요한 농구는 키작은 사람이 선수가 될 수 있는 통로가 좁다.

 

◆절제된 규칙속에 폭발하는 야성

▲강석진=축구는 짜임새 있는 패스와 부분전술의 세밀함, 기습적으로 날리는 장쾌한 슛이 어우러져 짜릿한 감동을 준다. 절제된 규칙 속에서 폭발시키는 야성이 매력적이다. 싸움과 권투의 차이처럼 말이다.

▲김종환=축구의 묘미는 90분 내내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다는 데 있다. 화장실에 갈 때도 언제 골이 터질지 몰라 뒤돌아보게 만드는 긴장감이 그것이다. 어제의 패자가 언제든 오늘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예측불가능성도 한몫한다.

▲강헌=연애할 때 애인과 야구장에 가면 경기규칙을 설명하다 끝난다고 한다. 축구는 그냥 보면 된다. 반칙에 대해 물어보면 “비신사적 행위야” 한 마디면 끝난다. 접근성이 매우 높은 스포츠다.

▲강석진=다른 경기는 쉬는 시간도 많고 설명할 것도 많아 애인 앞에서 잘난 척할 수 있지만 축구는 그게 안된다(웃음). 대학 때 본 경기에서 대우의 정해원이 혼자 4명을 제치고 슛을 날렸다. 그때 내가 했던 말은 “봤냐?” 그것 뿐이었다.

▲강헌=대표팀 경기의 생중계가 있던 날, 새벽까지 훤하게 불 켜있던 아파트의 그 많은 창문들은 뭘 의미할까? 선거 투표율이 50%도 안되는 나라에서 말이다.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과 중계를 보는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은 아닐까?

▲강석진=골을 넣고 환호하는 선수를 보며 ‘아, 저 선수는 지금 삶의 최고순간을 맛보고 있구나’ 생각했다. 내 인생의 어느 한 순간 저런 때가 찾아올까 생각하면 부럽기만 하다.

 

◆축구는 끊을 수 없는 마약

▲강석진=축구는 내게 휴식이다. 난 경기를 보고 공을 차며 재충전한다. 지난달 14일에는 A매치 6경기를 전부 녹화해서 보았다. 축구를 보다 잠든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나는 축구를 통해 인생의 철학을 배웠다. ‘승리는 소중하고 신성하다’ ‘반칙을 해서는 안된다’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정정당당히 겨루면 이길 수도 있다. 그런 승리만이 진정한 만족감을 준다’ 등이다. 또 축구는 또 ‘슛해야 할 때 하지 않는 사람은 책임감 없는 사람…’ ‘왼발 슛 하나는 기막힌 마라도나처럼 뭘 하든지 제대로 해라’ ‘쉬운 발동작 하나라도 시합에 써먹으려면 완전히 내것을 만들어야 한다’ 등 학생들에게 전하는 내 ‘비유의 원천’이다.

▲김종환=선수생활 동안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잘할 때도 부진할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냥 좋았다. 선수 때는 기량향상에만 몰두했었는데, 이젠 팀을 지휘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축구는 한 번 빠지면 끊지 못하는 먀약같은 것이다.

▲강헌=월드컵은 오랜만에 옛 친구들을 만나는 기회다. 새벽에 열릴 중계를 앞두고 저녁부터 집에 모여 술 한잔 하고 얘기하고 내기도 하고…. 축구가 뭐길래 다 큰 어른들이 꾸역꾸역 집에 모일까 생각하면 우습지만, 역시 축구는 여럿이 같이 봐야 재미있다. 십수 년간 다음 월드컵 땐 꼭 경기장을 찾겠다고 다짐했었다. 이번엔 우리나라에서 열리니 약속을 지킬 수 있겠다.

▲최범석=축구 경기를 보며 나는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낀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내가 할 수 없는 화려한 기술로 골을 넣을 때 느끼는 그 짜릿함, 다른 말이 또 필요할까?

 

◆내 추억속의 월드컵

▲강석진=중학교 1학년 때로 기억하는데, 74년 월드컵을 잊지 못한다. 개인기와 창의력이 어울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네덜란드의 ‘토털사커’에서 민주주의가 이런 게 아닐까 어렴풋이나마 느꼈다면 과장일까? 가장 멋진 장면은 네덜란드의 요한 크루이프가 브라질을 상대로 몸을 날리며 그려낸 인사이드 발리슛이다.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은 내게 ‘오렌지 군단’이 아니라 꿈에 그리던 ‘무지개 군단’이었다.

▲김종환=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마라도나가 잉글랜드 선수 6명을 제치고 골을 넣는 장면에서 기술축구의 정상을 보았다. 그의 집념과 폭발력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강헌=미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70년 월드컵이 최고다. 남미와 유럽 스타일이 그 때만큼 강렬히 대비된 때도 없었다. 한마디로 곡선이 직선을 제압한 월드컵이었다. 당시 브라질 선수들 모두는 자기만의 우주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감동적인 팀은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

▲최범석=2002한·일 월드컵은 내 인생에 수많은 추억을 남길 잊지못할 월드컵이 될 것이다. 추억이 부족한 우리들에게 경기 한 장면, 입장권 하나, 선수들의 사진 한 장은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축구, 아는만큼 보인다

▲최범석=알아야 애정도 생기고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결국, 축구도 아는 만큼 보인다.

