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홈페이지 <지도 없는 여행>의 최범석입니다.

희망이 있어 내일이 기대되지만, 내일이 지나고 나면

그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새삼 나를 슬프게 합니다.

하는 일이 기대한 만큼 잘 되어도, 잘 안되어도

그날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기분이 울적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한 공허함을 달래려고, 내 자신을 위로하려고

오늘은 잠시 쉬면서 내일을 잊고 싶어도

그게 그리 쉽지가 않네요.

학소도 뜰에서 무럭무럭 커가는 어린 나무들이

50년, 100년 뒤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상상해볼 때면,

어른이 된 나무들을 바라보며 흐믓한 표정을 지어줄 내 모습이

보이지 않아 쓸쓸합니다.

요즘 날씨가 무척 더운데, 내일부터 비가 많이 와준다고 하니 반갑군요.

퇴근시간이 항상 늦어 앞뜰과 밭의 식물에 물을 못주어 미안했는데.....

비가 와서 목마른 나무들의 갈증을 풀어주어

학소도의 나무들이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았으면 합니다.

 

 [책마을] 한장의 지도가 세상을 뒤집다

●세계를 바꾼 지도 (사이먼 윈체스터 지음/임지원 옮김/ 사이언스 북스/18000원)

18세기 후반, 영국은 나라 전체가 역동적인 에너지로 술렁였다. 산업혁명의 싹이 움트고 있던 이 시기, 영국인들은 너도나도 ‘불에 잘 타는 검은 돌’을 찾아 국토를 파헤쳤다. 석탄은 공장을 돌리고, 산업을 일으키는 부(富)의 원천이었다. 전국에서 채굴된 석탄은 도시와 공장으로 신속히 이동했으며, 운송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람들은 운하를 파기 시작했다.

잉글랜드 남부 옥스퍼드셔 출신의 청년 측량사 윌리엄 스미스(William Smith·1769~1839)가 서머싯 탄광 지역의 운하 건설에 참여한 것 또한 이즈음이었다. 어느 날 수직 탄갱을 따라 내려가던 스미스는 “암석의 층상(層狀) 배열이 매우 특이하다”는 것을 발견한다. 호기심을 가진 그는 수차례의 답사 끝에 지하의 암석이 각기 다른 여러 층으로 이루어졌으며, 각 층에 포함된 화석은 서로 다른 층을 구분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땅 밑 지층구조는 인류와 지구 역사의 압축이라는 지질학적 발견의 서막이었다.

이 책(원제:The Map that Changed the World)은 시골 청년 스미스가 이 우연한 발견을 시작으로 20여년간 전 국토를 뒤지며 영국의 지하세계를 지도에 그려넣는 위업을 달성한 이야기를 기록한 것이다.

이 세계 최초의 지질도(地質圖)는 당시 석탄·철광석 등 지하의 부를 일구는 ‘안내도’가 됐으며 산업혁명의 불씨를 지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지도는 지질학이라는 새로운 과학의 탄생을 예고하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인류의 기원에 대한 성서의 내용을 의심치 않았으며, 노아의 홍수는 지구의 역사를 설명하는 전가의 보도였다. 스미스의 지도는 ‘종교적 교의의 안개를 걷어내고’ 인류와 행성의 근원에 대한 새로운 이해에 도달하는 시대의 문을 열었던 것이다.

저자 사이먼 윈체스터는 스미스의 작업을 옥스퍼드 영어사전 편찬사업, 맨해튼(원자폭탄) 프로젝트, 인간게놈 프로젝트만큼이나 거의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광대한 프로젝트였다고 평가한다. 그것은 위대한 선견지명과 추진력, 인내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더구나 스미스는 컴퍼스와 노트, 경사계(傾斜計), 화석만 가지고 혼자서 그 일을 해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훗날 수천명의 측량사와 지질학자들은 그의 작업이 옳은지를 확인하는 데만 수십년이 걸렸다.

스미스의 추론이 보편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입증할 더 많은 사례가 필요했다. 그는 발걸음을 탄광에서 영국 전역으로 옮겼다. ‘지하세계의 공간기하학적 특성을 인지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지닌’ 그는 ‘지면 위에서 관찰한 것들로부터 추론을 통해 논리적이고도 아름다운 결론을 이끌어냈다.’

저자는 스미스의 일기를 읽으며 그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그는 영국 남쪽 해안을 걸어가며 스미스가 느꼈을 감동을 이렇게 재현하고 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지질학적 연대기를 따라 이전에서 나중으로 여행하는 것과 같다. 물론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말이다. 동쪽으로 몇 백m씩 걸어갈 때마다 수만, 수십만년의 지질학적 시간을 지나가는 셈이다. 몇 ㎞의 산보로 수백만년의 역사를 뛰어넘는 것이다.” 그것은 쥐라기에서 백악기로 가는 시간여행이었다.

시대를 앞서간 개척자들의 삶이 언제나 그렇듯, 스미스는 지도를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편견과 음모, 재정적 어려움에 부딪혔다. 영국 방방곡곡을 걸어서, 또는 덜컹거리는 마차를 타고 여행하며 암석과 토양, 화석을 탐사·수집하는 일은 끝내 그를 파산으로 내몰았다.

그러나 정작 그를 좌절시킨 것은 ‘부유하고 학식 많은 사람들’의 무시와 냉대였다. 영국 왕립지질학회는 스미스를 미천한 출신에 대학도 못 나왔다는 이유로 철저히 무시했으며, 회원가입조차 거부했다. 그들은 실증연구보다는 나른한 토론이나 즐기는 ‘문화적 딜레탕트’에 불과했다. 지질학의 핵심인 화석은 그들의 거실을 빛내는 장식품일 뿐이었다. 한술 더 떠 지질학회의 초대회장 그리너프는 스미스의 조수를 통해 그의 지도를 훔쳤고,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좀도둑질까지 불사했다.

오랜 탐사 끝에 1885년 지도를 완성해낸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명예와 부가 아니었다. 어느 새 60대 노인이 된 그는 수중에 한푼의 돈도 없었고, 아내의 정신병은 악화됐다. 직업도 없고 미래는 불투명했다. 빚에 몰린 그는 결국 채무자 감옥에 갇힌다. 그는 “사람은 감옥에 가둘 수 있어도, 발견은 가둘 수 없다”고 절규했다.

출옥 후 그는 요크셔의 작은 마을에 숨어든다. 그가 마침내 마음을 비우고 홀가분한 상태에 이르렀을 때, 젊은 시절 그토록 갈구했으나 잡히지 않던 것들이 한꺼번에 찾아온다. 자신의 집사로 일하는 노인이 바로 영국의 과학자와 지성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놀랍고도 아름다운 지도’를 제작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한 눈밝은 귀족 덕분이었다. 새로운 세대의 지질학자들도 기꺼이 그의 업적을 인정했다. 스미스는 뒤늦게 지질학회 최고 영예의 상을 수상하고, 국왕으로부터 평생 연금 지급을 약속받는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 최초의 지도를 제작했으나 국가기밀 누설죄로 쓸쓸히 옥사했다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책을 읽는 내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승인배기자·Books팀장 jan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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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왕산 鶴학巢소島도에서 최범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