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령의 家] 지구 곳곳 20년 유랑인생 늙은 집은 그를 기다렸다 [중앙일보 04.02.27]

서울 홍제동 아파트 숲속의 '섬' 최범석씨 '학소도'

홍제동에 섬이 있다. 삼각형 두개를 잇댄 형태의 섬이다.

이곳의 항공사진, 실은 바로 옆 아파트 18층에서 찍은 사진을 보고 나는 집주인이 당호에 재(齋) 아닌 도(島)를 쓴 이유를 유쾌하게 납득했다. 호기심 많고 장난끼 넘치는 집주인 최범석씨는 '학소도'를 빙 둘러싸고 있는 고층 아파트들을 파랗게, 바다색으로 칠을 해서 보여줬다. 영락없는 섬이다.

문화촌 아파트 담장 아래에 숨은 120평짜리 단독주택, 얼핏 봐서 거기 집이 있다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아파트 단지 안의 철제 담장 한 부분을 밀면 학소도로 내려가는 작은 통로(上)가 나온다. 거기 통로가 있는 줄을 최범석씨 말고는 아는 사람이 드물다. 난데없이 담장이 열리고 사람이 불쑥 솟아오르는 광경을 보면 아파트 주민들은 깜짝 놀라곤 한다. "귀신이 나타났나 의심하는 일이 없도록 드나들 때 제가 조심을 좀 합니다. 하하."

비밀일 리 없지만 비밀스러운 통로로 내려서면 우선 아담한 텃밭이 나온다.거기서 좁다란 모퉁이를 돌아 계단을 10여개 더 내려가면 한 30~40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는 풍경이 나타난다.

오밀조밀한 뜨락과 작고 낡고 나지막한 벽돌 건물, 학소도는 그의 부모님이 지은 집이다. 여기서 그와 그의 누나가 태어나고 자랐다. 이 집 안방에서 최범석씨는 최초의 단어를 입술에 올려 발음했고 이 집 마당에서 맨처음 걸음마를 떼어놓는 법을 배웠다. 인근의 인왕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는 숱한 친구들을 이 마당과 텃밭으로 데리고 왔다. 날마다 숨바꼭질. 땅따먹기.사방치기로 해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진정 기억과 시간을 풍요하게 간직한 옛 집이다. 최범석씨의 어린 날은 몽땅 이 집을 배경으로 한다. 앨범을 들추면 가족사진에 항상 이 집이 담겨 있다. 그랬던 집을 차츰 아파트들이 밀집해 포위하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집은 동그랗게(삼각형으로) 고립돼 갔다. 그래도 부모님은 이 집을 팔지 않았다. 주택업자들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학소도를 아파트 속의 전원주택으로 고집스럽게 남겨두셨다.

그가 이 집에 돌아온 것은 4년 전인 1999년이다. 한동안 비어있던 집이었다. 전에도 그랬지만 그의 주변엔 늘 친구들이 들끓는다. 솜씨 좋고 부지런한 친구 몇 명과 함께 학소도의 벽을 직접 페인트칠했다. 바닥에 평평한 돌을 깔고 창틀을 조금 손질했다. 벽체는 원래 튼튼했으니 그것만으로 집은 쓸만해졌다. 그리고 오랜 해외생활을 접으면서 짐을 학소도로 옮겨왔다. 서대문중 1학년인 79년에 외교관인 부친을 따라 독일로 떠났으니 실로 20년 만의 귀향이었다.

그동안 그는 온 세상을 유랑했다. 중학교는 독일에서, 고등학교는 미국에서, 대학은 버클리.하버드와 서울대를 섭렵해 다국적 학력으로 무장했고 세계 55개국 이상을 여행했다. 거쳐온 직종도 다양하기 짝이 없다. 도서관 사서, 축구심판, 서점 직원, 영어.독일어 통역사, 학원강사, 대기업 해외 지사 사원, 국제기구 인턴사원…. 일을 해서 돈이 좀 모이면 그는 뒤돌아보지 않고 세계지도 위에 선을 그으며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여행의 기록을 '반더루스트, 영원한 자유의 이름'이란 책으로 묶어냈다.