▲강헌=라이브 공연처럼 경기장의 현장감을 즐겼으면 좋겠다. 80년대 어느 해인가, 4시간을 함께 기다려 들국화 콘서트를 본 동생의 첫마디는 “(레코드)판은 장난이네”였다. 경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을 즐겨보자.

▲강석진=맘에 드는 선수 한 명을 골라 집중적으로 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다음으로는 전술을 보자. 상대가 공격을 시작하면 우리의 수비라인을 훑어보고, 우리가 공을 잡으면 치고나가는 선수들을 보자.

▲김종환=요즘 웬만한 팬들은 4·4·2, 3·5·2 등 전술에도 훤하다. 그만큼 축구를 보는 눈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최범석=우리나라 경기만 매진되고 다른 팀의 경기는 저조한 판매율을 보이는 월드컵 입장권 판매현황을 두고 ‘애국자만 있고 진짜 축구팬은 없다’고 한다. 일단 경기장에 나가보자. 우리는 TV로 보는 축구에 너무 익숙하다. 직접 경기장에서 보고나면 TV로 볼 때도 경기장의 분위기가 상상된다.

▲강헌=월드컵 경기 하나하나는 승부를 가리는 전쟁이지만, 동시에 타자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우리가 잘 모르던 나라의 역사와 민족, 그 미학적 특성이 축구에 어떻게 반영되었는가를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 이렇게 이루어가는 지구촌의 통합, 재미있지 않나?

 

◆한국 축구의 미래는…

▲최범석=우리의 준비과정을 프랑스·일본과 비교하는데, 진짜 중요한 것은 우리 나름의 방식이다. FIFA도 감탄한 경기장, 문화와 관광 등 각 분야에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기회로 삼자.

▲김종환=눈에 보이는 것만 따져선 안된다. 높아진 한국의 인지도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강석진=월드컵이 끝난뒤 10개의 경기장이 대형할인매장 따위의 공간으로 활용돼선 안된다. 축구 경기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계속 나와야 한다.

▲김종환=축구문화는 프로축구 활성화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최범석=현대 스포츠는 ‘자본싸움’이다. 스페인·이탈리아 리그는 뛰어난 경기력에 자본이 뒷받침돼 인기가 있는 것이다. 스타들의 천문학적 몸값이 가능한 것도 기업의 철저한 스포츠마케팅 때문이다.

▲강헌=마케팅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진정한 의미의 프랜차이즈가 정착하지 못했다. 유럽프로리그의 마케팅은 어떤지 돌아보고, 98년 프랑스의 경험도 충분히 습득해야 한다. 축구경기의 재미와 함께 향상된 축구담론 문화와 비즈니스 마인드를 잊어선 안된다.

▲강석진=에메 자케 전 프랑스 감독의 말처럼 가족·학교·사회가 조화를 이뤄 유소년 축구를 발전시켜야 한다. 많은 어린이들이 태권도를 통해 예절과 절제, 양보와 투지의 정신을 배운다고 한다. 단체경기인 축구는 여기에 ‘협동’이란 가치를 하나 더한다. 언제 나서고 물러나야 할지, 언제 희생해야 할지를 가르친다. 꾸준한 지도자 양성으로 축구문화를 한단계 높이는 것도 절대 잊어선 안된다.

▲강헌=21세기의 첫 월드컵에 한·중·일 동북아 3개국이 나란히 본선에 진출했다는 사실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블록체제로 개편되는 새 흐름에 동아시아의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어떤 컨셉을 가지고 나가야할지도 월드컵이 맡긴 중요한 숙제다.

( 진행=민학수기자 haksoo@chosun.com ) ( 채성진기자 dudmie@chosun.com )

◇ 토론참석자

▲강석진(姜錫眞·41)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축구협회 기획자문위원, 서울대 수학과 졸, 예일대 수학과 석·박사, ‘축구공 위의 수학자’ 저자

▲강헌(姜憲·40) 단국대 공연예술학과 겸임교수, 대중음악평론가, 서울대 국문과·음악대학원 음악학과 졸, 대중문화 계간지 ‘리뷰’ 편집위원

▲김종환(金鍾煥·40) 중앙대 체육과학대 교수, 국가대표선수, 축구협회 기술위원,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졸, 미 뉴멕시코주립대 스포츠경영 박사

▲최범석(崔凡石·35) 월드컵조직위 해외마케팅 전문위원, 미 UC버클리대 경제학·국제정치학 전공, 서울대 정치학 석사, 하버드대 정책학 석사

 

- 인왕산 鶴학巢소島도에서 최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