그가 반더루스트(방랑벽)가 될 수 있었던 힘은 알고 보면 홍제동의 '학소도'라는 구심점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돌아갈 옛 집이라는 구심력이 그의 떠도는 날개에 팽팽한 힘을 실어줬으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학소도란 작명은 아버지와 저의 합작이에요. 학의 둥지란 뜻의 학소(鶴巢)는 언젠가 돌아온다는 의미로 아버지가 붙이고 도는 도시 속의 섬이라는 의미로 제가 붙였습니다. 현판 글씨는 아버지가 쓰셨어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니까 그 의미가 새삼스러워집니다." 최범석씨는 세계인이다. 어딜가도 낯설지 않고 세계 각국에 친구들이 수두룩하다. 타고난 친화력과 에너지에, 만능 스포츠맨인 그는 축구에 대한 열정이 유난하다. 덕분에 월드컵 때는 조직위원회 홍보부장을 맡아 일했다. 결국 그게 사업으로 이어져 전공도 제쳐두고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인 포르투나를 창업하기에 이르렀다.

학소도는 열려 있는 집이다. 친구들이 무시 출입한다. 노총각.노처녀를 위한 파티(그는 아직 미혼이다), 애견인들의 모임(지금 진돗개 세 마리를 키우는 중이다), 축구인들의 만남, 여행 중인 서양 친구들의 숙소, 특히 인왕초등학교 동창회가 자주 여기서 열리곤 한다. "예전에 우리 집에 놀러왔던 아이들이 전의 그 마당이 이렇게 좁았던가 놀라곤 해요. 나보다 오히려 우리 집 구조를 더 잘 기억하는 친구들도 있지요. 이런 식으로 여러 사람의 추억이 축적된 집이 좋은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이 스물두평밖에 안 되지만 30년 전에는 꽤 그럴듯한 문화주택이었거든요."

이 집에 들어오면서 최범석씨는 새 가구를 전혀 사지 않았다. 남들이 버리는 헌 집기들을 하나씩 주워와 고쳐서 사용한다. 새 것을 그는 좋아하지 않는다. 집이든 물건이든 시간이 깃들지 않으면 품격이 생기지 않는다고 여긴다. "건축가 김진애씨가 말했듯 집은 시간의 갤러리입니다. 시간이 배어 있는 집, 사람들의 숨결이 축적된 집, 시간의 격과 깊이가 느껴지는 집, 시간의 층과 켜가 느껴지는 집… 그런 집이 '멋있는 집'이라고 생각합니다."

며칠 전 그는 일산에 사시는 어머니에게서 그런 의미에서 멋있는 선물 하나를 받았다. 67년생인 그가 71년에 그린 그림(下) 한점. 그림 속엔 어머니와 누나와 자신이 나란히 서있다. "아버지는 이때 캐나다에 유학 중이셔서 그림에서 빠졌네요."

삶에는 군데군데 암시가 있다. 부친은 고인이 되셨고 그는 '학소'란 말대로 여기 돌아와 이 그림을 벽에 걸었으니. 이 집은 실내에서도 신발을 벗지 않는다. 서양식 습관이 몸에 밴 때문일 텐데 방문객에게는 그게 아주 신선하다. 겨울엔 커다란 무쇠난로를 들여 거기에 장작을 잔뜩 지핀다. 열이 아니라 집안에서 불을 직접 볼 수 있는 풍요함이라니. 게다가 무쇠난로는 훌륭한 화덕이 된다. 그 위에서 빵.소시지.삼겹살.고구마가 연달아 구워져 나오는 게 가능하다. 천장엔 지난 가을 추수한 씨앗과 알곡들을 주렁주렁 걸어서 갈무리해뒀다. 해바라기.옥수수.수세미.꽃의 구근. 지난해엔 뜰에 나무를 10여그루 심었다. 농사짓는 데도 맛을 들였다. 물론 그는 다시 훌쩍 여행길에 오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돌아올 것이다. 이젠 쉽사리 팔리지도 않을, 시간의 층과 켜가 내려앉은 도심 속의 섬 학소도로.

김서령 생활칼럼니스트 <
psyche325@hanmail.net>

사진=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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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26 16:00 입력 / 2004.02.26 16:03 수정

 명감독과 무명선수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감독인 H씨는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얻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또한 그는 인재를 알아보는 탁월한 감각을 가지고 있는데
이런 그의 안목은
많은 무명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었고
구단에는 이익을,
자신에게는 명 조련사라는 명성을 안겨 주었다.  

그가 발탁하여 세계적인 선수가 된 한 선수의 이야기이다.

실력은 있었지만 같은 팀의 선수들과 화합을 하지 못하여
문제아로 찍힌 한 젊은 선수가 있었다.

그 선수가 구단에서 방출되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이 소식을 듣게 된 H감독은
당장 비행기를 타고 다음 시합장으로 향하기 위해
아침 일찍 공항에 나와 있는 상태였다.

H감독은 시간이 없다는 그 선수의 말을 듣고는
그와 같은 비행기표를 예약하여
선수의 옆자리에 앉아 한 시간 내내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보다 유명하지도 않은 선수를 위해
밤잠을 설치며 달려와 피곤함을 물리치며
시간과 노력을 할애한 것이다.

항상 문제아 취급을 받던 그 선수는
이런 감독의 행동에 자신의 축구 인생을 걸어보기로 하고,
얼마 후 그 감독이 재직중인 구단으로
자신의 행로를 옮겼다.

H감독은 그런 그를 다른 감독들처럼
예전의 행동을 바탕으로 판단해
처음부터 문제아 취급을 하지 않고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대해 주었다.
그러자 팀의 다른 선수들도
그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맞았다.

그 선수는 전과 달리 열심히 축구에만 매달릴수 있었고,
일년 뒤에는 세계적인 몸값을 받는 선수로
탈바꿈한 것이다.

젊은 선수의 맹활약으로 단숨에 1위를 차지한
H감독의 능력 역시 높게 평가되었고,
세계의 많은 축구 구단이
그 감독을 모셔가기 위한 몸값을 높여 불렀다.

그러나 H감독이 가장 많이 얻은 것은
선수들의 신뢰가 아닌가 싶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다른 구단에 몸담고 있는 그 젊은 선수는
아직도 그 감독의 팀과 대전을 벌인 후에는
잊지 않고 H감독을 찾아와
감사의 절을 하기 때문이다.

======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은
그 어떤 사업적 수단보다 많은 이득을 안겨다준다.
그러나 그 인재를 자신의 곁에 머물게 하는 능력은
평생의 자산이 된다. =======

<돈과 복이 굴러드는 행복한 이야기중에서..>

알아두면 좋은 애완견 심리학…"주인님, 개 맘 좀 알아주세요"

《주인에게 복종심이 강한 동물의 으뜸은 개다. 그래서 자식이 없는 젊은 부부나 의지할 데 없는 노인을 위한 대표적인 반려 동물로 꼽힌다. 가족이 아프면 병원에 보내고 말지만 개가 탈이 나면 ‘천막치고’ 병원에서 함께 밤을 새운다는 말이 종종 들릴 정도다. 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애견 인구는 1000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런데 애지중지하던 개가 주인을 물거나 달려와 오줌을 지리면 주인은 ‘배신감’에 휩싸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사태’가 애완견의 마음을 너무 몰라서 벌어지는 일일 뿐 적절히 대처하면 교정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경상대 수의대 연성찬 교수(동물행동학)는 “주인이 가장 간과하기 쉬운 점은 개가 구성원들의 서열을 매기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개의 조상은 무리를 짓고 살면서 서열의식이 강한 늑대라는 것이 정설. 아무리 가축화됐다 해도 이 ‘늑대의 후손’은 본능적으로 무리(인간) 속에서 누가 자기보다 뛰어난지를 판별한다. 서열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공격해 우열을 가리려 한다는 것.

특히 사회적으로 성숙하는 2∼3년생 때 이런 행동이 활발해진다. 사람으로 치면 24세 정도의 나이다. 아무리 젖 먹던 시절부터 키웠다 해도 이 시기에 상하관계를 명확히 해주지 않으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놀랍게도 미국에서 집에서 기르는 개에게 물린 사람은 매년 50여만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처방책은 무엇일까.

독립문 동물병원 이관영 원장은 “개가 덤벼드는 가족 구성원이 먹이를 주는 게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부부 가운데 남편이 물렸다면, 앞으로 개의 먹이는 남편이 담당해 개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앉아’ ‘일어서’ 등 기초 복종훈련을 시킨 뒤 말을 들으면 먹이를 주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

또 연 교수는 “명령에 복종한 경우를 제외하곤 개를 너무 이뻐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매번 먹이를 떠먹이거나 시도 때도 없이 토닥여 주면 속으로는 주인을 ‘하인’ 취급하기 쉽다는 것.

한편 애완견을 키울 때 가장 큰 골칫거리는 용변을 아무데나 보는 일이다. 그런데 무조건 화를 내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점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만일 주인이 외출했다가 집에 돌아왔을 때 애완견이 다가와 벌렁 누워 오줌을 지린다면 이는 과잉복종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연 교수는 “개가 배를 드러내는 것은 최고의 복종심을 나타내는 행동”이라며 “주인에 대한 두려움이나 반가움이 지나쳐 무의식적으로 소변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로 생후 3∼4개월 됐거나 몸집이 작은 ‘여린’ 개에게서 이런 현상이 많다. 이때는 애완견을 나무라면 두려움 때문에 오줌을 지리는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 오히려 모른 척 냉정하게 무시하는 게 개를 안정시키는 행동이다.

주인이 집에 없을 때 아무데나 용변을 보는 일이 반복된다면 이런 개는 ‘격리불안증’에 걸렸다고 봐야 한다. 개도 사람처럼 신경쇠약에 걸린다는 의미다. 이 정도면 병원에 가서 행동교정요법과 약물치료를 받아야 치유된다.

하지만 해마루 동물병원 김현욱 원장은 “한국에서는 병원과 애견인 모두 외상에만 관심을 가질 뿐 정신과적인 질환은 거의 취급하지 않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과학전문지 ‘네이처’ 온라인뉴스판은 지난달 20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연구팀이 애완견 78마리를 관찰한 결과 이들이 사람처럼 개성이 뚜렷하다는 점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애완견 각각을 부지런함·게으름, 우호적·공격적, 불안정·안정, 똑똑함·어리석음 등 4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는 것.

연 교수는 “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 채 화만 내면서 내다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개의 처지에서 생각해야 진정한 반려관계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사례 1=자식이 없는 40대 부부가 젖을 막 뗀 수캉아지 한 마리를 사왔다. 2년이 지난 어느 날 밤 평소처럼 아내가 개 와 침대에 누워있을 때 뜻하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남편이 침대에 다가오자 개가 달려들어 물어 버린 것.

▽사례 2=30대 독신의 직장여성 K씨는 얼마 전 생후 3개월 된 강아지를 집에 들여놓았다. 그런데 K씨가 퇴근 후 집에 올 때마다 강아지가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꼬리를 치며 달려오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벌렁 누워 오줌을 지려 버리는 것이 아닌가.

 

- 인왕산 鶴학巢소島도에서 최범석 -